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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하반기 신한류 아티스트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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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하반기는 한류의 상징적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케이팝(K-Pop)의 인기와 더불어 국제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올려온 한국 가요계였지만, 현재와 같이 단순한 관심 환기의 수준을 넘어 메인 차트에 진입하고 평단의 극찬을 받은 때는 없었다.

 

보이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톱 텐 안에 진입하며(7위) 싱글 차트 핫 100 (Hot 100)에도 'DNA'로 4주 동안 머무르는 대기록을 세웠고, 미국의 저명한 음악 시상식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에 초청받았다. 우리 민요의 가락과 펑크(Funk)의 그루브를 접목한 밴드 씽씽(Ssingssing)은 저명한 유튜브 라이브 채널에 출연해 80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며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주목을 받고, 재미교포 솔로 아티스트 예지(Yaeji)는 한국어를 음악의 도구로 적극 도입하며 해외 유망 평단의 갈채를 받았다. 2017 하반기를 멋지게 장식한 신한류 아티스트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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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2017년 11월 20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체인스모커스(The Chainsmokers)는 '인터내셔널 슈퍼스타라는 말로도 부족한 팀'이라는 찬사로 방탄소년단을 소개했다. 2015년 <화양연화> 시리즈부터 칼 같은 퍼포먼스와 성장, 확장을 담은 고유한 내러티브 세계관을 통해 해외 시장의 주목을 받더니 2016년 <Wings>가 빌보드 앨범 차트 26위를 기록하고 UK 차트에도 진입하며 '방탄소년단 현상'의 실재를 공표했다.

 

2017년 5월 저스틴 비버를 꺾고 빌보드 뮤직 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면서 글로벌 인기의 공식 인증까지 받은 그들은 멈추지 않고 9월 <Love Yourself : 承(승)>을 발매한다.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7위, 'DNA'가 싱글 차트 67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 가요 역사에 큰 획을 그은 방탄소년단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의 멋진 데뷔를 시작으로 <엘렌 쇼>, <제임스 코든 쇼>등 다수 유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당당히 메이저 시장에 입성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독특한 경우다. 데뷔 후 활동을 통해 성숙해가는 아이돌 그룹에 '학교'와 '성장'의 내러티브를 도입해 고유의 세계관을 구축했고, 이 배경 아래 트렌드보다도 훨씬 트렌디한 비트와 멤버들의 창법,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더하며 전혀 다른 종으로 진화했다. 여기에 트위터와 유튜브, V앱으로 대표되는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도 한발 더 빠르고 적극적, 친근한 활동을 통해 팬덤 아미(A.R.M.Y)의 글로벌 확장과 결집을 불렀고, 그 결과는 지금까지의 케이팝 마니아와는 차원이 다른 확장성과 팝 시장의 보편성을 손쉽게 획득하는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거대 기획사 일변도의 공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방탄소년단의 신한류는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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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씽(SsingSsing)

 

씽씽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은 10월부터였다. 미 공영 라디오 채널 NPR의 인기 유튜브 라이브 채널 <엔피알 뮤직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NPR Music Tiny Dest Concert)>에 한국인 최초로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저명한 유튜브 음악 채널에 올랐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낀 대중은 1970년대 글램 록 스타를 방불케 하는 화려한 의상에 한번 더 놀랐고, 그들이 다름 아닌 우리의 국악, 민요를 노래한다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 경기 민요와 서도 민요를 1970년대 디스코, 펑크(Funk) 풍으로 풀어내는 씽씽은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꼭 했어야 할, 멋진 우리의 노래를 부르는 팀이다.

 

경기 민요 이수자로 이미 국악계에선 알아주는 스타였던 이희문을 중심으로 추다혜, 신승태 세 소리꾼이 모였고 어어부 프로젝트의 장영규, 음악동인 고물로 우리의 소리를 찾아온 이태원과 드러머 이철희가 밴드를 꾸렸다. 신을 모시는 남자 무당 박수의 화려한 의상과 신을 모시기 위한 중성성을 드랙퀸 분장으로 치환하고, 디스코와 펑크(Funk)의 지속적 그루브로 국악의 연결성을 유지하며 서구의 진입 장벽을 낮췄다. 여기에 검증된 세 소리꾼의 흥겨운 가창은 '우리 것의 글로벌화'를 어렵지 않으면서 중독적으로 전파한다.

 

올해 1월과 8월 뉴욕에서 무대를 선보인 씽씽은 내년 4월까지 해외 투어가 예정되어 있으며, 특히 2018년 3월에는 미국 텍사스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개최되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 정식으로 초청받았다. 12월 10일 예고된 국내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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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Yaeji)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씽씽이 유튜브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면 예지는 인디 음악의 성지 해외 웹진 피치포크(Pitchfork)에서 주목받았다. 주류 팝에 대한 공격적 평가로 유명한 피치포크는 10월 인터뷰에서 '하우스 뮤직의 짜릿한 새 목소리'로 그를 소개하더니 싱글 'Drink I'm sippin on'을 '베스트 뉴 뮤직(Best New Music)'으로 꼽으며 호평했고, 이어 발매된 <EP2>에는 10점 만점에 8.1점을 선사했다. 1996년생 재미교포로 태어나 서울과 뉴욕에서 유년기를 보낸 예지 케이티 리는 EP 두 장으로 하우스 / 일렉트로닉 씬은 물론 해외 인디 씬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예지는 DJ지만 그의 음악은 단순 하우스로 정의하기 쉽지 않다. 음악 툴 에이블톤 라이브(Abletone Live)로 시작해 사운드 클라우드(Soundcloud)의 음악 세계를 탐험하며 형성된 세계는 하우스면서 랩을 더한 힙합이 되기도, 직관적인 멜로디 라인의 팝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한 단어로 정의하기 어려운 음악이 비주얼 아트를 전공한 손을 통해 감각적인 뮤직비디오로 영상화되는 예지의 세계는 분명 흔해 보이지만 흔하지 않고, 일반적으로 보이지만 독창적이다. 그 중심에는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하는 메시지가 위치한다.

처음엔 아무도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로 메시지를 숨기기 위해 사용했다는 한국어는 여러 곡에서 차근차근하게 그의 음악 세계를 설명한다. 한국의 뷰티 유튜버들을 패러디한 'Last breath'는 낮은 랩으로 화장 과정에 우울과 한숨의 감정을 싣고, 'Drink I'm sippin on'은 '그게 아니야'를 반복 배치하면서 거듭되는 부정과 불안, 저항을 읊어 나간다. 미국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의지로 기억 없는 모국(母國)으로 돌아갔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과거를 가진 예지는 한국어의 '낯설게 하기'를 통해 독특한 감정과 개성을 확보했고, 그 이름은 점차 더 넓은 세상을 향하고 있다. 내년 1월 3일 무라 마사(Mura Masa) 내한 공연 오프닝 무대를 통해 뮤지션으로는 처음 고국 땅을 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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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결산, 올해의 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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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의 울림은 단일 곡보다 강렬하다. 몇 개의 곡으로 이뤄졌든 간에 음반은 그 자체로 뮤지션의 지향, 정체성, 내면을 무겁게 또 섬세하게 설파한다. 담고 있는 것이 얼마나 방대하면 앨범(Album), 즉 사진첩이라고 표현할까. 아무리 음반 품귀 시대라지만 견고한 주제관과 유려한 음악성으로 올해를 데워 준 작품 10개를 소개한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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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드쿤스트 - < Muggles' Mansion >

 

계속해서 다른 모양을 나타내는 곡들이 귀를 뗄 수 없게 한다. 어두운 톤과 성긴 리듬의 비트로 어느 정도 요즘 스타일을 따르긴 하지만 뻔한 틀을 반복하지 않는다. 코드쿤스트는 곡들에 블루스와 록, 재즈의 기운을 주입하거나 때로는 R&B를 중심 양식으로 택함으로써 열다섯 가지 메뉴의 호화로운 코스요리를 완성했다. 몇몇 트랙의 말미에 가해진 이완이나 변주는 흥미로움을 키운다. 음색, 플로, 창법이 저마다 다른 객원 뮤지션들은 실한 재료일 뿐만 아니라 노래들의 풍미를 증폭하는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듣기 좋은 앨범이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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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식스 - < Sunrise >

 

아이돌을 넘어 그냥 '좋은 밴드'를 발견했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이 앨범 속 14개의 트랙은 이를 여실히 그리고 충실히 증명한다. 매달 곡을 만들고 공연을 하며 쌓아온 경험은 창작에 대한 감각을 날카롭게 벼렸으며, 동시에 자신들이 나아갈 곳을 명확하게 인지하게끔 만들었다. 전면에 내세운 연주 파트의 존재감, 여러 보이스 컬러가 겹쳐지며 발하는 스펙트럼은 좋은 멜로디를 타고 '보편적인 록 음악'의 기준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깊이 없이 콘셉트로만 활용하는 아이돌 밴드들의 오류와 대중성 부족이라는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의 맹점, 이를 모두 메워내며 제시한 결과물은 다양한 갈래의 편곡과 탄탄한 송라이팅으로 같은 장르 내에서 확연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더불어 러닝타임 내내 딴청 피울 새가 없는, 좋은 곡들이 연달아 들려오는 풀렝스(Full-length)로서의 완성도도 박수를 쳐주고 싶은 부분. 타이틀처럼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모습, 이 작품을 통해 본다.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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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 < 녹색이념 >

 

음반은 화려하지 않다. 힙합 신에 유행처럼 번진 스웩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으며 멜로디컬한 훅으로 대중의 입맛을 맞추지도 않는다. 오로지 알맹이. 목소리와 빽빽한 가사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즉 앨범은 보기 좋은, 혹은 듣기 좋은 허세가 아닌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자 빈틈없는 자기 연마의 기록물인 것이다.

 

전반에 서려 있는 서정성이 우선의 시선을 잡아끈다. 무거운 분위기에 가스펠 풍 코러스가 잦은 양념이 되고 그 위에 자신의 신념, 시선, 고민을 날카롭게 올려놨다. 여기에 한 글자도 흘리지 않고 꼭꼭 씹어 삼키는 래핑이 호소력을 전달하고 영어 없이 한글로만 구성된 가사는 그의 서사에 이해도를 높인다. 누구의 귓전이라도 파고들 따가운 래핑과 래퍼 테이크원이 아닌 인간 김태균의 고뇌가 담긴 음반. 힙스러운 것들로 가득한 본질이 흐려진 힙합을 되돌아보게 한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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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나 - < FANACONDA >

 

4년 이상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지만 예의 '라임폭격'은 여전히 무차별로 단행된다. 그 폭격의 투하 지점은 일차적으로 대중화라는 뚱딴지 미명으로 산업재해를 야기하는 '쇼미더머니'. 하지만 화나는 거짓, 위선, 차별, 개떼근성의 전체 세상으로 범주를 확대한다. 빠른 'Do ya thang'이든 비장한 '순교자찬가'든 '펜의 과다출혈'의 산물인 언어 배열, 어휘 나열을 쫓는 것만으로도 앨범은 가치를 지닌다.

 

부패한 주류에서 스스로를 '유배'시키면서 '오지 않는 그날, 오지 않을 그날'임을 알지만 그래도 다시 방패와 칼을 잡는 불굴의 태도. 역시 청춘과 랩은 개탄과 분노를 화약으로 쏘아 올리는 화살임을 증명한다. 그만의 음색과 긴 호흡으로 재를 뿌리는 풍자극의 변사 같지만 지혜와 진실로 충만한 메시지는 거의 설법 수준! 가슴 뻥 뚫리듯 통쾌해 하지만 우리는 절로 동시에 처절히 자신을 반성한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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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 < 요새드림요새 >

 

창작자가 아닌 소비자의 이기적인 입장에서 '내 음악을 콘텐츠가 포화상태인 주류 음원 사이트에 던져 놓는 것이 싫었다'는 그의 아집에 그리 크게 공감할 수 없었다. 이는 귀에 잘 붙는 < Why We Fail > 이후 쉽게 소화되지 않는 음악으로 대중과 멀어져 가는 행보와 겹쳐져 더욱 서운하게 다가왔다. 어쨌든 이승열의 여섯 번째 음반< 요새드림요새 >는 해외 음원사이트에 결제를 감행한 소수들만 들었고, 들을 수 있는 음반이다. 그럼에도 2017년의 가요 음악계를 정리하는 결산에 폐쇄적인 음반을 올려놓는 이유는 여타하고 올 한해 주류 음악들에서 발견하기 힘들었던 음악을 대하는 뮤지션의 작가주의적 태도 때문이다.

 

늘 시도와 실험을 반복하면서도 보편적인 정서를 녹여내는 작법은 < 요새드림요새 >에 이르러 여유를 찾는다. 난해하게 다가오는 트랙들마저 이전의 것들에 비해 쉽고 친절하다. 굳이 해체하고 해석하지 않아도 충분한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지만, 정확한 의미를 도출하기 힘든 음반의 타이틀과 장난기 넘치는 가사로 비롯된 애매함 속에서 각자 의미를 부여하는 즐거움이 < 요새드림요새 >의 숨어있는 가치다. 이승열의 얄미운 블루스가 또 한 번 마음을 움직인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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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키 - < Fuckingmadness >

 

이 아티스트를 정의하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새 밴드 '뻐킹매드니스'와 함께 돌아온 김오키는 '친일 청산'을 모토로 내건 여유로운 애시드 소울 - 힙합 - 펑크 - 재즈를 풀어낸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부터 『격동의 현대사』까지 역사와 현실을 담아내는 형형한 눈빛에 한 번 놀라고, 장르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역설의 메시지에 또 한 번 놀란다. 도발적인 제목과 강렬한 메시지와 달리 커리어에서 가장 낭만적인 사운드로 접근성까지 넓혔다.

 

유유자적 리듬처럼 들리지만 오케스트라적 밴드 지휘로부터 일궈낸 '의도된 개판'이다. 프로듀서 포커페이스(4kapas)가 주조한 비트와 김오키의 무아지경 색소폰, 밴드의 유려하면서도 치밀한 연주는 그 자체로 치열한 예술가들의 '지독한 광기'다. 15분에 달하는 'Fuc ma dreams'부터 반어적 제목의 'Banjai Kankoku'까지 한 곡, 한 멜로디, 음 하나하나가 쉽게 소비되지 않는다. 거듭 지평을 넓혀가는 김오키의 < Fuckingmadness >는 보다 더 뜨겁게 다뤄져야 할 문제작이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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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

 

2014년 < 신발장 >과 이들의 성공적 복귀를 기억한다. 9집에서도 편안하고 서정적인 작법으로 수록곡 꼬리마다 놓인 여러 이름을 에픽하이 안으로 흡수한다. 'Born hater' 속편 '노땡큐'와 공허함을 담은 '빈차', 다른 힙합의 질감이 자연스레 공존하는 앨범은 이들이 14년째 대중 곁에 존재할 수 있던 이유를 말해준다. 더 화려한 갈채를 그릴 수 있었겠지만 반대로 예전만큼 잘 써지지 않는 가사와 고민도 솔직히 담아낸다. 앨범을 들을수록 저릿하게 파고드는 건 빛나던 그룹의 총명함보다 우리가 나이를 먹은 만큼 이들도 시간을 품어왔다는 사실이다.

 

공로를 과거로 가두기엔 에픽하이는 여전히 소중하고 특별한 팀이다. 의미 없이 채운 랩이 늘수록 이들의 언어가 갖는 무게, 그만큼 써내려갔을 펜촉에는 책임감이 배어있다. 불완전한 청춘이 음악 속에 활발히 표현되는 지금도 열병과 유약함을 타블로만큼 비유해낼 이가 없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가사가 좋아 랩을 외우던 하이스쿨은 이제 '어른 즈음에'와 '문배동 단골집'의 내용을 가슴으로 느낄 만큼 자라 공감한다. 소리 아닌 상처 내서 만든 노래로 에픽하이는 공고히 서있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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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훈과 블랙스톤즈 - < 김창완 >

 

거대한 콜라주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에선 단단한 하드록의 호흡을, '묵묵부답'에선 헤비메탈의 묵직함을, '숨'에선 진중한 서정을, 바버렛츠와 함께한 '러브신드롬'에선 가볍게 통통 튀는 로큰롤을 각각 담았다. 이 서로 다른 개성의 음악들이 김창훈이라는 거대한 용광로를 통과하면서 하나의 스타일로 우러난다. 신기할 정도다. 형 김창완과 함께 산울림 전설의 일원으로서 음악을 체화(體化)한 사람만이 부릴 수 있는 여유와 관록 아닐까. 이 독특한 어우러짐은 계산적으로 만들어낸 '일관성'이라기보다는, 이것저것 의식하지 않고 그저 온몸으로 뚫어버리는 거장의 굵직한 '관통력'에 가깝다.

 

2017년에 산울림을 불러낸다는 것을 단순한 '재현'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테다. 여기서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유병열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록 장르 전반을 넘나드는 탄탄한 연주력으로 과거와 현재 사이에 견고한 다리를 놓은 것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에 헌정하는 비장한 대곡 '첫사랑 광주야'에선 국악과의 크로스오버 위로 수려한 록 기타 솔로를 보여주고, '김창완'에서는 산울림 특유의 장난기 있는 사이키델릭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난 록 큰형님의 듬직한 풍채! 산울림은, 록은 아직 여전하다.(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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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짓군즈 - < Junk Drunk Love >

 

느릿하고 나른하며 가끔은 게으르기도 하다.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데 혈안이 된 세상 속에서 이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노는가를 내보이기 바쁘다. 호화롭고 부티로 가득한 유흥과는 또 거리가 멀다. 햄버거를 한가득 베어 물고 콜라로 입안을 적당히 적시고서는 취해 늘어질 곳을 찾아 떠나고 또 노래한다.

 

흥미롭게도 리짓군즈의 이 너절한 이야기 너머에는 치밀한 구성이 뒷받침하고 있다. 나릿한 그루브 위에는 펑키하고 약간은 재지하며 은근히 로킹한 비트가 올라서있고, 단단한 래핑은 다채롭게 레퍼토리를 풀어내는 데다, 훅은 더 없이 캐치하다. 너저분한 테마 뒤로 높은 완성도를 숨긴 재미있는 작품. 정크푸드와 알코올, 담배 연기, 그리고 여름과 해변, 사랑을 향한 유쾌하고도 불콰한 찬미는 크루와 < Junk Drunk Love >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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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 < 홀로 있는 사람들 >

 

할 만큼 다했다. 할 수 있는 걸 다했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것도 다했다. '마지막'이라는 기약을 두고 만들어진 앨범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아낌없이 모두 소진했다. 아이유와의 콜라보레이션과 멜랑꼴리한 신스 팝으로 변한 것도 그 과정 중 하나다. 이런 변신은 타 앨범과는 확실히 다른 질감으로 느껴지는데, 사실 스타일이 조금 달라졌을 뿐 주제나 가사의 내용은 여전하다. 냉소적이고 까칠해 보이지만, 이들은 어느 무엇보다 '사람'과 '마음'에 충실하다.

 

이석원은 "5집처럼 힘들게 앨범을 만들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우리가, 그보다도 길고 험난한 과정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라고 새 앨범의 소회를 밝혔다. 본인들의 성에 차지 않아 퇴고에 퇴고를 거듭한 '갈고 다듬은' 음악들이다. 너무나 매끈한 사운드라 오히려 그의 강박과 곤두선 신경이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그래서 앨범을 내놨다 하면 누구보다 믿고 들을 수 있는 언니네 이발관이 아니었나.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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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연말. 다이어리에는 한 해를 돌아볼 송년회 약속이 줄지어 자리하고 있다. 여기, 이즘만의 방식으로 조금 이른 송년회를 준비했다. 언제 뒤적여도 올해를 떠올릴 만한 싱글 10장. 노래가 자리한 기억이 부디 밝게 빛나길 빌어보며 문을 연다. 글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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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  「Really really」

 

새롭지도 않고 혁신적이지도 못하며 인생의 깊이를 담아낼 만큼의 깊이 있고 진지한 가사도 아니다. 그저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때 흘러가는 젊은이들을 위한 유행 가요다. 하지만 「Really really」는 그 모든 진부함과 상투성을 감추지 않고 당당히 내세워 오히려 참신했고, 음악의 근본인 멜로디와 리듬으로 정면승부를 보았다. 정갈한 사운드와 예민한 녹음 기술은 이것을 뒷받침하는 세부적 결과이며 미세한 장치다.

 

「Really really」는 매끈하고 세련된, 말 그대로 '대중음악'이다. 노래 안에는 2017년이 있고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있다. EDM 형식과 나르시시즘을 부정할 수 없는 직설적이고 직접적인 사랑고백의 노랫말은 지금의 문화이자 현재의 방식이다. 트렌드를 따르지만 가청 주파수를 넘지 않는 선에서 팝적인 감각을 최대치로 끌어올린 이 고품격 댄스 팝은 2017년의 가요계를 멋들어지게 만든 원석 중에서 가장 잘 다듬어 놓은 보석이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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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밤편지」

 

사랑하는 이의 잠을 깨우지 않으려는 듯 나직하게 속삭이는 아이유의 목소리는, 정말로 '밤'이었다. 밤공기처럼 고즈넉한 어쿠스틱 기타 반주, 사각거리며 적어내린 예쁘디예쁜 단어들, 그 모든 떨림과 사랑을 높낮이로 그려낸 섬세한 선율까지 모두 다 '밤'이고 '편지'다. 종이의 질감을 닮은 이 노래로 아이유는 우리 안에 잠들어있던 어떤 감정을 조용히 깨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밤새 편지를 쓸 때 움트는 그 애틋하고 작고 여린 마음을, 올해 이보다 더 정확하게 짚어내 노래한 곡은 없었다.

 

말을 예쁘게 쓰고 그걸 예쁘게 부르는 아이유의 장기가 맺은 열매다. 특히 평소에 쉽게 듣기 어려운 “~예요”가 잠깐의 공백 사이로 조용히 퍼진 순간은 언어의 맛을 한껏 살린 명장면이었다. '밤편지'의 작은 울림은 그렇게 파도가 되어 모든 가슴에 가닿았다. 2015년 < Chat-Shire >이후 복잡한 자아를 점점 치밀하게 파고들어가면서도 항상 한 발을 보통의 공감대에 두는 이 감각, 곡의 말끔한 완성도 너머에 흐르는 이 진솔함이 오늘의 아이유를 만든 건 아닐까. 소박해서 더 깊이 남는 노래.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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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재  -  「시차 (Feat. 로꼬 & 그레이)」

 

눈썹까지 비니를 눌러쓴 채 '엄마'와 '알약'을 묶어 말하는 래퍼의 등장. 쇼맨십과 비즈니스로 얼룩진 '쇼미더머니'가 신인 발굴이란 순기능을 발휘한 순간이다. 아픔과 불안의 정서를 한껏 끌어안은 듯한 독특한 캐릭터, 극단적인 단어 선택과 어눌한 톤으로 툭툭 뱉는 플로우가 실린 그의 랩은 현시대의 젊음이 숨기고 숨겨왔던 어두운 구석들을 끄집어낸다.

 

「시차」는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 향하던 홍익대학교 힙합 동아리 브레인워즈(Brainwords)의 승리다. 이들을 대하는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시선과 시간을 함부로 쓰는 사람들에 대한 부러움을 끝끝내 버텨낸 우원재, 로꼬, 그레이. '다름'의 시차를 감수한 동아리 3인방은 각자의 방식으로 힙합이란 놀이에 매진한 자신들에게 축배를, 꿈에 정진하고 있는 청춘들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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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아  -  「계단」

 

이진아의 음악은 어렵고도 쉽다. 기괴하고 음산한 피아노 건반과 헤비메탈에나 어울릴 법한 둔탁한 드럼 연주로 시작해 복잡한 코드 워크를 지나 순식간에 밝고 톡 터지는 편안한 컨템포러리 재즈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하나의 주제에서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면서도, 그 개연성을 놓치지 않는 이진아의 스킬과 (호불호가 갈리긴 하지만) 티 없이 맑은 그의 보컬은 변주와 애드리브로 점철된 미로 같은 '계단'의 세계에서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다.

 

유희열의 믿음이 통했다. 이진아는 이번 홀로서기 앨범에서 팝, 그러니까 대중음악적 감수성이라는 기초 위에 자신의 장기를 가감 없이 발휘했다. 주재료는 큼직하게 썰어 넣어 어렵지 않게 씹는 질감을 느낄 수 있지만, 형용할 수 없는 묘한 소스 덕택에 계속 손이 가는 요리처럼 한 차원 높은 가요가 탄생했다. 이진아의 음악에는 소녀시대와 제이미 컬럼, 옥상 달빛 그리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뮤지컬 효과가 마구 섞여 있다. 대중음악의 확장, 그 중대한 임무를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이 놀랍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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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  「Artist」

 

젊은 야망으로 응축된 아티스트의 나르시시즘과 긍정 바이브의 무한 확산. 간결한 도입부 비트에서 '올해도 스케줄 꽉 찼고 / 길 가면 다 알아보고 / Fanxy child 겁나 핫하고'라며 멋진 근황을 하이 텐션 랩으로 풀어내더니 대중적 훅으로 곡의 지향을 야심차게 선언한다. '생각 말고 저질러 붓은 너가 쥐고 있어 / 제일 감각 있잖아 자기 집 거울 앞에선'을 통해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영감을 불어놓고, 충동을 불러일으킨다. 나만 아티스트가 아니라 'We artist'다.

 

「Artist」는 재능 있는 뮤지션이 '믿고 듣는 프로듀서'의 영예를 공고히 하는 계기와 더불어, 기술적인 면을 넘어 메시지의 영역에서도 대중과의 소통과 긍정적 파급효과의 의도를 증명했다. 신세대의 '힙한' 수요와 대중의 너른 취향을 한데 아우르며 차트에서도 호성적을 거뒀다. 이 노래를 듣고 잠시나마 현실에 눌려있던 속 깊은 곳의 재능이 꿈틀거린 사람이라면 당당히 외쳐보자. 'We are, we are, we artist baby!'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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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  「봄날」

 

「봄날」은 보고 싶다는  친구의 그리움을, 타인의 상처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성숙한 사회를 노래한다. 어느덧 따스한 소년으로 성장한 이들. 음악은 물론 뮤직비디오와 퍼포먼스에서도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부드러운 곡 진행과 듣기 편한 멜로디,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서정적인 노랫말. 여기에 강렬한 '방탄'의 힙합 스타일과는 다른 섬세하고도 애절한 감성까지. 올해 이들이 발표한 노래 중 유독 '봄날'이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은 이유였다.

 

그 무엇도 아닌 이들의 피 땀 눈물로 온전히 이뤄낸 따뜻한 봄날. 2017년은 또한 'BTS'가 전 세계에서 활짝 피어난 순간이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열정을 쏟는다면, 반드시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일깨운 이들. 편견에 둘러싸인 추운 겨울이 지날 거라 믿는 이 곡은 그렇게 위로로 다가왔다. 몇 번의 '봄날'을 거친 후에 맞이한 그들의 화양연화를 볼 수 있어서 각별했던 올해.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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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빨간 사춘기  -  「썸 탈거야」

 

혼밥 혼술 솔로족 세상을 달래는 불가피한 음악 키워드가 '거리 좁히기' 아닐까. 가까이, 더 가까이 가서 귀에다 대고 속삭여야 한다. 볼빨간 사춘기는 목소리 녹음, 발성, 노랫말, 편곡에 있어서 근래 노래는 발표하듯 객관적으로 표현해선 실패할 것임을 일깨운다. '고막여친'이 그 상황의 표제어.

 

'우주를 줄게' 이래 줄곧 20대 여성 아닌 사춘기의 애틋한 감성과 성장통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각별하다. 여기 '사라져 아니 사라지지 마/ 네 맘을 보여줘 아니 보여주지 마'로 충분하다. 다들 '나 오늘부터 너랑 썸을 한번 타볼 거야' 대목을 기다리게 만드는 건 가사와의 배합이 일품인 안지영의 멜로디 유전자에 기인한다. 음원깡패가 된 배경은 복합적이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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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  -  「Tomboy」

 

이 곡으로 혁오가 파고든 건 '감성'이었다. 건조한 어쿠스틱 기타와 오혁의 까칠한 목소리로 잔잔하게 시작해 밴드 구성의 사운드가 한 데 얹히며 가슴을 칠 듯 터져 나오는 후반부 코러스를 떠올려 본다. 그 강렬함은 쉽게 귀에 걸리는 선율과 시너지를 이루며 이러한 결과를 불러냈다. 부모 세대와 청년 세대를 고루 만족시킬 호소력. 말하자면 노래를 통한 세대 간의 만족인 것이다.

 

봄의 끝에 발매되었음에도 쓸쓸한 가을이 떠오르는 가사가 곡의 약효를 제대로 드러낸다. '젊은 우리 나이테는 잘 보이지 않고, 찬란한 빛에 눈이 멀어 꺼져 가는데'라니. 이건 젊은이들에게는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중장년층에게는 살아온 날과 살아갈 날들을 뒤돌아보게 할 감성적이고 솔직한 이야기였다. 누구라도 생각에 잠기게 할 서정적 구성과 가사. 인디밴드로 출발한 그들이 메이저의 힘을 가진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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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벨벳  -  「빨간 맛」

 

뜨거운 여름을 견디게 해준 고마운 노래다. 빨간 맛~으로 쏟아지는 선율의 풍성함은 열대 해변의 강렬함부터 얼음을 띄운 체리콕까지 그 온도에 연상되는 장면들을 한껏 불어넣는다. 빽빽하게 채운 비트로 속도를 높이는 와중에도 흡인력 높은 후렴을 놓치지 않아온 이들이다. 그 꾸준한 노력이 대중과 강력한 접점을 만들어 모두의 써머송으로 활약했다.

 

2017년은 유독 색채가 유행했다. 퍼스널 컬러와 웜톤 쿨톤, 아이돌 노래도 색깔을 입었고 그런 상황에서 이름부터 선명한 색으로 물들인 레드벨벳은 분명 우위에 있었다. 「빨간 맛」은 그동안 표현해온 레드의 얼굴 중 가장 화사하고 활기찬 표정을 지어 보인다. 멤버들의 발랄한 보컬도 캔디팝의 달콤함을 충족해준다. 온통 빨간색으로 채워도 부담스럽지 않던 곡은 무더위를 정면으로 맞서며 무찔러줬다. 이 노래라면 여름도 사랑할만한 계절이 될 것 같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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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비룸  -  「Sunday (Feat. 헤이즈, 박재범)」

 

올해 가요계에 가장 선명한 궤적을 그려낸 프로듀싱팀 그루비룸. 장르 구분이 무의미한, '좋은 노래'라는 포지셔닝을 성공적으로 일궈낸 이들의 행적은 '그룹이름'을 내건 이 곡에서 정점을 찍는다. 수시로 그 모양을 달리하는 비트를 필두로, 기타와 건반 등 리얼 세션이 가세해 그려낸 입체적인 밑그림은 들을 때마다 매번 새로움을 자아낸다. 여기에 동시대의 감정에 충실한 헤이즈와, 박자를 능숙하게 타고 넘는 박재범의 보컬은 캐릭터를 구체적으로 그려내며 노랫말 속 상황을 디테일하게 구현하고 있다. 그야말로 2017년의 컨템포러리 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적합한 대답. 트렌드세터 세 명이 함께 세워 올린 삼각기둥은 이토록이나 탄탄하다. (황선업)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017년 결산, 올해의 팝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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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는 일에 국경이라는 게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음을 실감한다.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연결되면서 태평양 너머의 음악인 팝도 한국에서 꾸준히 영토를 넓혀나가는 중이다. 그리고 결정타는 언제나 싱글보다 무겁고 오래 남는 앨범의 몫이다. 동그란 CD 안에서 곡과 곡이 어우러지며 뿜어내는 그 즐거움! 놓쳐서는 안 될 올해의 팝 앨범 열 장을 골랐다.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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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더 존 미스티(Father John Misty) - < Pure Comedy >

 

감상의 초점을 음악적 만듦새에 두면 앨범은 듣기 좋은 바로크 팝, 오케스트럴 포크의 모음이다. 음반 구석구석에는 1970년대의 엘튼 존과 해리 닐슨, 랜디 뉴먼의 흔적이 골고루 남아있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소리 장식과 쉽게 지나치기 어려울 만큼 매력적인 멜로디, 처연한 구석이 있는 조시 틸먼의 목소리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사운드 활용과 선율의 파워만으로도 앨범의 값어치는 상당하다.

 

이 음반의 특별함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데 있다.< Pure Comedy >의 진가는 촘촘한 스토리텔링을 이루는 가사를 통해 완성된다. 열세 곡의 노래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조시 틸먼의 괴로움, 눈부시게 진보한 세상을 바라보는 서늘한 시선, 삶을 윤택하게 한 첨단 기술을 향한 냉소 따위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한 발짝 물러나 담담하게 써 내려간 이야기엔 빼어난 구성미가 존재한다. '순수 코미디'를 표방한 우리네 '블랙 코미디'. 음악과 내러티브,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올해의 작품.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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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 (Kendrick Lamar) - < DAMN. >

 

전작들과 또 다른 스타일로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 < To Pimp A Butterfly >< Untitled Unmastered. >를 장식했던 재즈, 네오 솔, 펑크(funk)는 자취를 감췄다. 대신 이번에는 보통의 힙합 문법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수록곡을 성긴 비트로 꾸밈으로써 유행과 조금 거리를 뒀다. 이 때문에 시종 유지되는 음침한 분위기는 < DAMN. >을 한층 야릇하게 만든다.

 

변한 것은 반주의 표정뿐이다. 살면서 이런저런 시련을 맞닥뜨릴 때마다 느낀 두려움을 상기하는 'FEAR.', 총기 범죄가 만연한 미국 사회를 비판하는 'XXX.', 인종차별이 사라지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는 'PRIDE.' 등 삶과 주변 사회를 살피는 무게감 있는 노랫말은 여전히 굳게 자리를 지킨다. 이따금 플로나 톤을 바꿔 가며 활기를 생산하는 감각적인 래핑 또한 변함없다. 음악적 쇄신, 묘한 흡인력과 숙고를 아우른 < DAMN. >으로 켄드릭 라마는 재차 특별함을 웅변했다. (한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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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SZA) - < Ctrl >

  

본인의 속마음조차 제대로 알 수 없어 결국 상대방의 관심을 통해 존재 이유를 찾게 되는, 어른이 되기엔 아직은 어린 20대의 한복판. 그 혼란의 정서가 뭉근하고 눅진한 비트 위로 나른하게 펼쳐지는 순간, 동세대 여성들의 삶과의 접점이 마법처럼 만들어 진다. 좀처럼 채워지지 않는 자존감과 외로움을 마치 대화를 하듯 리드미컬하게 노래하는 'Drew barrymore', 남녀관계에서 맞닥뜨리게 되는 감정들을 별다른 수식 없이 있는 그대로 나열한 듯한 'Love galore' 등 남다른 보컬 퍼포먼스와 깊이의 정도가 다른 솔직함으로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혼자만의 방'을 구축하고 있다.

 

베이스를 강조한 비트, 몽환적인 신스 리프를 동반해 성적 언어를 쏟아내는 'Doves in the wind', 규정된 여성상에 태클을 거는 'Normal girl'에선 성적인 화두를 부각시키며 이 모든 이야기가 단순히 '개인'을 떠나 '전체'에 대한 고찰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 또한 놀랍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잘 짜인 러닝타임의 스토리텔링과 이에 맞는 음악을 제공해 준 프로듀서진의 역량,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를 흡수해 최대치를 발휘한 이 알앤비 신성의 보컬 퍼포먼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거창한 선언이나 성명은 커녕, 오히려 그 반대인 내면으로 침잠해 얻어낸 공감과 위로이기에 그 상징성은 더욱 강하게 와닿는다. 유난히 삶이 공허하고 버겁게 느껴질 어느 날, 유난스럽지 않게 마음을 달래줄 동반자가 될 2017년의 한 장. (황선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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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씨디 사운드시스템 (LCD Soundsystem) - < American Dream >

  

6년 전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작별 후 해산을 알린 엘씨디 사운드시스템. 안녕은 영원한 헤어짐이 아니듯 밴드의 선장 제임스 머피와 그의 크루는 야심 찬 거대 레트로 프로젝트로 돌아왔다. 그 작품은 21세기 브라이언 이노를 꿈꾸는 베테랑 아티스트가 과거의 혁신가들이 남긴 사운드 유산을 쌓아 올린, 커리어 사상 가장 장대한 스케일의 < American Dream >이다.

 

미니멀리즘의 까칠한 펑크 록으로 새 시대의 허세를 비틀던 머피는 성숙한 시선과 농익은 실력으로 기막힌 사운드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웅장한 시작으로 커튼을 열어젖히며 쏟아져 들어오는 'Oh baby'부터 건조한 기타 리프의 질주 'Call the police', 일렉트릭 디스코 'tonite'과 'other voices'까지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긴 호흡의 연속이 이어진다. 크라프트베르크, 토킹 헤즈, 브라이언 이노, 그리고 데이비드 보위까지. 1970년대 실험가들의 영전에 바친< American Dream >으로 엘씨디 사운드시스템은 치밀하고 치열하며 성숙한 2017년의 기록을 썼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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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 마사 (Mura Masa) - < Mura Masa >

  

도대체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신인인가, 했더니 이미 이전부터 징조가 여럿 있었다. 처음엔 여타 뮤지션처럼 사운드 클라우드에 자신의 믹스 테이프를 올리면서 커리어를 쌓았고, 2016년 BBC에서 주관하는 사운드 오브(비평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루키 선정 투표 시스템)에서 신예 힙합 그룹 웨스턴(WSTRN)과 공동 5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Beat slayer”, 약관의 나이를 갓 넘은 신인 프로듀서 무라 마사가 자신을 표현하는 말이다. 날카로움으로는 따라갈 검이 없었다던 일본의 명도(名刀) 무라마사의 이름처럼 비트와 장르를 난도질하여 해체, 재구성하고 혼을 불어넣는다. 박자를 제 손안에서 주무르면서도 난해한 리듬에 매몰되지 않고 청아한 사운드의 공명과 다른 이의 목소리를 빌려 만들어내는 명료한 훅은 이미 팝의 기본형이 되었다. 영국령 채널 제도의 작은 섬에서 태어난 시골 소년의 금의환향.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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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 더 크리에이터 (Tyler the Creator) - < Flower Boy >

  

매니악했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달라졌다. 기괴함과 난폭함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던 'Yonkers'의 그가 분방함을 한 숨 죽이고 부드러움을 두 숨 늘렸다. 특유의 저음으로 빽빽하게 내뱉던 래핑도 여유로워졌다. 이유 있는 변신. 그가 이토록 잘 들리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음반을 만든 건 메시지 때문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는 자기 고백의 서사가 바로 이 작품에 담겨있다.

 

젊은 세대의 감성을 아우르며 감각적인 비트와 뮤직비디오, 또 옷차림으로 호응 받던 그가 겉옷을 벗고 자신을 드러낸다. 수록곡 'Garden Shed(Feat. Estelle)'에 서려 있는 은유적인 커밍아웃과 'I ain't got time!'에서 작정하고 적어낸 내면의 풀이가 그 심기일전을 보여준다. 타이틀 'Who dat boy(Feat. ASAP Rocky)' 정도가 이전의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의 콘셉트를 보여주지만 상관없다. 거친 외관으로 감싸지 않아도 전달되는 음악적 호소력이 그의 발전을 알린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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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 (Queens Of The Stone Age) - < Villains >

  

2010년대는 복고와 레트로 문화가 전반적인 유행이지만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 Villains >만큼 시계추를 완벽하게 돌린 앨범도 흔치 않다. 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지향하는 EDM과 알앤비, 힙합과 달리 록 진영은 과거를 기반으로 오히려 예전을 향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가 정좌하고 있다. 7번째 정규 앨범 < Villains >는 그 확실한 영역표시로 기록될 작품이다.

 

< Villains >는 절대로 친절하지 않고 정성을 다해서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은 의욕도 없는 음반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만들고 하고 싶은 말을 노래한다. 밀도가 높고 촘촘하지만 정리가 안 된 거친 사운드 그리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변곡점이 심한 곡 구조는 꾸밈없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로큰롤임을 대변한다. 2000년대 초반,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프리랜서를 선언한 라디오 피디 겸 진행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돈을 좇지 마라. 돈을 좇으면 못 번다.”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 Villains >는 계산기를 두들기는 음반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서도 부와 명예를 획득한 '진짜' 로큰롤 음반이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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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캣 (Thundercat) - < Drunk >

 

퓨전 재즈의 자유로움을 잃지 않으면서 대중과의 연결점까지 잘 짚어낸 빼어난 앨범! 평균 2분을 조금 넘는 수록곡들 안에 꽉꽉 눌러 담은 상상력이 들을 때마다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프로듀서이기 이전에 뛰어난 베이시스트인 썬더캣의 연주는 작품을 지탱하는 든든한 뿌리다. 'Uh uh'에선 연주자로서의 자신감을 마음껏 뿜어내고, '소리'에 관한 깊은 관심은 'A fan's mail (tron song II)'같은 곡들의 몽환적인 사운드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다재다능한 천재 뮤지션의 고품질 퓨전 알앤비 세트다.

 

마이클 맥도널드와 케니 로긴스를 비롯해 퍼렐에 위즈 칼리파와 켄드릭 라마 등, 화려한 피처링 목록만 봐도 현재 팝 씬 안에서 썬더캣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쟁쟁한 스타들의 개성을 < Drunk >의 스타일 안에 자연스럽게 담아내는 전체적인 음악적 기획력이 빛난다. 밴드음악의 주춧돌인 베이스 기타처럼, 대중음악의 근간인 재즈에 대한 깊은 이해에서 비롯된 '진짜 실력'이다. 수미상관 구성이나 곡들 사이의 긴밀한 연결 또한 이 앨범의 무시 못 할 즐거움이니 놓치지 마시길!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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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스테이플스 (Vince Staples) - < Big Fish Theory >

 

적당한 괴팍함과 은근한 친근함이< Big Fish Theory >에 놓여있다. 애정과 존중이 사라지고 혐오만 남은 커뮤니티와 그곳을 빠져나온 이를 감싸고 있는 허무함을 그려내기 위해 디트로이트 테크노와 하우스의 건조함을 선택, 노 아이디(No I.D.)를 비롯한 힙합 프로듀서가 아닌 플룸(Flume)이나 GTA, 소피(Sophie) 등 전자음악 프로듀서들을 끌어들여 완성한 음반은 이제 고작 두 장의 정규앨범을 발표한 래퍼의 것이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견고하고 혁신적이다. 음반은 힙합과 일렉트로니카라는, 다른 두 장르가 선사하는 기본적인 즐거움을 밀도 있는 사운드와 정교한 짜임새로 충실히 구현한다.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찍어낸 양산형 비트들에 귀가 지쳐있던 올해, 좋은 스피커에 대한 구매욕이 강하게 든 작품은 < Big Fish Theory >가 유일했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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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Lorde) - < Melodrama >

 

데뷔곡 'Royals'에서 밝힌 것처럼 '금니, 보드카, 욕실에서 취하기, 핏자국'은 없다. 호화스러운 스웩보다는 절망스럽고 혼란스러운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17세의 나이로 그래미 어워드(2014)의 신데렐라가 되면서 인생이 완전히 바뀌어버린 그. 20대가 되어서도 여전히 힘들고 아픈 사람과의 사이, 사랑의 슬픔을 전력을 다해 풀어놓았다. 하우스 피아노의 질주가 들뜨게 만드는 'Green light'를 시작으로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으로 끝나는 “그런데 대체 망할 완벽한 장소라는 게 뭐야? (What the fuck are perfect places anyway?)”('Perfect places')까지.

 

취한 듯 늘어트리는 발음들이 전자비트와 만나면서 더욱 몽환적이고 신경질적으로 펼쳐진다. 일렉트로니카 위로 무아지경으로 몸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위태롭지만 아름답다. 뜨겁고 끈적끈적한 그래서 잡아먹힐 것만 같은 위험한 매력이 그대로 팔딱거리는 앨범. 아는 척, 있는 척, 멋있는 척, 특별한 척 하는 연출이 아닌 진짜의 광기가 서려있어 더욱 스며든다.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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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악이 강성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 팝 씬은 흑인음악의 위세가 가히 대단했다. 특히 힙합은 매해 전성기를 갱신하며 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물론 힙합 밖의 진영에서도 멋진 노래가 고르게 많이 나와 줘서 귀가 참 즐거웠던 한 해였다. 그 수많은 좋은 곡들 중에 우리의 2017년으로 기억될 팝 10 곡을 선정했다. 곡의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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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디시 감비노 (Childish Gambino) - 'Redbone'

 

미스터리 영화 < 겟 아웃 >의 도입부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곡이다. '겟 아웃!' 하면 이 노래가 연상될 정도니까. 음산하면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지배하는 음악과 영화는 닮은 점이 많다.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흑과 백의 대비, '깨어 있어야 해'로 요약할 수 있는 'Redbone'의 가사. 서로가 매혹적으로 어우러져 우리를 사로잡기 충분했다. 영화가 끝난 후 “처음에 나온 노래 제목 대체 뭔가요?”라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던 이유다.

 

앨범 커버에서 뜻밖의 무서움을 얻고 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차일디시 감비노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범상치 않다. 그렇지만 올해 이 곡이 주는 마력에 많은 사람이 이끌렸음은 부정할 수 없다. 몽환의 어둠으로 서서히 이끄는 코러스, 소름 돋을 정도로 갈라지는 목소리. 영화를 보지 않고 접하더라도 충분히 그리고 분명히 매력적이다. 1970년대 음악의 탁월한 재현이자, 2017년 가장 감각적인 사이키델릭 소울.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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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고스 (Migos) - 'Bad and boujee' (Feat. Lil Uzi Vert)

 

콰보(Quavo), 오프셋(Offset), 테이크오프(Takeoff). 음악 산업에도 성과급 제도가 있다면 이 세 남자부터 단단히 챙겨줘야 할 것이다. 메트로 부민(Metro Boomin)의 세련된 트랩 비트 위에 미고스의 쫀득한 래핑과 릴 우지 버트의 광기가 올라탄 'Bad and boujee'는 올해 가장 큰 임팩트를 남긴 힙합 트랙이다. 데뷔곡 'Versace'부터 'Bad and boujee'까지, 간단하고 반복적인 삼연음 플로우로 듣는 이를 단시간에 중독시키는 미고스 스타일은 현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가 되었으며, 올 한해 힙합 씬에 재미있는 얘깃거리를 만들어낸 멈블 랩의 유행에도 크게 기여한다. 스스로가 선도한 트렌드에 마르지 않는 창작력이 뒷받침해주니, 2017년은 미고스의 해였다 해도 모자람이 없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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숀 멘데스 (Shawn Mendes) - 'There's nothing holdin' me back'

 

어린 나이에 이런 능숙함이라니. '포스트 저스틴 비버'라는 별명을 얻기 충분한,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를 팝 영재의 출현이다. 숀 멘데스에게 하나 더 있는 메리트라면 역시 기타 연주! 'There's nothing holdin' me back'은 그런 그의 여러 매력이 모여들어 발생한 폭발적 시너지다. 청아한 기타 리프와 함께 시작해 신나는 댄스 팝과 거친 록을 자유롭게 오가고, 밴드 사운드의 한계를 뛰어넘어 일렉트로 댄스 팝의 분위기도 잠시 빌려온다.

 

청춘의 솔직한 싱그러움이 가득한 이 곡은, 거의 '힐링' 아니면 '탕진'으로 양분된 코드만을 섭취하고 있던 한국의 젊은 음악 팬들에게도 폭발적인 지지를 얻었다. 간만에 만나보는 '생음악'의 순수한 에너지도 반가웠다. 절로 몸을 들썩이게 하는 리듬과 잘 뽑은 선율, 소년스러움을 담은 매력적인 음색이 마치 청량음료처럼 시원하다. 히트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멋진 싱글이다.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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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마이클스 (Julia Michaels) - 'Issues'

 

감동의 곡이다. 진솔함을 넘어 처절하게 자기 자신을 분해하고 해체한 'Issues'는 지독히 개인적이라는 이유로 이 노래를 욕심 낸 다른 가수에게 주지 않고 줄리아 마이클스가 직접 불러 그 감정선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과용하지 않은 악기와 허스키하고 낮은 톤의 목소리로 고음을 넘나드는 보컬은 불완전한 자신의 심정을 담아내어 2017년에 발표된 노래들 중에서 가장 투명하고 영롱한 싱글이 되었다.

 

줄을 뜯는 현악기 소리와 일렉트릭 킥 드럼이 만들어내는 불규칙적인 비트는 신시사이저 건반의 변화 없는 코드 진행과 불균형을 이루며 감정 기복이 심한 줄리아 마이클스의 마음을 대변한다. EDM 시대에 전자 소리를 최소화한 일렉트로닉 싱글 'Issues'는 완벽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고백을 격정적으로 토해낸 줄리아 마이클스에겐 가장 완벽한 곡이다. (소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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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스타일스(Harry Styles) - 'Sign of the times'

 

출신으로 '앞으로'를 재단해버리는 건 얼마나 고리타분한 방식인가. 나지막한 건반 위로 그의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원 디렉션의 귀염둥이 막내는 이곳에 없을 거라는 걸 직감하게 된다. 전주에서 바람처럼 휘날리는 전자사운드가 시작되면 조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잔잔하게 흐르다가 드럼과 함께 터지는 구성은 익숙하지만 여전히 '심쿵'하게 만드는 록발라드 스타일이다. 타이틀 뿐 아니라 앨범도 록의 고전미를 충실히 살렸다. 아재 느낌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으로- 록의 진지한 멋과 와일드한 스타일리쉬함을 부활시킨다.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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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직(Logic) - '1-800-273-8255 (feat. Alessia Cara & Khalid)'

 

미국 자살방지센터 전화번호를 곡목으로 한 로직의 래핑, 바로 이게 캠페인 송 또는 신파로 변질될 우려를 차단한다. 그만큼 건반을 타고 흐르는 언어들에 실린 진정함과 진실함이 다중의 공감을 획득한다. “나만의 것이라 할 공간도 없었어 / 집도 없었고, 아무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지..”, “난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아..” 유년기의 불우한 처지를 딛고 '아픔과 희망'을 공유하려는 래퍼의 '진심'이 비극이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다른 길로 인도한다.

 

처절하지만 너저분하지 않게 절제와 동거한 것 또한 승리지점, 알레시아 카라, 칼리드도 한 절씩만 맡아 깔끔한 콜라보를 이뤘다. 그래미에도 진심이 통했다. '올해의 곡'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카라와 칼리드를 신인상 유력후보로 부상하는데도 기여했다. 이 트리플 크라운을 보면서 다시금 절감한다. '노래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 모처럼 우리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음악을 만났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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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모어(Paramore) - 'Hard times'

 

'Hard times'의 헤일리 윌리엄스에게선 블론디의 데비 해리와 프리텐더스의 크리시 하인드가 보인다. 1980년대 뉴 웨이브 펑크 팝으로 돌아온 파라모어는 노골적으로 과거를 언급한 < After Laughter >로 총천연색 개성을 심으며 올 한 해 선명한 궤적을 남겼다. 선 공개 싱글 'Hard times'는 이모 코어의 틀을 넘어 팝 펑크 밴드로 돌아왔던 < Paramore >로부터의 변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시한 곡이다.

 

옅어진 기타 톤에서부터 감지되는 변화는 댄서블한 비트 위의 신시사이저와 보다 절제된 헤일리의 보컬, 후반부 보코더로 구체화된다. 한 번 들으면 귀에 감기는 후렴부와 감각적인 멜로디 라인은 손쉬운 접근을 가능케 하고 헤일리의 독창적인 퍼포먼스 아래 숨겨진 밴드 재구성 과정에서의 우울한 감정은 레트로의 틀에 독창성을 부여한다. 'Hard times'는 30여 년 전의 영감으로부터 끊임없이 가지를 뻗어나가는 2017년의 록 씬을 대표한 싱글이다. (김도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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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Ed Sheeran) - 'Shape of you'

 

가장 많은 사람이 듣고 여러 장소에서 흘러나왔던 노래다. 넘실대는 퍼커션 비트와 거칠게 생동하는 기타, 그 위를 유려하고 달콤하게 흘러가는 에드 시런의 보컬이 섞여 세련미를 발휘한다. 어느 팝보다 많은 영어를 담고 있지만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 선율 덕에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왔다. 곡에 맞춰 안무를 보인 < 프로듀스 101 > 무대는 입체적 분위기와 표정을 입히며 화제성의 온도를 높였다. 팝과의 거리가 멀어진 10대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즐겼다.

 

힙합과 알앤비 사이의 빠른 리듬감을 자주 들려준 에드 시런이지만, 그의 음악을 수식할 때는 대부분 어쿠스틱한 포크송이 앞에 왔다. 그루브한 보컬과 섹시한 톤이 여유롭게 출렁이는 이 곡은 전에 없던 강한 인상과 파동을 남긴다. 'Shape of you'는 수수한 너드 캐릭터 같던 에드 시런을 매력 있고 반전 있으며 재능 갖춘 싱어송라이터로 만들며 음악성과 스타성 모두 견인했다. 내한이 성사되었다면 더 특별한 마침표를 찍었을 싱글이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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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엑스엑스(The XX) - 'On hold'

 

그 어느 때보다 세 멤버의 균형이 잘 이루어졌다. 몽환적인 분위기의 8할을 차지하는 로미 메들리 크로프트와 올리버 심의 보컬, 제이미 스미스(제이미 엑스엑스)의 샘플링과 비트 메이킹, 미니멀리즘에 걸맞게 반주의 전부인 베이스, 극적 효과를 위한 연출에 머무는 로미의 기타 연주까지 특정 멤버의 돌출 없이 그야말로 '디 엑스엑스'의 음악을 구현했다.

 

밴드의 정체성과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도 멜로디는 선명하게 남겨두었고, 후렴 부분에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홀 앤 오츠의 'I can't go for that(no can do)'를 붙여 넣어 자칫 지루할 수 있는 단순한 곡의 구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제 디 엑스엑스는 인디 팝이 아닌 인디와 팝이라는 두 개의 단어로 설명되어야 한다.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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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 'Slide (Feat. Frank Ocean & Migos)'

 

그야말로 청량함 가득한 여름 특수 노래였다. 문을 여는, 휘파람 소리 마냥 밝은 피아노 반주에 착 달라붙는 클랩 비트는 간단히 덩실거리는 리듬감을 만들고, 그냥 떠나자, 즐기자 말하는 중저음 대세 래퍼들의 속삭임은 몸은 몰라도 마음만은 휴가지로 인도했다. 곡이 속한 앨범명 그대로 즐길 수밖에 없는 펑크(Funk), 웨이브, 바운스의 대행진!

 

곡의 가치가 더욱 반짝일 수 있었던 건 노래가 캘빈 해리스의 손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DM의 가장 대중적인 디제이이자, 안정된 사운드 메이킹 실력을 지닌 그가 과감히 변신했다. 바로 1980~1990년대의 복고적 향취가 풍기는 펑키한 리듬에 힙합을 녹여서 말이다. 스피커가 터질 듯 화끈한 드롭은 없지만 리드미컬한 선율에 언제나처럼 곡의 매력을 배가시키는 맞춤형 피처링진이 그에게 허술함이란 없음을 보여준다. 진정 안주하지 않는 이 시대의 노력형 아티스트다. (박수진)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2017년 JPOP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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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해와 다르게 명확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던 한해였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사건이라면 바로 서치모스의 히트. 시티 팝과 블랙뮤직을 뒤섞고 힙스터 감성을 가미해 내놓은 이들의 콘텐츠는 갈라파고스라고 일컬어지는 열도에도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습니다. 언제까지고 소년소녀들의 디스토션이 지배할 것 같았던 일본 록 신에 큰 균열을 낸 사건 중의 사건이었죠.

 

더불어 올해 최고의 히트싱글인 다오코(DAOKO)의 '打上花火(불꽃놀이)'를 프로듀싱하고, 기세를 몰아 선보인 앨범 < Bootleg >까지 평단과 대중의 호의를 동시에 획득해 낸 요네즈 켄시의 급부상도 인상적. 보컬로이드 프로듀서로서 커리어를 시작해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솔로 가수로 군림하고 있는 그를 보면, 일본 내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희미해짐과 동시에 그것들이 활발히 섞여 새로운 결과물들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가 있습니다.

 

아쉬운 소식도 있었는데요. 바로 아무로 나미에의 은퇴발표입니다. 내년 9월 16일을 끝으로 가수 커리어를 종결하는 그는 마지막 스퍼트를 내며 공연과 앨범 발매 등 정력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아시아 투어도 발표되었건만 한국은 안타깝게도 제외되었네요. 멀리서나마 오랫동안 대중을 위해 한몸 불살라 온 그의 행보를 끝까지 응원하려 합니다.

 

그러면 본격적으로 올해 인상적으로 들은 앨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매년 말씀드리지만, 이 리스트는 IZM 전체가 아닌 황선업 필자 홀로 선정하는 것으로, 개인의 취향이 다소 들어가 있다는 점 미리 참고 부탁드립니다. 그래도 한해 트렌드를 어느 정도 고려하였기 때문에, 아래 앨범들을 들으시면 최근 경향의 윤곽이 대략으로나마 잡히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7번째를 맞는 올해의 제이팝 앨범! 과연 여러분이 들은 앨범은 얼마나 포함되어 있으며 놓친 앨범은 얼마나 될지. 한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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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모스(Suchmos)  - < THE KIDS >
네버 영 비치(never young beach) - < A GOOD TIME >
요기 뉴 웨이브스(Yogee New Waves) - < WAVES >

 

이 세 장은 묶어서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올 한 해를 관통했던 '시티팝 리바이벌' 붐은 아무래도 이 삼각편대가 중심이니까요. 올해 페스티벌에 가 세 팀의 라이브를 보고 왔는데, 실제로는 같은 카테고리로 묶이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먼저 서치모스. 여기 이렇게 다수의 음반을 늘어놓았지만, 대중성과 파급력을 종합해 딱 한 장만 꼽는다면 이 작품을 꼽을 것이고, 이 작품이어야 하며, 이 작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시티팝 리바이벌을 트렌드로 정착시킴과 동시에 본인들을 록스타로 부상시킨 무적의 앨범. 여전히 시티팝과 블랙뮤직의 사이를 지향하면서도, 전보다 뚜렷한 선율 및 록적인 테이스트를 가미해 접근성을 대폭 높였습니다.

 

펑크(Funk)와 록, 알앤비와 시티팝을 한데 섞고 흔들어 근사한 결과물을 도출해 낸 'stay tune'은 이들의 감각이 절정에 달해있음을 알려주는 파티튠이죠. '기타를 든 소년소녀'의 열정이나 패기와는 달리, 여유를 동반한 도회적인 느낌은 열도의 신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는 새로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과거의 유산을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제이팝의 미래를 제시한 레트로 명반이랄까요.
 

그에 반해 네버 영 비치는 좀 더 시티팝의 원안에 가까운 스케치로 자신들의 갈 곳을 그려갑니다. 과거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로우파이 포크를 중심으로 한 전작 < fam fam >으로부터 일신, 해변가를 달리는 듯한 서프 뮤직 스타일의 드라이브감이 발군입니다. 사운드의 공백을 최대한 활용하는 연주를 통해선 기분 좋은 헐거움이 온몸의 긴장을 풀어주며, 공간계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선배 록밴드들로부터 물려받은 월 오브 사운드(Wall of Sound)의 부유감을 선사하기도 하죠. 온몸으로 부딪혀 삶을 살아내기보다는 어차피 아무것도 없을 세상 되는 대로 살아가겠노라고 다짐하다는 이 시대의 청춘상을 담아낸 작품. 그렇기에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good time'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요기 뉴 웨이브스. 1960년대 '일본어 록'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핫피엔도(はっぴえんど)의 음악적 외관을 쏙 빼닮은 이들의 주무기는 바로 로큰롤. 좀 더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소리들이 현재를 메워냅니다. 위 두 팀이 기존의 소재를 비틀고 꼬았다면, 이들은 기본형을 합쳐 다듬어 냈다고 할까요. 신을 변화시킨 트렌드세터 이건만 의외로 정직하고 우직한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입니다. 고독한 도시에서의 삶이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희망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모험기까지. 올 한 해 동안 일본 힙스터들의 독점에 가까운 지지를 받은 이 세 앨범.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 항목이니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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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오크 록(ONE OK ROCK) - < Ambitions >

 

얼마 전 이 앨범을 다시 돌려봤을 때, 사실 좀 놀랐습니다. 연초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위화감은 이젠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사실 전작 < 35xxxv >때부터 여러모로 말이 많긴 했었습니다. 전보다 차분해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니까요. 특히 '完全感覺ドリㅡマㅡ(완전감각 Dreamer)'의 광기를 사랑했던 이들은 특히 참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우직하게 밀고 나가 레이블 < Fueled By Ramen >과 계약을 맺고 원하는 바를 보란 듯 펼쳐나갔습니다. 그 결과로서 자리매김하는 본 작품은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일종의 성명서입니다. 모험의 땅에서 소구하던 안정적인 무게감을 획득함과 동시에, 자신들의 정체성 또한 확고하게 굳혀나간 원 오크 록 ver 2.0의 완성형. 지금 다시 한 번 들어보신다면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야망을 구현하려 하는 그들의 욕망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가치 있는 일이었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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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림 스팽키(GLIM SPANKY) ㅡ < BIZARRE CARNIAL >

 

"모든 것의 가치를 결정하는 건 나" ㅡ ビㅡトニクス(Beatniks 중)


일본의 젊은 뮤지션들이 자국의 반세기 전을 반추하며 시티팝에 빠져있을 때, 이들은 자신들만의 가치를 찾아 영미 사이키델릭 사조와 히피들을 쫓아왔습니다. 그들의 세 번째 작품은 그러한 노력과 집념이 완성시킨 일종의 'Flower movement'입니다. 블루스, 사이키델릭, 하드록들을 흡수한 음악 스타일과 일본 쇼와 시대의 정서를 담은 선율. 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요소의 동거가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죠.

 

하지만 이 앨범의 핵심은 결국 메시지. 남들이 하는 것에 휩쓸려 자아를 잃어가는 현세대의 청년들에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을 찾아가자'라 일갈하며 내면의 여행을 독려하는 이들. 우리의 지상과제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와 동시에 아티스트가 자신들의 철학을 견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보여주는 앨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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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미카(sumika) - < Familia >

 

사랑을 통한 공존의 의미와 가치를 담아낸 밀도 높은 팝 록 앨범입니다. 기본적으로는 록 편성이나 현악 및 건반이 큰 비중을 차지, 남녀노소 모두에게 부담 없을 대중적인 소리들을 들려주고 있네요. 조금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타이트한 전개, 단숨에 귀를 붙드는 흡입력 있는 선율엔 '2017년의 팝 음악'이라는 호칭이 부여해야 할 정도입니다. 마치 디즈니 음악을 듣는 듯한 덩치 큰 편곡을 무난히 소화해 내는 것을 보면 더 이상의 역량 검증은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유즈(ゆず)나 이키모노가카리(いきものがかり)의 뒤에 붙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보편성. 가만히 듣다보면 기분 좋아지는 것이, 일상에서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고 할까요. 직관적인 작품임에도 귀가 피로하기는커녕 좋은 기운으로 몸을 씻어내는 듯한 삼림욕 같은 작품. 웃지 않는 사람도 웃게 하고, 움직이지 않는 사람도 춤추게 만드는 그들은 진정한 뮤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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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레이(DADARAY) - < DADASTATION >

 

카와타니 에논의 최근 2년간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와 같았죠.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던 시기에 터진 불륜과 예상보다 이른 복귀. 비난 여론을 잠재울 방법은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했나 봅니다. 게스노키와미오토메(ゲスの極み乙女)와 인디고라엔드(indigo la end), 제니하이(ジェニㅡハイ)라는 세 밴드에서 동시에 프론트맨으로 활약했지만, 하이라이트는 악곡 제작을 총괄한 다다레이에서의 그였습니다.

 

이들은 퀄리티 있는 어덜트 컨템포러리 지향을 목표로 게스노키와미오토메의 큐지츠카쵸(休日課長), 니키(Nikkie)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던 레이스(REIS), 게스노키와미오토메 및 인디고라엔드의 레코딩/라이브 지원을 도맡고 있는 에츠코가 뭉친 3인조 밴드입니다. 기본적인 음악적 베이스는 게스노키와미오토메와 닮아있으나, 다층적 구성 및 호소력 있는 가창을 통해 보다 농후한 '어른의 팝'을 구현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레이스의 가창은 올해의 발견이라 해도 손색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네요.

 

인트로와 아우트로가 완벽히 다른 구성을 취함으로써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少しでもいいから毆らせて(조금이라도 좋으니 때리게해줘)', 신스와 미디만으로 시작해 서서히 덩치를 불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결국 대곡으로 탈바꿈되는 '僕のマイノリティ(나의 마이너리티)' 등 곡과 합주, 가창의 삼박자가 콘셉트와 정확히 들어맞는 결과물들로 가득합니다. 이 정도면, 카와타니 에논을 '악마의 재능'의 보유자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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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프 백(Hump Back) - < hanamuke >

 

"네가 울었던 밤에, 로큰롤이 죽어버렸어"라는 프레이즈는, 한 해 동안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을 가져다준 한 줄이었습니다. 우연히 클릭해 본 '星丘公園(호시가오카공원)'의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저는 밴드의 행적을 쫓기 시작했고, 결국 일본여행 때 이 앨범을 손에 들고 귀국하고야 말았죠. 어른이 되며 잃어가는 것들에 대해 굳이 저항하지 않으면서도, 그래도 로큰롤이 멈추지 않게 계속 노래하겠다는 그 의지. 쓰리피스의 단출한 구성으로, 일견 '파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로 남김없이 열화하는 능동성. 독자적인 감성과 자유로운 에너지를 겸비한 밴드들은 시대를 불문하고 꾸준히 나온다는 것을 증명하는 신예의 두 번째 미니앨범입니다.

 

'우리에게 닥쳐올 것은 절망인 것을 알고 있지만,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결국 우리는 희망할 수밖에 없다'라는 테마를 전제로 한 울부짖음. 개인적으로는 리걸 리리(リガㅡルリリㅡ)와 함께 올해 가장 주목할만한 유망주였으며, 내년 해산을 발표한 챠토몬치(チャットモンチㅡ)의 뒤를 잇는 여성 밴드의 대표주자 중 한 팀으로 성장하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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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사와(コレサワ) - < コレカラㅡ >

 

인디신에서 꾸준히 활동해 온 여성 싱어송라이터 코레사와의 메이저 데뷔작. 트랙들에 담긴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존재감이 남달라 정말 재미있게 또 인상 깊게 들었던 앨범입니다. "모든 전 남친들에게 바칩니다!"라는 한마디로 포문을 여는 첫 곡 'SSW'엔 좋은 기억이던 나쁜 기억이던 모두 자신의 노래로 만들어가고 싶다는 의지가 한가득. 물론 그 메시지가 콕콕 박히는 것은 그 노랫말을 구체적으로 이미지화시키는 편곡 솜씨와 좋은 멜로디 덕분이겠죠.

 

"내가 좋아하는 밴드는 왠지 조금도 팔리지 않아 / 네가 좋아하는 밴드는 전부 엄청 잘 팔려" 라며 서로간의 취향차이를 통해 남녀관계를 풀어내는 '君のバンド(너의 밴드)', 이별 후 연인이 집에 두고 간 담배를 보며 자신을 자책하는 'たばこ(담배)' 등 트랙들의 가사들이 왠지 한 번씩은 느껴봤을 법한 이야기들이라 더욱 마음이 갑니다. 뮤직비디오엔 서브컬처 적인 색채를 도입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굳혀나가고 있는 그. 과연 다음에 어떤 감정의 무지개를 흩뿌려놓을지, 이 이야기꾼의 2018년 행보를 일찌감치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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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 캡처 플랜(fox capture plan) - < UNTITLED >

 

일렉트로니카 사운드와의 접점을 마련했던 연초 발매작 < Fragile >과는 달리 리얼세션에 집중함으로써 기존 장점을 극대화시킨, 재즈 록 트리오의 최근 작품입니다. 인스트루멘탈이라고 하면 왠지 비대중적인 카테고리로 분류하기 쉬우나, 특유의 응집력으로 생성된 소우주에선 전혀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죠. 그 소우주엔 듣는 이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존재하는 게 확실합니다.

 

사실 이들이 낸 앨범들은 일정한 퀄리티로 하여금 작품마다의 구분점이 명확한 편은 아니나, 이 < Untitled > 만큼은 달라요. 딱 필요한 만큼의 외부요소를 제외하고는 자신들의 원점에 집중하고 있으며, 자유를 매개로 각기 다른 구성을 보여주는 트랙들은 하나의 접점을 위한 구성요소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는 덕이죠. 몸집을 줄이고 밀도를 높인 결과물로 하여금 이들의 입문작으로 가장 알맞지 않나 싶네요. 현대화된 재즈 록의 세련미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강력하게 추천드리고 싶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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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フレンズ) - < ベビㅡ誕生(Baby 탄생) >

 

시부야의 북적북적함을 떠나 좀 더 편안한 음악을 하자는 의미로 시부야 구에 있는 지명인 신센(神泉)을 따 신센계 밴드라 자신들을 지칭하는 프렌즈의 첫 정규작. 더러브닌겐(THラブ人間) 출신의 보컬 오카모토 에미를 필두로 모두 다른 밴드 활동을 한 적이 있거나 하고 있는 멤버들로 구성, 시티팝과 90's 제이팝을 한데 섞은 퀄리티 높은 음악을 통해 유망주 아닌 유망주로 한해를 장식했습니다.

 

어떤 장르에도 주눅 들지 않는 오카모토 에미의 보컬을 중심으로, 딱히 범위를 정해놓지 않은 넓은 스펙트럼의 음악들이 펼쳐집니다. 업템포의 시티팝, 현악 중심의 발라드, 트렌드를 머금은 댄스 록, 코러스를 동원한 랩송까지. 이 다양한 스타일이 팀의 이름으로 수렴된다는 사실, 참으로 대단하네요.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은, 음악에서 느껴지는 실연자들의 즐거움이 듣는 이에게도 확실히 전해져 온다는 겁니다. 오랜 기간 동안 산전수전 겪어온 멤버들이기에, 그리고 더욱 서로를 배려해 만든 음악들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 싶은데요. 추운 날씨, 여러분들의 체온을 따뜻하게 덥혀줄 앨범이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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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카닷 스팅레이(ポルカドットスティングレイ) - < 全知全能(전지전능) >

 

'テレキャスタㅡストライプ(Telecaster Stripe)'를 처음 들었을 때가 기억나네요. 예리한 기타커팅에 이은 냉소적인 음색. 그야말로 단숨에 빠져들었죠. 탄탄한 연주력 기반의 감각적인 음악과 모바일 게임의 디렉터로도 활동 중인 프론트우먼 시즈쿠(雩)가 주도하는 콘셉트력의 결합. 이 새로운 밴드의 탄생 공식이죠. 사실 첫인상이 강렬할수록 앨범의 완성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걱정했는데, 이들은 그러한 우려를 비웃는 잠재력 증명의 수작을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시이나 링고의 영향이 느껴지는 시즈쿠의 보컬 운용을 필두로, 개인적으로는 주디 앤 마리(JUDY AND MARY)가 많이 떠올랐습니다. 리프 보단 솔로잉을 적극 활용하는 기타 편곡이라던지, 캐릭터와 세계관을 리드해가는 프론트우먼의 존재감이 확실히 닮아있네요. 그렇다고 음악 스타일까지 유사하지는 않습니다. 가사나 연주 스타일에 있어 자신들의 작법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는 덕분이죠. 짧다면 짧은 시기에 메이저 데뷔까지 완수, 좋은 뮤지션은 모두가 알아보는 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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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무라에미(NakamuraEmi) - < NIPPONO ONNAWO UTAU(일본의 여자를 노래한다) Vol.4 >

 

그의 음악을 들으면 정신이 맑게 씻겨 나가는 기분입니다.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진솔히 써내려간 가사엔 과한 양념이나 MSG가 들어가지 않은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나는 덕분이죠. 앨범 제목을 보시면 짐작이 가시겠지만, 일본을 넘어 같은 여성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이 러닝타임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보컬과 랩을 가리지 않고, 업템포든 슬로우템포든 상관없이, 가사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음악과 감정을 보여주는 이 싱어송라이터의 재능이 비로소 정확히 제 갈 길을 찾아낸 것 같습니다.

 

어쿠스틱 기타의 스트로크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와중에 '어른이 정답은 아니지만 무조건 부정하지 말고 그것을 스스로 판단하라'라는'大人の言うことを聞け(어른이 하는 말을 들어)', 혼자만의 자유에 익숙해져 점점 사랑의 설렘을 잃어가는 자신에 대한 회한을 그린 미디엄 넘버 'ボブディラン(Bob Dylan)' 등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바닥에 흘린지도 몰랐던 소중한 감정들을 친절히 주워 돌려주는 듯한, '리얼리티 그 자체'라고 칭할만한 삶의 생생한 파편같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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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사이키델리코(LOVE PSYCHEDELICO) - < LOVE YOUR LOVE >

 

1960년대 포크 록과 사이키델릭을 통해 구축한 오리지널리티로 20년간 사랑받아온 그들. 새시작을 알리고 싶었던 것인지, 이번 작품은 어둠이 걷힌 싱그러움으로 가득합니다. 어느 때보다도 쟁글쟁글거리는 기타와 밝다 못해 눈부신 선율로 하여금 이국적인 외양은 그대로 남겨 둔 채 여느 때보다도 친숙한 표정을 하고 있네요.

 

라틴 팝의 기운을 머금은 흐린 날씨의 'Might fall in love'만 지나면, 이윽고 먹구름을 지우는 생기 넘치는 현악 세션의 'Feel my desire', 진한 블루스를 한잔 걸치고 여유를 뽐내는 'Birdie', 중력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자유로운 음색의 'Good times, bad times' 등 생명력 넘치는 구간으로 가득합니다. 원숙미보다는 풋풋함이 느껴지는 장수밴드의 경이로운 작품. 과거의 유산이 러브 사이키델리코라는 열매로 여물어가는, 그 과정은 아직도 진행 중임을 선명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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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피(PUNPEE) -  < MODERN TIMES >

 

바야흐로 2057년, 한 노인이 등장해 말합니다.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그 작품이 나왔을 때의 이야기였지" 1950년대의 틴 팬 앨리 스타일의 배경음악이 흐르는 의뭉스러운 미래에서 이 작품은 시작되죠. 그리고 시간을 가로질러, 2017년 봄 술에 취해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는 래퍼로 시점이 전환됩니다. 펌피(PUMPEE), 2002년 디제이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15년이란 시간을 거쳐 드디어 그가 완성해 낸 첫 솔로작은, 이처럼 과거와 현재, 미래를 가로지르는 한편의 '시공 힙합 판타지'로서 일본 힙합사에 한 획을 긋습니다.

 

무성영화를 연상케 하는 샘플링을 통해 앨범 속에서는 2017년이 '과거'임을 명확히 개념 짓는 자기소개서 'Lovely man'으로 시작. 래퍼의 각성과 신에 혁명을 일으킨 그 장면들이 장대하게 펼쳐집니다. 그리고 다시 이 앨범을 듣는 노인의 시점으로 돌아와, 결정되어 있는 미래라고 한들 그곳으로 나아가야만 하며 괴로운 과거라도 훗날 조금만 시점을 바꿔보면 결국 그건 멋진 'Oldies'로 우리들 곁에 남아있으리라는 확신을 던져주죠. 마치 이 작품이 미래에 받을 평가처럼 말입니다. 우상이라 언급한 노츠(Nottz)를 상기하게 하는 우직한 비트, 시대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샘플링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영화에 가까운 서사. 이 정도 퀄리티의 음반이 나왔다는 건, 일본 힙합이 메인스트림에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일종의 암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장르적으로도 콘셉트 앨범의 측면으로도 흠집을 찾기 힘든 마스터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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챠이(CHAI) - < PINK >

 

이들의 캐치프라이즈는 바로 NEO(New Excite Ona(女) Band). 거적 데기 같은 분홍색 의상과 한껏 과장된 색조 화장으로 장식된 네 멤버의 외견은 생경함과 기대감의 중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콘셉트로 음악적 단점을 덮으려는 얕은수는 아닐지 걱정스러운 마음과 함께 음반을 재생하는 순간, 그야말로 알록달록한 '네오 카와이 월드'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모든 악기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언어를 16비트의 속도로 치고받는 핑퐁게임 'NEO'를 듣는 순간 정말 소름이 쫙 끼쳤습니다. 이건 이전까지 체험하지 못한, 그야말로 '새로운 무언가'였거든요.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를 정립하는 것이 밴드의 제1목표라면, 이들은 이미 이를 초과 달성했다 싶었어요.

 

단어가 주는 어감에 집중해 생동감을 부여했고(이 지점에선 장기하와 얼굴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일침하며 '우리 모두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자'라는 테마도 잘 녹여내고 있습니다. 실로 절묘한 균형감이네요. 마침 다음 달에 한국을 찾는다고 하니 공연장을 방문해 볼 생각입니다. 음악을 듣고 맘에 드신 분들이라면, 저와 함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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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 명예의 전당, 대상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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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33회 로큰롤 명예의 전당 헌액자들이 발표되었다. 록 음악의 발전에 기여한 이들을 기리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은 1983년 아틀랜틱 레코드 설립자 아흐메트 에르테군(Ahmet Ertegun)의 주도로 설립되어 1986년부터 전당에 들어갈 레전드들을 매년 선정해오고 있다. 미국 클리블랜드에 있는 기념관은 1995년 개관했다. 아티스트를 의미하는 공연자(Performers), 작곡가나 제작자 등 산업 종사자인 비공연자(Non-Performers, 현 Ahmet Ertegun Award for Lifetime Achievement), 초창기 로큰롤에 영향을 미친 자(Early Influences), 음악적 우수상(Sidemen, 현 Award for Musical Exellence) 4개의 부문에서 매년 헌액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데뷔 후 25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로큰롤 명예의 전당, 그 중에서도 특히 공연자 부문에 헌액된다는 것은 곧 최고 등급의 훈장을 받는 것과 같다. 올해의 명예로운 이름들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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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조비(Bon Jovi)

 

명실상부한 팝 메탈의 왕자! 아름다운 록발라드 곡들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진 밴드 본 조비가 전당에 올랐다. 꽃미남 보컬 존 본 조비와 기타리스트 리치 샘보라가 이끄는 이 예쁜 '오빠들'은 1984년 데뷔앨범 <Bon Jovi>이후 <Slippery When Wet>(1986), <Keep The Faith>(1992), <Have A Nice Day>(2005) 등을 히트시키며 팝 메탈의 대표선수로서 지금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귀에 잘 들어오는 팝스러운 멜로디와 부드러운 록 사운드는 당대 수많은 소녀팬들의 마음을 훔치기 충분했다. 한때는 그 아이돌적 면모 때문에 메탈헤드들의 조롱을 받기도 했지만, 꾸준하고 훌륭한 음악으로 이내 모두의 인정을 받게 된 록의 거목! 최근에도 탈퇴한 리치 샘보라의 자리를 채운 새 기타리스트 필 엑스와 함께 <This House Is Not For Sale>(2016)을 발매했다.

 

Livin' on a prayer
You give love a bad name
(Wanted) Dead or alive
It's my life
Alw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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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The Cars)

 

카스는 미국 뉴 웨이브 씬의 자존심이다. 1976년 결성되어 1988년까지 짧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긴 카스는 당대 유럽 뉴 웨이브의 흐름에 미국 특유의 팝 색깔을 덧칠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단순한 코드로 구성한 밝고 선명한 분위기에 여러 음악의 요소를 융합해 만들어낸 카스의 '파워 팝'은 언더그라운드 록과 대중 사이의 훌륭한 가교가 되어 주었다. 셀프 타이틀 데뷔앨범 <The Cars>(1978)로 이름을 알렸고 <Candy-O>(1979), <Heartbeat City>(1984) 등이 명작으로 손꼽힌다. 지금 들어도 촌스럽다는 느낌이 없는 세련된 어프로치가 인상적이다. 그러나 핵심 멤버 릭 오케이섹(보컬/기타)과 벤자민 오어(베이스/기타)가 솔로 활동에 집중하면서 카스는 1988년에 자연스럽게 해체했다. 설상가상으로 2000년에 벤자민 오어가 사망하며 카스는 영영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 했지만 2010년 재결합 후 다음 해 <Move Like This>를 발매했다.

 

Just what I needed
Let's go
Shake it up
Drive
You might th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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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 스트레이츠(Dire Straits)

 

기타 명인 마크 노플러의 밴드로 유명한 영국의 다이어 스트레이츠도 전당에 올랐다. 록의 그릇 안에 블루스와 재즈, 컨트리와 포크, 팝의 요소를 버무린 다이어 스트레이츠 음악의 핵심은 역시 마크 노플러의 아름답고 유려한 기타 연주! 드라이브를 걸지 않은 영롱한 클린 톤 기타와 섬세한 핑거링 연주로 수많은 이들의 영혼을 울렸다. 특히 1978년 데뷔앨범 <Dire Straits>에 수록된 'Sultans of swing'과 1985년 <Brothers In Arms>의 'Money for nothing'은 록 기타 핑거링의 경전이 되었고, 서정적인 발라드 'Why worry'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한밤의 라디오를 수놓았다. 비록 뚜렷한 멜로디 없이 그저 대사를 씹어 뱉는 식의 투박한 보컬이지만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자신들만의 세련된 스타일로 다이어 스트레이츠는 1980년대를 관통하며 동료 뮤지션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Sultans of swing
Romeo and juliet
Telegraph road
Money for nothing
Walk of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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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 블루스(The Moody Blues)

 

프로그레시브 록 최고참! 1964년 결성된 영국의 무디 블루스는 로큰롤이 세상을 휩쓸던 시기 꿋꿋하게 아트 록 영토를 개척한 선구자다. 1967년 두 번째 작품이자 당시로서는 혁신이었던 콘셉트 앨범 <Days Of Future Passed>에서 클래식과 록의 융합이라는 신선한 음악을 선보인 무디 블루스는 이후 <On The Threshold Of A Dream>(1969), <Question Of Balance>(1970), <Every Good Boy Deserves Favour>(1971)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만큼 많은 명반들을 발매했다. 프로그레시브에 속하지만 듣기엔 전혀 어렵지 않은 음악이 폭넓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비결. 심지어 1989년에는 뉴 웨이브를 받아들인 <Long Distance Voyage>로 성공을 맛보기도 했다. 오늘날까지 오랜 음악항해를 이어왔지만 올해 초, 로큰롤 명예의 전당 행사를 앞두고 원년멤버 레이 토마스(플룻/보컬)가 세상을 떴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Night in white satin
Question
The story in your eyes
I'm just a singer (In a rock and roll band)
Gemini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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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시몬(Nina Simone)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꼭 로커들만 헌액되는 건 아니다. 마빈 게이(1987)와 조안 바에즈(2017)처럼, 아름다운 음악으로 로큰롤 정신인 '사랑과 평화'에 이바지한 아티스트라면 누구나 가능하다. 그렇기에 흑인 여성으로서 뿌리 깊은 인종차별과 싸워 온 니나 시몬이 전당에 오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아니, 올라야 한다! 흑인 재즈 여가수의 빛나는 계보를 이으며 빼어난 피아노 실력과 작곡 능력까지 겸비했던 실력파 니나 시몬은 1958년 데뷔 이후 'I love you, porgy', 'Feeling good', 'Don't let me be misunderstood'등 셀 수 없는 명곡들로 음악계를 수놓았다. 특히 흑인들의 열악한 처지를 노래한 'Mississippi goddam', 'Four women'과 같은 곡들은 2003년 별세하기까지 사회운동가로 살다 간 시몬의 뜨거운 심장을 담은 곡이다. 피 맺힌 날카로운 목소리가 주는 거대한 울림! 배제와 차별이 점점 일상화되고 있는 오늘날 니나 시몬의 헌액이 주는 의미는 더욱 각별하다.

 

I love you, porgy
Feeling good
Don't let me be misunderstood
I put a spell on you (원곡: Screamin' Jay Hawkins)
Ain't got no, I got life

 

 


조해람(chrbbg@gmail.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그래미 탄생 60주년, 아직도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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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60주년을 기해 드디어 품을 열어주는가 싶던 그래미가 예상치도 못한 ‘몰아주기’로 기존 노선을 유지했다. 지난해 말 전례 없이 많은 흑인 뮤지션들이 본상 후보에 포진되며 뛰어난 작품성에도 매번 수상에 고배를 마시던 켄드릭 라마, 제이 지, 브루노 마스의 3파전이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됐는데, 브루노 마스가 본상 3개 부문 영예를 떠안으며 모든 영광을 누렸다. 어느 정도 유색인종에 대한 배타적 표심을 극복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힙합/랩 장르에 대한 외면까지 벗어나지는 못했다. 더욱이 8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최대 노미네이트 됐던 제이 지가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으니 그 간극이 더욱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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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케샤 「Praying「, 컨트리 뮤지션들의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 추모 공연, 크리스 스테이플턴과 에밀루 해리스, 개리 클락 주니어와 장 밥티스트

 


작년 세상을 뜬 탐 페티, 척 베리, 팻츠 도미노를 위한 추모 공연과 에릭 클랩튼의 「Tears in heaven」을 통해 라스베가스 총격 사건의 여파를 어루만지는 등 다채로운 무대가 이어졌으나 직접적 울림을 준 건 케샤였다. 신디 로퍼, 안드라 데이, 줄리아 마이클스, 카밀라 카베요 등의 뮤지션과 함께 무대에 오른 그는 성폭행 공방 이후 5년 만에 발매한 「Praying」을 열창하며 억압되어온 여성의 인권을 달래줬다. 이는 시상식장에 심심찮게 보이던 흰색 장미와 하얀색 옷들이 상징하는 차별과 근절에 대한 열망의 청각화나 다름없었다. 흰색 장미의 꽃말은 희망과 새로운 시작이다. 내년에는 더욱 풍성하게 채워질 장미향을 기대하며 제60회 그래미 시상식 4개 부분의 본상 수상자들을 풀어본다.

 


Best New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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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ssia Cara

 

의외일지도 모른다. 알레시아 카라는 2015년 데뷔작 <Know-It-All> 이후 정규 앨범이나 오리지널 싱글을 발매하지 않았고 차트에 이름을 올린 곡은 모두 다른 이의 곡에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진 결과였다. 훌륭한 아티스트임은 틀림없지만 다른 후보군과 비교해 개인의 영향력이 다소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나머지 주요 부문의 결과를 생각해보면 힙합(과 이디엠)에 대한 인정을 알레시아 카라로 ‘퉁쳐버리는’ 듯한 느낌을 떨쳐낼 수가 없다. (정연경)


 

Song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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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t’s what I like」 by Bruno Mars

 

뭐, 아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한국에선 신나는 타이틀곡 「24k magic」이 인기 있었지만 해외에서는 「That’s what I like」가 가장 히트했으니. 게다가 브루노 마스는 말이 필요 없는 21세기 최고의 댄스 가수 아닌가. 달달한 선율과 특유의 리듬감, 시원한 가창력이 빛난 곡이었다. 알앤비 부문 상 역시 받을 만했다. 애초에 이번 후보군은 어느 노래가 수상했어도 크게 이상할 것까지는 없었다. 문제는 전체적 맥락이다. 이렇게까지 브루노 마스 한 사람에게 상을 몰아 줄 거였으면 여기서는 조금 융통성을 발휘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니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럽다는 말이다. 이번에도 ‘혹시나가 역시나’라니. 물론 그래미에게 세간의 관심에 화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반대로 어떤 다른 의무감이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힙합은 매년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고, 라틴 팝은 올여름 전 세계를 휩쓸었음에도 여전히 그래미의 굳게 닫힌 문을 열기엔 역부족이었다. 당연히 그들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누가 봐도 부족한 건 그래미다. 심사위원 NARAS(미국 레코딩 예술 및 기술 협회)는 어느 가수의 손에 트로피가 쥐어지느냐가 앞으로의 음악 산업에 미칠 영향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누구보다 잘 알고 이러는 걸까.(조해람)


 

Record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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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K magic」 by Bruno Mars

 

사실 누가 받아도 크게 이견을 던지지 못할 후보군이었다. 차일디시 감비노의 「Redbone」은 국내에서 인기를 끌 정도로 작품성이 좋았던 곡이고, 같은 선상에서 전 세계 열풍을 몰고 온 「Despacito」가 수상한다면 스페인어 노래 중 첫 그래미 본상이니 의미가 남달랐을 거다. 계속해서 고배를 마시던 켄드릭 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제이 지가 본상을 타면 작년 비욘세의 설욕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제 와 밝히지만 가장 확률이 적다고 생각한 건 브루노 마스였다. 이미 작년에 마크 론슨과 함께 같은 부문 영예를 나누기도 했고 빌보드 차트만 봐도 「That’s what I like」는 1위, 「24k magic」은 4위니까 본상을 가져간다면 <올해의 노래> 부문이 아닐까 했다.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나는 그래미. Song에 이어 Record 부문에서까지 그의 이름이 호명되자 2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설마 또 몰아줄까?’, ‘우리 제이지 어떡해, 우리 켄드릭 어떡해...’ 공정함의 잣대가 시간을 거꾸로 달리고 있는 그래미는 아닐는지. (박수진)

 


Album Of The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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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K Magic> by Bruno Mars

 

브루노 마스는 결국 완승했다. 세상을 금빛으로 물들인 마법의 앨범은 그렇게 그래미의 몰표를 받았다. 사회적 이슈, 처절한 자기 고백이 담긴 작품들을 제치고 내린 선택이었다. 브루노 마스를 향한 몰아주기는 보수적 태도를 놓지 않으면서도 ‘그래미는 너무 하얗다’는 오명을 씻어낼 수 있는 나름의 선택이었다.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든다. 애초에 그래미는 흑백을 떠나 진보적 성향을 지닌 음악에 본상을 줄 생각이 없음을 공표한 게 아닐까. 그저 스쳐 가는 불안감이라 믿어본다.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까지의 블랙 뮤직을 지금 여기에 데려온 최고의 뮤지션이라는 사실에는 동의한다. “이번 앨범으로 고된 현실을 잠시 잊게 해주고 싶다!”는 브루노 마스의 소망 역시 좋은 의미를 남긴다. 차별과 고독으로 물든 지금을 위로한 건 그의 반짝이는 파티였다는 사실도 부정하지 않겠다. 단지 그의 영향력이 <올해의 앨범>까지 휩쓸 정도였냐는 의문만이 지워지지 않을 뿐. 뉴욕의 불빛처럼 화려하게 빛나던 시상식은 알쏭달쏭한 공허함을 남겼다.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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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큰롤의 아버지’ 척 베리, 그의 남은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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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명의 전설이 떠났다. 록의 아버지 척 베리. 그 무게감과 영향력은 어떤 가수보다 육중하고 거대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에 대한 평가와 대우는 안쓰러울 정도로 미약하고 척박하다.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마이클 J. 폭스가 'Johnny B Goode'을 불러도, 'Sweet little sixteen'을 재해석한 비치 보이스의 'Surfin' U.S.A.'가 매년 여름 울려 퍼져도, 김수철이 무대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오리걸음 퍼포먼스를 재현해도 우리는 '위대한 로큰롤 작가' 척 베리에 대한 조명에 늘 인색했다. 아니, 이 모든 것이 척 베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티스트 척 베리는 단지 주름 많고 그리 볼품없는 아프로 아메리칸 뮤지션일지 모른다. “그와 그의 음악은 분리할 수 없다. 둘 다 전적으로 새로웠고 참으로 '미국적'이었다. 그렇게 척 베리는 우리나라와 대중음악의 역사를 바꿔놓았다.”는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진심 어린 헌사가 말해주듯 서구는 음악가든 일반 음악인구든 가릴 것 없이 모두 가벼이 여기기는커녕 총력으로 그를 숭배한다. 그 자체로 록 음악의 역사이자 선구자였던 척 베리가 2017년 3월 18일, 90세의 나이로 영원히 눈을 감았다.

 

척 베리는 음악으로 흑백의 화합을 실천했다.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그가 영원히 기억될 가장 중요하고도 위대한 업적이다.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따로 놀던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흑인음악을 부르고 연주하는 백인은 있었지만 백인음악을 하는 흑인 뮤지션은 거의 없었다. 척 베리는 이 보이지 않는 금기를 깬 최초의 로큰롤 싱어송라이터다. 컨트리의 고전 'Ida red'를 기초로 해서 척 베리가 직접 만든 'Ida May'가 그 용기와 배짱의 실체다. 체스 레코드의 사장 레너드 체스가 'Ida May'를 듣고 20대 후반의 흑인이 어떻게 이런 컨트리풍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는지 놀랐다고 할 정도로 'Ida May'는 당시에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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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Ida May'는 척 베리의 데뷔 싱글이자 첫 히트곡이 되는 'Maybellene'의 원형이다. 이후 발표한 'Johnny B goode'과 'Roll over Beethoven'의 기타 리프는 록의 형태를 확립한 연주로 격상되었고, 척 베리의 오리걸음이나 다리 하나를 들고 기타를 연주하는 쇼맨십은 리틀 리차드, 제리 리 루이스,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다른 가수들에게도 암암리에 영감을 주었다. 10대의 감성을 담은 세심하고 예리한 가사와, 독창적인 음악 그리고 독보적인 제스처는 '로큰롤다운 것'을 확립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흑인처럼 노래를 부른 엘비스 프레슬리도, 자신의 노래를 만들고 불렀던 버디 홀리도, 컨트리 노래를 리메이크해서 흑과 백의 조화를 이룬 레이 찰스도, 'Rock and roll music'을 커버한 영원한 1인자 비틀즈도 척 베리에겐 채무자가 아닐 수 없었다. 흑인의 블루스와 백인의 컨트리가 잉태한 로큰롤은 척 베리를 통해 거대한 '협치'의 장을 열었고 흑과 백의 진정한 문화적 대연정을 완수했다.

 

하지만 1959년에 14살짜리 미성년자를 성추행한 사건이 불거지면서 1962년 2월부터 1963년 10월까지 18개월 동안 수감되는 바람에 음악적 영감은 타격을 입었고 자신의 음악에 영향을 받은 영국 뮤지션들의 대공세와 미성년자 성추행범이라는 주홍글씨는 척 베리의 음악 활동을 제약했다. 10여 년이 흐른 1972년에 알앤비 가수 데이브 바솔로뮤의 원곡 'My ding-a-ling'을 부른 라이브 버전이 싱글로 나와 빌보드 정상을 차지하면서 비로소 그동안 잊고 있었던 전설에 대한 예우가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로 척 베리의 인기 퍼레이드는 종료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아티스트도 척 베리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뮤지션은 없다. 존 레논은 “만약 로큰롤에 다른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척 베리'일 것이다”라고 했고, 밥 딜런은 “척 베리는 로큰롤 음악계의 셰익스피어다”라고 칭송했으며 기타리스트 테드 뉴전트는 "척 베리를 모르면 기타를 연주할 수 없다"라고까지 언급했다. 위대한 로큰롤 작가가 세상을 떠난 직후 빌보드지는 '척 베리는 로큰롤을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로큰롤을 '세상을 변화시키는 태도'로 형체를 바꿔놓았다'라며 그의 업적을 명료하고 단호하게 정의했다. 2017년 3월 18일, 우리는 록의 대부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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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베리(Chuck Berry)와 함께 '흑백의 화합물' 로큰롤은 웅비의 도약을 시작했다. 가수가 중심이던 1950년대에 그는 거의 모든 곡을 직접 쓰고 가사를 붙이고 노래하는, 위대한 로큰롤의 작가였다. 또한 그의 음악에는 굴레를 벗어나고자 하는 서구 베이비붐세대의 자유 정서와 재기 발랄한 호흡이 깔려있었다. 그가 나타나고서 로큰롤은 제대로 예술적 형체를 완성했다. 후대의 로큰롤 뮤지션들이 일제히 영향을 받고 그의 궤적에서 움직이는 것은 당연했다. 그는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음악으로 록을 인도한 일등공신, 메신저, 산파술사 그리고 대부이자 영웅이었다. 영원히 잊힐 수 없는 척 베리의 명곡 10곡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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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Maybellene (1955)
밥 윌스의 컨트리 송(정확히 말하면 웨스턴 스윙)인 '아이다 레드'를 경쾌한 부기우기로 창의적 변형을 일궈낸 것부터가 경이와 충격을 불렀다. 여기서 체스 레코드 사장 레너드의 유명한 한마디가 나온다. “흑인 사내가 이 같은 컨트리 송을 쓰다니 믿을 수가 없다!” 그게 로큰롤이었다. 이 한방으로 로큰롤은 '컨트리'와 '리듬 앤 블루스' 즉 흑백의 결합 즉 회색임이 공표되었다. 차트 데뷔였음에도 빌보드 5위로 점프하면서 언더그라운드의 '신상' 로큰롤은 단박에 주류로 솟아오르게 된다. 블루스(컨트리지만 이 곡은 기본적으로 12마디 블루스)를 베이스에 담아낸 사운드도 귀를 잡아끌지만 <롤링스톤>은 '로큰롤 기타가 여기서 시작된다'고 정의했다. 척 베리는 록 역사의 중요한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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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Roll over Beethoven (1956)
로큰롤은 미국, 구체적으로는 '너나 나나 다 같은' 미국의 대중을 대변하면서 성장했다. 성질상 당연히 유럽의 백인 귀족들이 듣는 '클래식'과는 대척점에 선다. 위대한 고전음악가 베토벤의 무덤 위를 구른다니 이것은 클래식에 대한 '꼬마'음악 로큰롤의 맹랑한 도전이다. 후대의 로큰롤 뮤지션들은 이 곡을 '로큰롤의 찬가'로 상승시켰다. 나중 대놓고 리메이크한 밴드 몇몇을 꼽자면 비틀스(1963, 미국 캐시 박스 차트 30위)와 제프 린의 그룹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1973년 영국 6위, 미국 42위)가 있다. “척 베리 곡을 커버하지 않으면 로큰롤의 정체성은 내걸지 못한다!”는 말은 허언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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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chool day(Ring! ring! goes the bell!) (1957)
엘비스 프레슬리, 리틀 리처드, 제리 리 루이스 그리고 척 베리의 로큰롤은 나이 든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정적이고 축축한 1950년대의 습기를 걷어내며 홀연히 비상했다. 학교의 규율과 성적에 얽매여 숨 막힌 10대들에게 몸을 흔들게 하는 로큰롤은 자유를 향한 축복의 '해방구' 인 동시에 '구원' 아니었을까. 'School days'로도 통한 이 노래가 생생하게 증거한다. 빌보드 알앤비 차트 1위, 핫 100에서도 당당 3위에 올랐다. 갓 태어난 로큰롤은 이미 서구 중고교 키드들을 잠식했다. 누군가 그랬다. “학교와 감옥이 있는 한 로큰롤은 영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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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ck and roll music (1957)
고인이 된 척 베리 헌정 특집을 게재하면서 빌보드가 “그는 로큰롤을 창조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세상을 바꾸는 태도로 변환시켜 놓았다”라고 붙인 타이틀은 매우 적절하다. 분명 그가 로큰롤 시조 혹은 최초 시작자는 아니다. 하지만 후대 누구나 그를 로큰롤 대부와 비조로 칭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노래가 전미 차트에 오르면서 로큰롤의 실체가 알려졌고 더욱이 로큰롤의 '대표 송가'를 잇달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Roll over Beethoven', 'School days'도 그렇지만 'Rock and roll music'은 제목부터 명시적이다. 비틀스가 왜 이 곡을 리메이크했겠는가. 자신들이 로큰롤 밴드라는 거다. 존 레논의 명쾌한 한마디. “만약 로큰롤에 또 다른 이름을 붙이고 싶다면 아마도 척 베리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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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weet little sixteen (1958)
여름 그룹 비치 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은 척 베리의 'Sweet little sixteen'에 다른 가사를 붙인 'Surfin' USA'를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저작권 개념이 흐릿했던 그때 애초엔 비치 보이스의 창작곡으로 알려졌다. 당연 척 베리 곡 출판업자의 압력에 직면했고 결국 저작권 전체를 넘겨야 했다. 'Surfin' USA'의 원곡이란 사실은 뭘 말하는가. 그만큼 춤을 자극할 만큼 곡이 신나게 잘 굴러간다는 것! ('Rock and roll music' 가사 “만약 나랑 춤추고 싶다면 로큰롤이어야 할 거야!” 그대로다) 이 곡에 대한 죄의식이 남았을까. 비치 보이스는 상당한 세월이 흘러 'Rock and roll music' 리메이크 버전을 내놓았고 5위까지 오르는 빅 히트로 다시금 자신들이 척 베리로 시작하는 록 계보에 속해있음을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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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Johnny B. Goode (1958)
척 베리 곡 가운데 대중적 인지도가 가장 높은 곡. 아마도 1985년의 유쾌한 SF 블록버스터 영화<백 투 더 퓨처>에 소개되어 대중의 뇌리에 깊이 저장된 덕분일 것이다. 1980년대 대중문화 소비자들은 이 순간으로 척 베리를 '30년 전의 로큰롤 개척자'로 재(再) 정의했다. 곡은 한마디로 '시골 소년 인간승리'. “엄마는 말하셨지. '언젠가 커서 넌 큰 밴드의 리더가 될 거야. 전국 각지에서 네가 연주하는 것을 들으려고 사람들이 몰려들 거야'라고” 나중 로큰롤을 하려는, 록밴드를 꿈꾸는 누가 이 노랫말에 현혹되지 않았겠는가. 거의 모든 록 밴드들이 이 주술에 홀려 그를 졸졸 따랐다. '하멜른의 파이드 파이퍼', '피리 부는 사나이'가 록에 있다면 그는 척 베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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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Back in the USA (1959)
척 베리는 침울하고 회의적인 미국 흑인의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도리어 정반대 긍정과 낙천의 정서로 내달렸다. 심지어 뉴욕이나 LA의 백인이 불러야 할 것 같은 '미국 찬가'를 불렀다. 이 곡에 따르면 '미국은 원하는 모든 것을 얻고 모든 것이 옳은 곳'이란다. 국가를 찬양했다고 백인 사회에 대한 굴종으로 내리치기보다는 그들 식의 극복으로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노래를 들어보면 안다. 사실 예부터 흑인들은 침통한 블루스를 해도 결코 낙관과 희망만은 버리지 않았다. 여기에 '아프로 아메리칸'의 위대성이 자리한다. 1978년 '미스 로큰롤 USA'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는 이 곡의 리메이크로 차트 16위라는 호응을 얻었다. 나중 1987년, 그는 척 베리의 회갑연 성격의 세인트루이스 공연 무대에 합류해 록의 어른을 경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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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Come on (1961)
척 베리의 거대한 존재감은 상기했듯 1960년대와 1970년대 뮤지션들의 잦은 헌정 커버가 첫 번째 증빙이다. 비틀스가 기량 향상과 단련을 위해 척 베리의 상당수 곡을 취했다면 라이벌 롤링 스톤스는 1963년 말, 아예 데뷔곡으로 척 베리의 'Come on'을 택했다. 영국 차트 21위에 오른 이 버전도 나쁘지 않지만 척 베리의 오리지널 자체가 워낙 수작이다. 후크, 코러스 활용은 물론 전체적 흐름도 견고하다. 그러나 빌보드 100위권 진입은 실패했다. 1959년 매춘금지법인 맨 법(Mann Act)을 위반한 혐의로 체포되어 2년간 옥살이를 하면서 이미지 추락과 차트 장악력 약화에 따른 결과였다. '풍운아' 시절은 마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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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You never can tell (1964)
1970년대에 빼어난 감식안을 자랑하던 <로스앤젤레스 헤랄드-이그재미너> 록 평론가 켄 터커는 록 25년 역사를 장식한 걸작 가운데 하나로 척 베리의 'You never can tell'을 꼽았다. 하긴 복역을 마치고 다시 나왔을 때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해도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빌보드 14위). 수인 생활 중 썼다는 곡. 그런데 곡조와 메시지는 '룰루랄라 즐거운 인생'이니 이런 지독한(?) 아이러니가 없다. 부제가 'C'est la vie'(이게 인생이야!)다. 1977년 컨트리 차트를 장식한 에밀루 해리스(Emmylou Harris)는 이 부제를 내건, 케이준 피들 연주가 돋보이는 리메이크 버전을 발표해 찬사를 받았다. 1994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문제작 <펄프 픽션>에서 존 트래볼타와 우마 서먼이 트위스트를 출 때 흘러나온 리듬이 바로 이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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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My ding-a-ring (1972)
대체 뭐에 대한 노래일까. 라이브로 녹음된 곡은 관객들이 키득키득 웃으며 따라 부를 만큼 '재미'가 느껴지는데 뭐가 그리 즐거운지는 노랫말을 경청하면 풀린다. 이중의 의미 함축(double entendre)이라지만 뜻 때문에 엇갈릴 리가 없다. 마스터베이션, 바로 외설이다. 그래서 당대 일각의 방송국들이 금지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2주간 빌보드 1위를 점령했을 만큼 스매시 히트를 쳤다(척 베리의 유일한 넘버원 송). 성적 개방의 분위기가 넘쳐흐른, '더티가 아름다웠던' 1970년대라서 가능했을지 모른다. 이번 추모특집으로 척 베리 히트곡을 모은 빌보드는 이렇게 이 곡을 정리했다. “우리가 뭐라 하겠는가. 1970년대는 정말 기이한 시대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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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플레이 내한공연의 여운, 이 곡으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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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대의 록 스타이자 영국 록의 새로운 자존심인 콜드플레이의 내한공연 소식에 수많은 국내 팬들이 설레고 열광했다. 티켓 예매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될 정도였다니 그 가공할 인기는 두 말 할 것도 없겠다. 브릿팝의 불꽃을 다시 지피고 수많은 '워너비'를 만든 '공룡' 콜드플레이, 놓쳐서는 안 될 그들의 10곡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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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llow (2000, <Parachutes>수록)
찰랑이는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몽글몽글하게 드라이브를 건 일렉트릭 기타 리프, 가성과 진성을 오가는 크리스 마틴의 부드러운 음색이 찰떡같은 궁합을 자랑한다. 연인에 대한 사랑을 멋지게 은유한 가사와 경쾌한 비트 위로 흐르는 왠지 모를 처연한, 불균형의 균형을 이루는 멜로디라인이 핵심이다. 첫 앨범 수록곡이지만 아직까지도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연가이자 전 세계에 콜드플레이의 이름을 알린 초창기 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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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my place (2002, <A Rush Of Blood To The Head>수록)
전보다 단단하고 밀도 있는 사운드를 추구한 두 번째 앨범의 지향을 대표하는 곡. 심장을 뛰게 하는 파워풀한 드럼 비트가 흐르고 곧이어 몽환적인 기타가 휘감아 들어온다. 신시사이저와 밴드 사운드로 두껍게 채운 공간감, 그것과 여린 감성의 배합이 절묘하다. 이게 그들의 특기다. 상실을 노래하는 섬세한 가사와 천천히 감정을 고조시키는 구성으로 곡은 4분의 황홀경을 창출한다. 기가 빠지고 있던 브릿팝의 불꽃을 다시 불태운 것은 바로 이 부드럽지만 강한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사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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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ientist (2002, <A Rush Of Blood To The Head>수록)
노랫말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잔잔한 피아노 반주를 타고 흐르는 가사는 이성과 계산, 논리로 사랑을 대했던 남자를 과학자에 비유하며 이별 후 느끼는 뼈아픈 후회를 덤덤하게 그려낸다. 'Yellow'가 설렘과 환희의 영역에 있다면 'The scientist'는 고독과 그리움을, 애잔함과 노스탤지어를 대표한다고 할까. 감정을 찌르는 부드러운 중저음 음색과 리와인드 기법으로 촬영한 멋진 뮤직비디오로 곡은 시간을 되돌리고 싶어 하는 모든 실연남녀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콜드플레이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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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cks (2002, <A Rush Of Blood To The Head>수록)

적은 악기 구성으로도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사운드메이킹 능력이 빛난다. 웅장한 신시사이저를 배경으로 긴박함을 배가하는 드럼 비트와 반복되는 피아노 멜로디가 멈출 수 없는 시간의 흐름을 표현하며 묘한 긴장의 세계를 꾸린다. 확장된 사운드와 크리스 마틴의 몽롱한 가성이 만들어낸 꿈같은 세계에 대중은 열광했고, 브릿팝 진영에 유독 인색하던 그래미마저 이 곡에 '올해의 레코드' 상을 바치며 영국 록에 백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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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x you (2005, <X&Y>수록)

이 곡엔 어떤 강인한 철벽도 단번에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마음을 편안히 감싸는 오르간 소리와 참 예쁜 노랫말이 포근하게 위안을 전한다. 콜드플레이 음악의 영원한 화두인 공감과 힐링 코드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곡. 크리스 마틴이 이혼한 전 아내 기네스 펠트로가 아버지의 죽음으로 슬픔에 빠져 있을 때 그를 위로하기 위해 작곡한 나름 사연 있는 곡이기도 하다. '힐링 송' 부문 넘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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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2005, <X&Y>수록)
드라이브가 잔뜩 걸린 시원하고 캐치한 기타 라인이 먼저 귀를 사로잡는다. 어찌 보면 음악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멜로디를 누구보다 멋지게 뽑아내는 밴드의 음악적 역량이 꽃핀 곡. 주로 얌전한(?) 음악들을 만들어 온 콜드플레이의 색다른 매력은 이후 이들 사운드의 폭발적 확장을 예고한다. 영국 일렉트로 댄스의 대들보 자크 뤼 콩(Jacques Lu Cont)의 리믹스 버전이 그래미 베스트 리믹스 상을 수상하기도 했을 만큼 흥겹고 매력 있는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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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la vida (2008,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수록)
얼터너티브와 브릿팝의 세례를 받은 록 밴드가 뜬금없이 들고 나온 웅장한 오케스트라 사운드에 모두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음악은 충격을 열광과 탄성으로 바꿔 놓았다. 캐치한 멜로디에 담은 가사는 권좌에서 쫒겨난 왕의 입을 빌려 돈과 명예의 덧없음과 쓸쓸함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여기에 오케스트라와 혼연일체를 이루는 행진곡 풍의 북소리와 멤버들이 입고 나온 18세기 풍 제복, 들라크루아의 유명한 그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차용한 앨범 커버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롭게 뭉쳐 곡의 메시지를 한층 강화한다. 콜드플레이 전미차트 첫 1위의 대박 넘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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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rs in Japan (2008, <Viva La Vida Or Death And All His Friends>수록)
밴드는 네 번째 앨범의 프로듀싱을 '사운드 장인' 브라이언 이노에게 맡기며 사운드와 작법의 발전을 꾀했다. 명곡 'Lovers in japan'에 흐르는 은은한 앰비언트는 분명 그의 영향이겠지만, 곡을 지탱하는 청량한 건반 리프와 유려한 멜로디라인은 밴드 고유의 역량 덕임을 증명한다. 명인의 노련한 내공과 젊은 밴드의 샘솟는 창조력, 그 합(合)의 산물. 한 트랙에서 이어지는 서정적인 'Reign of love'도 신나는 리듬에 들뜬 마음을 잘 갈무리하는 훌륭한 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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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dise ( 2011, <Mylo Xyloto> 수록)
웅장한 공간감을 자아내는 신시사이저의 운용이 눈에 띈다. 마치 큰 캔버스에 원색의 물감들을 화려하게 칠한 느낌이다. 따라 부르기 쉬운 중독성 있는 후렴에 들어서면 거대한 아레나 라이브의 풍경이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며 황홀한 낙원에 서 있는 듯한 즐거운 간접체험을 경험한다. 록 밴드의 틀을 넘어 4인조 사운드 메이커 집단으로 발전한 이들의 최근 경향을 대표하는 환상적이고 시원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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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enture of a lifetime (2015, <A Head Full Of Dreams>수록)
일렉트로 댄스 음악의 영향을 받아 댄서블한 그루브를 적극 차용했다. 개성 있는 기타 리프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베이스, 디스코 스타일 드럼의 결합으로 만들어낸 흥겨운 에너지가 감성적인 보컬과 의외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떼창'을 부르는 포인트들과 노련하게 완급을 조절한 리듬감은 20년차를 향해 달려가는 밴드의 능숙한 송라이팅 능력을 뽐낸다. 발전을 멈추지 않는 현재진행형의 전설 콜드플레이, 그들의 내한 공연에서도 이 곡이 모두의 흥을 책임질 것이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YES24 채널예스


과연 다음 내한 공연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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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염원하던 콜드플레이의 첫 내한공연이 성황리에 끝나고 '과연 다음은 누구?'에 음악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U2, 롤링 스톤스, 마돈나와 다프트 펑크 등, 매년 수십 개의 페스티벌과 행사들이 주최됨에도 아직 대한민국 땅을 밟지 않은 뮤지션들이 줄을 선 지금, 이즘의 필자별로 보고 싶은 뮤지션의 공연을 선정해보았다.

 

*글 하단의 송 리스트는 필자가 예상하는 공연의 하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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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 (U2)

 

“이 공간 안에 신이 운행하는 것 같았다. [U2의 공연은] 일종의 종교집회(sacrament)였다.” - 빌 프래니건 (롤링스톤 편집장)

 

1987년 의 대성공 이후 시사 매거진 <타임즈>는 "The Hottest Ticket"이란 타이틀과 함께 커버에 U2를 올렸다. 이후 30년 동안 U2의 콘서트 열기는 늘 현재진행형이다. 특히 2010-11년의 “360? 투어”는 역대 최고의 흥행 성적을 거두었다. U2의 공연은 엄청난 규모의 세트와 다양한 영상 테크놀로지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한 무대와 관객석을 종횡무진하는 프론트맨 보노의 탁월한 보컬 액팅과 카리스마는 청중들에게 일종의 유사종교 체험을 제공한다. 이들의 공연이 더 특별한 이유는 음악적 감흥을 넘어 현대사회의 제반 병폐, 특히 폭력과 인권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과 윤리적 결단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U2의 팬들은 음악 뿐 아니라 그들의 사회활동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한 인터뷰에서 보노는 오랜 분단과 전쟁의 아픔을 겪은 아일랜드인으로서 한국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에서 가장 부르고 싶은 노래가 “One”이라고 말했다. “One"은 분명 내한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할 것이다. 이 노래 이후 물결치는 디 엣지의 유니크한 기타 인트로가 작렬하며 펼쳐지는 “Where the Street has no name"이 이어진다면, 관객들은 시공을 초월한 미지의 거리를 질주하는 환상을 느낄지도... (윤영훈)

 

One
With or without you
Where the street has no 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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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링 스톤스 (The Rolling Stones)

 

혓바닥 티셔츠를 가진 이들의 공통된 꿈! 만남이 실현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반세기를 지나 여전히 록의 전방에서 자리를 지키는 이 거장들을 아직 한국으로 초대하지 못했다. 비틀즈의 독주를 견제했던 그룹의 위상은 물론이고, 일흔 넘은 나이에도 관객을 사로잡는 믹 재거와 키스 리처드의 꿀 조합은 내한에 대한 염원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다.

 

롤링 스톤스의 라이브를 경험한 모두가 엄지를 치켜들었다. 믹 재거의 보컬과 블루스 록 특유의 지글지글한 기타는 현장에서 더욱 맹렬히 전달된다. 생동하는 사운드 앞에서 이들이 굴러온 세월과 언어의 장벽은 잊게 된다. 전성기를 열어준 '(I can't get no) Satisfaction'을 비롯해 'Paint it black' 같은 빛나는 명곡은 더 늦기 전에 이 전설 팀을 마주해야하는 근거를 더해준다. 친근한 정서로 내게 인상을 남겼던 발라드 'Angie' 또한 관중을 다른 분위기로 물들일 테다. 바래진 혓바닥 티를 꺼내 입은 사람들의 환호와 롤링 스톤스의 노익장 담긴 공연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정유나)

 

(I can't get no) Satisfaction
Paint it black
Ang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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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Madonna)

 

올해 마돈나가 환갑이 되었다. 그러니까 그가 대중음악씬을 종횡무진한지가 35년이 된 것이다. 마돈나의 무기는 음악이지만, 그 중에 라이브와 공연은 자신을 드러내는 가장 강력한 전법이다. 이것을 증명하듯 그의 공연은 수익이나 내용면에서도 남들이 넘볼 수 없는 기록을 남겼다.

 

“이 사회는 인종차별이나 성차별 말고 나이에 대한 차별도 같이 겪고 있다. 사람이 어떤 나이 이상이 되면 더 이상 모험을 하거나 심지어 섹시해지는 것도 금지되는 것 같다. -마돈나”

 

마돈나의 공연이 의미를 가지는 것은 그의 파격적인 퍼포먼스가 아니다. 그가 던지는 '화두'가 먼저다. 그는 공연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와 의견을 피력해왔다. 'Re-invention tour'에서는 부시 정부를 대놓고 비판했고, 'Confessions'에서는 면류관을 쓰고 십자가에 매달려 노래를 불러 교황청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의 메시지는 '우리는 모두 예수와 같이 타인을 도와야 한다.' 였다.)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세계의 많은 이들이 마돈나에게 영감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금기와 싸워나가는 수많은 마돈나들이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국제 정세와 여러 이유 때문에 대한민국은 그녀의 투어 리스트에서 제외되어 왔다. 더 늦기 전에 도발의 축제가 필요하다. (김반야)

 

Rebel heart
Material girl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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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잼 (Pearl Jam)

 

동영상으로 확인한 펄 잼의 공연에는 광기의 에너지와 뜨거운 열기가 교차한다. 에디 베더의 신들린 가창과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멤버들의 연주, 이들의 주술적이고 광적인 무대에 도취되는 관객의 몰입도는 펄 잼의 공연을 단순한 음악 향연이 아닌 거대하고 경건한 의식으로 승격시킨다. 1990년대 대중음악을 정의한 펄 잼은 아직도 사회참여적인 태도를 견지하며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에 이들의 무대는 가볍고 흥겨울 수 없다.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 젊은 세대의 좌절, 동서갈등, 세대 간 분리, 남북분단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한 대한민국에서 펄 잼의 진중한 메시지와 육중한 사운드, 돌처럼 단단한 의지로 축적된 음악은 이 문제 많은 사회에 전파되고 스며들어야 한다. 펄 잼의 내한공연이 요구되는 이유다. 1990년대에 함께 경쟁했던 스매싱 펌킨스나 콘,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 등이 우리나라에서 공연했고 소위 시애틀 4인방이라 불렸던 사운드가든, 앨리스 인 체인스, 너바나가 전설로 승화한 상황에서 펄 잼의 내한공연은 답답한 현실에 대한 통쾌한 일갈이자 후련한 카운터펀치가 될 것이다. 무엇보다 내 인생의 록, 'Jeremy'와 가사에 'Fuck you'가 등장하는 'Not for you'를 직접 들으며 함께 따라 부르고 싶다. (소승근)

 

Jeremy
Not for you
A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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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예 웨스트 (Kanye West)

 

사실 카니예 웨스트는 내한했었다! 그것도 서울이 아닌 양양군에. 낙산 해수욕장에서 열린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선 그는 공연 후 식당에 들러 '불고기'까지 먹고 갔다. 당시 사진은 전설로 남아 지금도 각종 커뮤니티를 떠돌며 그와 한국 사이의 끈끈한(?) 인연을 되새기고 있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인상적이었던 내한 이후 발매한 앨범은 빌보드 1위로 데뷔해 플래티넘을 달성했다. 그의 최대 역작으로 손꼽힌 <My Beautiful Dark Twisted Fantasy>는 평단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고 외로움에 몸부림치던 2010년 연말, 내게 구세군의 종소리로 다가왔다.

 

음악을 넘어 패션, 브랜딩, 영상 등 문화 산업 전반에 걸친 그의 영향력은 뮤지션으로 한정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현재 그의 위상은 종합 예술인에 가깝다. 손길이 닿는 것마다 성공적이니 본업만 하기엔 아쉬울 만도 하다. 'The life of pablo tour' 콘서트 활동을 미국 한정으로만 진행한 것도 월드 투어를 진행하기에는 그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언제할지 모르지만, 혹시나 외국 공연을 계획 중이라면 솔깃한 제안을 하고 싶다. 그의 히트곡들에 참여한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를 대체할 수만 명의 관객 떼창이 기다리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그가 디자인한 신발 '이지부스트'를 신고 공연에 갈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

 

요, 칸예, 난 네가 잘되는 게 기쁘고, 네가 (쇼를) 마무리하게는 해 주겠는데 너의 5집은 역대 최고의 앨범 중 하나였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라고! (MTV 뮤직비디오 대상 시상식 무대난입 사건) (노태양)

 

Through the wire
Runaway (Feat. Pusha T)
Only one (Feat. Paul McCart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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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 (Blur)

 

오아시스가 2009년에 왔고, 스웨이드는 2011년을 시작으로 무려 세 번이나 내한했다. 브릿팝 팬들에겐 이제 블러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일 테다. 마침 다가오는 7월에 데이먼 알반의 또 다른 그룹 고릴라즈가 '지산 밸리록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 초청되었으니, 블러와의 재회 역시 허황된 꿈은 아닌 셈이다. 그래, '재회'다. 사실 그들은 1997년에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수용 인원 3천여 명 정도의, 지금은 사라진 정동문화체육관에서 열린 그들의 단독 콘서트는 밴드의 이름값에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해외 아티스트가 라인업에 즐비한 록 음악 전문 페스티벌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고, 양질의 음향과 무대 세트를 구비할 수 있게 되었다. 이곳에서 그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다림에 지친 팬이라면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 무대를 담은 라이브 앨범을 청취해보자.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Parklife>를 살짝 비틀어 이름 붙인 <Parklive>에는 블러가 얼마나 관객과 뜨겁게 교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이 생생하게 녹음되어 있다. 음악적으로 디테일의 강자인 블러는 그와 동시에 화끈한 퍼포먼스도 가능한 팀이다.

 

한국 관객에게는 '떼창' 포인트가 확실한 'Girls and boys', 그리고 'Song 2'가 맞춤이겠고, 히트곡인 'Coffee and TV' 정도는 외워서 부르겠지. 'Pyongyang'은 조금 위험할 수도 있을 텐데. 팬서비스로는 'London loves'를 'Seoul loves'로 바꿔 불러주지 않을까……. 참 부끄러운 수준의 상상력이지만, 선물상자 리본을 풀기 직전의 마음을 떠올려 공감과 이해를 구한다. (홍은솔)

 

Girls and boys
Coffee and TV
This is a 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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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페리 (Katy Perry)

 

내한을 바라는 아티스트는 수도 없이 많지만, 가장 보고 싶은 가수는 단연코 케이티 페리다. 학창 시절 'I kissed a girl'의 가사를 보고 깜짝 놀랐던 소녀는 어느새 훌쩍 자라 그의 '19금' 공연만 기대하고 있더란다. 분명 가사는 도발적인데, 그걸 전달하는 가수 특유의 발랄함 때문에 노래가 남녀노소 즐길만한 팝으로 둔갑하는 마법. 케이티 페리만의 능력이다. 실제로 <Teenage Dream>은 트랙의 반이 검열대상이지만, 알록달록한 탑과 글리터 수영복을 입고 시원하게 목소리를 내지르는 아티스트 덕분에 여름에 제격인 세트 리스트를 연출한다.

 

이렇게 다소 가벼운 분위기로 예열된 무대는 'Waking up in vegas'류의 록 넘버로 후끈 달아오르고 'Roar'에서 비상하지 않을까. 프리즈매틱 투어와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등장한 말, 사자상, 그 위에 우뚝 서 있는 아름다운 여신. 무대에서만큼은 세상을 지배했던 클레오파트라의 현신이다. 대미는 누가 뭐래도 'Firework'일 수 밖에! '당신은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 자체입니다. 당신은 불꽃이니까요.' 듣는 이와 부르는 이 모두 용기를 얻어가는 희망 찬가다. 노래 제목처럼 스스로 빛나는 케이티 페리. 다음 투어 때는 꼭 와주길! (정연경)

 

E.T
Firework
Ro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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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스프링스틴 (Bruce Springsteen)

 

물론 이제 빨간 띠를 이마에 매고 분노를 토해내는 '노동계급의 대변인'을 기대하지 않지만, '록의 보스'임을 말해줄 전성기의 강성 무대도 재현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쳐 드물게 미국인으로서 미국을 비판하는 그 반국가주의와 반골의 진정성을 음반 아닌 라이브로서 확인하고 싶다. 영국의 평론가 찰스 샤를 머레이는 그의 음악을 '백인 알앤비'의 진수로 규정했지만 사실 'Born to run', 'Thunder road', 'Born in the USA', 'Streets of Philadelphia'는 펑크(punk), 포크, 컨트리, 하트랜드 등 다종(多種) 장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스타일. 그가 왜 뉴 딜런, 뉴 스톤스이었는지를 공연이 말해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미국적이고 포크 컨트리 색채가 있는 음악을 꺼리는 통에 전성기에도 그의 음반은 잘 나간 편이 못되었다. 화염과도 같은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내한공연이 그런 청취 관행에 카운터펀치가 되기를 열망한다. 미국으로 이민 간 친구가 1985년 가을 즈음, 자신이 사는 워싱턴 디씨에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왔다면서 공연을 '용암의 분출' 운운하며 자랑했을 때 얼마나 부러웠던지.. 30년도 더 흘렀지만 정말 나도 내가 사는 이곳에서 그의 무대를 보고 싶다. (임진모)

 

Born to run
Hungry heart
Brilliant disgu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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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 해리스(Calvin Harris)

 

포브스 선정 4년 연속 DJ 수익 1위를 차지한 남자, 캘빈 해리스(Calvin Harris)는 다프트 펑크, 데이비드 게타 등의 유려한 프랑스 일렉트로닉 명사들과 맞서 브리티시 특유의 감성을 전 세계 대중음악계 전반에 걸쳐 퍼뜨리고 있다. 지난해 전 연인 테일러 스위프트와 한 차례 소란을 겪기도 한 그는 2007년 '디스코를 창안했다!(<I Created Disco>)'라는 패기만만한 선언을 시작으로 전자음악 신에 침투하였다. 디스코와 팝, 하우스를 거쳐 오늘날 힙합의 영역까지 넘나들며 만능 프로듀서로서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는 그는 그야말로 현재진행형 슈퍼스타이다.

 

데뷔 초 내한 전력이 존재하지만 3집 <18 Months>기점의 팝 성향이 이전 음악과는 사뭇 다르기에 더욱 보고 싶은 뮤지션이다. 독창적인 음악적 감각을 바탕으로 리아나, 엘리 굴딩 등 매력적인 팝 보컬을 기용하여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리고 대서양을 건너 빌보드 차트까지 점령한 성공신화가 그러한 욕구의 원유를 방증한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한창 지분을 높이고 있는 시의에 발맞춰, EDM 트렌드를 대표하는 그의 히트곡들을 국내 페스티벌 현장에서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라본다. (현민형)

 

The girls
I need your love (Feat. Ellie Goulding)
This is what you came for (Feat. Rihan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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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 영 (Neil Young)

 

'닐 영'하면 통기타와 하모니카를 매고 가녀린 목소리로 'Heart of gold'를 부르는 모습이 가장 먼저 기억난다. 그리고 육중한 기타 리프에 떼창을 유발하는 'Hey hey, my my (Into the Black)'이 떠오른다. 그 외에도 전자 음악, 로커빌리 등과 같이 기나긴 활동에 비례한 스타일의 변화무쌍함이 누구보다 그를 잘 말해준다. 이미 거장 반열에 올랐지만, 2016년에도 변함없이 앨범을 내며 이름을 따라 아직 건재함을 증명하는 중이다.

 

2010년대에 들어서 휘트니 휴스턴, 밥 딜런, 폴 매카트니를 비롯한 전설급 뮤지션들의 공연으로 국내 분위기가 뜨거웠다. 그들이 만든 대중음악의 역사를 영접하는 그 시간과 공간은 천국에 다다랐다. 그에 반해 최근 프린스, 척 베리, 데이비드 보위를 위시해 내한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별들이 많았다. 그래서 그의 건강을 헐뜯는다기보다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한국 나이로만 벌써 73세에 이른 지금 혹시나 그를 기다리는 소망이 영원한 기다림으로 바뀌지 않길 바랄 뿐. 어서 빨리 날아와 들려줬으면 좋겠다. 로큰롤에 생명을, 살아있음을. Rock and roll can never die! (임동엽)

 

Heart of gold
Like a hurricane
Hey hey, my my (Into the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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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케이드 파이어 (Arcade Fire)

 

아직 내한 공연을 가진 적 없는 뮤지션이 누가 있을까 생각했을 때 각 분야의 레전드로 박제되어있는 존함들보다 이 밴드의 이름이 먼저 떠올랐다. 캐나다 출신의 인디 밴드로 시작하여 으리으리한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성장한 아케이드 파이어는 데뷔 이래 15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한 번도 한반도를 밟은 적이 없다.

 

한동안 이들의 라이브 영상들을 찾아보는 것이 일상일 때가 있었다. 애수와 고양이 공존하는 음악과 유랑극단을 연상시키는 퍼포먼스, 특히 윌 버틀러(Will Butler)의 광기가 서려있는 드럼 퍼포먼스에 매료되었던 나는, 만약 이들의 <The Suburbs>가 그래미 어워즈의 올해의 앨범 부문을 수상하지 못하고 그저 평단의 수혜만을 받는 밴드로 남았다면 아마 한 번은 오지 않았을까. 라는 이기적인 상상을 해보기도 했다. 아아. 오기만 한다면 떼창 한 번 지대로 해줄 수 있는데! (듣고 있나요?) (이택용)

 

Rebellion(Lies)
Sprawl II (Mountains beyond mountains)
Here comes the night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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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미첼 (Joni Mitchell)

 

도심 한복판에서 모든 사람이 지워지고 오직 둘만이 존재한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 있는가? 난 있다. 바로 조니 미첼의 <Blue >를 들었을 때. 그 순간 세상엔 나와 조니 미첼뿐이었다. 처음엔 목소리에 반했다. 맑으면서도 서늘하고, 수줍으면서도 깊이 있는 그것. 푸른빛 감도는 앨범 자켓은 또 어찌 그리 멋지던지! 듣는 내내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의 내한을 기다리는 이유가 또 있다. 많은 이들과 시대를 공유한 세대불문 가수이기 때문. 너울거리는 옷과 노래의 담긴 메시지는 우드스탁 세대를 대표했고, 매 시즌 '소환'되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명장면에는 그의 CD와 노래가 등장한다. 몇 년 전 열린 70주년 콘서트에서는 '스웨그(Swag)'넘치게 리듬을 타며 여전히 젊음을 보여줬다. 중장년, 청년 모두를 아우르는 능력 덕분에 어쩌면 콘서트 장에서 '세대 간 통합'이 이뤄질지도! 다만 우려스러운 건 그의 건강. 부디 아프지 말길, 어느 시의 제목처럼 멀리서 빈다. (강민정)

 

Woodstock
Both sides, now
Free man i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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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사실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한국에 방문한 적이 있다. 엔싱크의 막내였던 1997년, 그는 열일곱 나이에 팀의 아시아 프로모션 일환으로 국내 팬과 마주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된 찰나의 만남으로부터 20년. 당대를 양분했던 백스트리트 보이스와 엔싱크에서 성공적으로 솔로 커리어를 쌓아올린 이는 오직 그뿐이다. 'Sexyback', 'Suit & Tie'와 지난해 'Can't stop the feeling' 등 글로벌 히트곡도 만만찮다. 탄탄한 가창력과 댄스 스킬, 근사한 옷맵시까지! 이제 그의 위상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팝 아이콘에 이른다.

 

그의 공연이 댄스 일색일 것이란 지레짐작은 금물. 특유의 유려한 팔세토와 매력적 블루 아이드 소울이 듣는 재미를 확실히 책임진다. 역동적 춤사위에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는 아무리 봐도 놀랍다. 최근 투어에는 풍성한 브라스 사운드가 특기인 25인조 백밴드 테네시 키즈(The Tennessee Kids)가 합류해 음악적 밀도를 높였다. 밴드와의 빈틈없는 호흡으로 공연장에는 흥겨운 펑크(funk) 그루브와 역동적 에너지가 끊이질 않는다. 감히 마이클 잭슨에 비견될 만큼 시청각에 두루 강한 그를 늘 간접 경험해야 했던 것이 못내 한스럽다. 이제는 그의 독보적 퍼포먼스를 피부로 느끼고 싶다. (정민재)

 

Like I love you
Mirrors
Can't stop the fee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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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레이(Glay)

 

일본 뮤지션이라면, 비주얼계 만큼 수요가 확실한 분야도 없다. 엑스 재팬도, 라르크 앙 시엘도, 루나 씨도 - 비록 카와무라 류이치 홀로이긴 했지만 - 내한했으니, 남은 건 이 팀 정도가 아닌가 싶다. 요시키가 진두지휘하던 <Extasy Records>에서 데뷔한 이래 20년이 넘도록 높은 인기를 구가중인 네 명의 록 대디, 글레이 이야기다.

 

1988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테루와 타쿠로가 홋카이도에서 활동을 시작해 도쿄로 근거지를 옮겨 지금의 라인업을 완성한 후 인디즈 활동을 이어나간 그들. 이 때만 해도 생업을 전전하며 어렵게 무대에 서던 상황이었으나, 공연장을 찾은 요시키의 눈에 띄어 염원하던 메이저 데뷔를 완수하게 된다. 이후 보위를 전담했던 사쿠마 마사히데를 프로듀서로 섭외, 음악적 골격을 완성함과 동시에 팝록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굳혀나가며 승승장구. 13장의 정규작과 54장의 싱글, 수없는 라이브 개최를 통해 살아있는 전설로 록 신에 군림하고 있는 중이다.

 

2013년에 한차례 내한공연이 취소된 전례가 있는 만큼, 한국을 찾아 그때의 아쉬움을 날려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한 가득이다. 여전히 하드한 공연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퀄리티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관록이 붙을 대로 붙은 멤버들의 연주, 세월이 지나도 전혀 폼이 떨어지지 않는 목소리를 들려주는 테루의 보컬은 지금이라는 시대에 글레이의 영역이 선명히 남아있음을 증명할 것이다. 글레이의 퍼포먼스가 국내 내한공연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기를, 일본음악 마니아로서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다. (황선업)

 

(음역대가 높아 쉽지 않겠지만) 떼창이 예상되는 시그니쳐 'However'
분위기를 띄우는 데 적격인 라이브 대표곡 '彼女の”modern..."'
싱글이 아닌 앨범 수록곡이었음에도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듣고 있으면 마음이 뭉클해지는 'Pure s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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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드릭 라마 (Kendrick Lamar)

 

시간이 지나 진가가 와 닿는 게 몇 있다. 개인적으로는 '소주'가 그렇고, 지긋지긋했던 '학창시절'이 그렇고, '켄드릭 라마'가 그렇다! 힙합 문외한이었던 내게 켄드릭 라마는 도무지 감 잡을 수 없는 난해한 이름의, 그래미 시상식에 자주 노미네이트되어 들어는 봐야겠으나 잘 듣지는 않는 뮤지션이었다. 그와 나의 연결고리는 우연히 본 2014년 그래미의 공연 영상에서 시작된다.

 

“이건 우리(켄드릭 라마와 나) 안의 소리다!” 나는 넋을 놨다. 인디록 밴드 이매진 드래곤스(Imagine Dragons)와 함께 한 무대는 속사포처럼 내뱉는 강렬한 그의 래핑과 밴드의 퍼포먼스가 어우러져 그야말로 절경이었다. 곧바로 분해한 앨범은 내 심장을 뜨거운 기름에 넣어 단숨에 튀겨낸다. <To Pimp A Butterfly>에는 처절한 흑인 사회가, <DAMN.>에는 불안한 자신의 삶이 빼곡히 녹아있었다. 이 압축된 가사는 다름 아닌 답답한 일상에서 내가 소리치고 싶은 것이었다. 그가 한국에 오면 달콤한 소주를 반주 삼아 그의 목소리를 안주 삼아 'mad city'를 주제로 프리스타일 랩을 선보일 테다. 진짜로. (박수진)

 

M.A.A.D city (Feat. MC Eiht)
DNA.
The blacker the 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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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로스미스 (Aerosmith)

 

록의 후끈후끈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끼기에 에어로스미스의 공연장만한 곳이 또 있을까. 치렁치렁한 스카프를 잔뜩 두르고 쉴 새 없이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소리를 질러대는 '입큰이' 보컬 스티븐 타일러, 그에 뒤질세라 몸을 마구 흔들며 돌처럼 땅땅한 기타를 들려주는 영혼의 파트너 조 페리, 두 야생마의 거친 질주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달아오른다. 거기에 흥이 넘쳐나는 록 사운드의 융단폭격은 그야말로 '지금 즐기지 않으면 모두 유죄!'다. 이게 아메리칸 하드록 국가대표다!

 

1973년 데뷔 이후 크고 작은 부침은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로큰롤을 손에서 놓지 않은 이들이다. 'Mama kin', 'Sweet emotion', 'Back in the saddle' 같은 초창기 명곡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매력부터 'Love in an elevator', 'Eat the rich'처럼 능숙하게 리듬을 타는 곡까지 그들의 걸음걸음은 '로큰롤 종합 카탈로그'다. 수많은 명곡 중 최고는 역시 능글맞은 기타 리프와 짐승 같은 샤우팅이 인상적인 'Walk this way'! 런 디엠씨와 콜라보한 리메이크 버전도 유쾌한 뮤직비디오와 함께 크게 성공했다.

 

신나는 하드록과 더불어 감성적인 발라드도 놓칠 수 없는 매력이다. 영화 '아마겟돈'의 OST로 유명한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은 물론, 처연한 'Dream on'과 'Angel', 'Cryin''과 'Crazy' 같은 록발라드들은 시원시원한 로큰롤 사운드와 함께 에어로스미스 음악을 대표하며 이들이 '놀기만 하는' 그저 그런 양아치가 아님을 증명한다. 록 팬과 팝 대중 모두의 마음을 휘어잡는 초대형 로큰롤 비행선. 그 거대한 비행의 경유지에 'Seoul'이 찍힐 날을 기다린다. "COME THIS WAY!" (조해람)

 

Walk this way
Love in an elevator
I don't want to miss a 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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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프트 펑크(Daft Punk)

 

일렉트로닉 뮤직 신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이자 전설! 콜드플레이 이후 단독으로 주 경기장을 채울만한 주인공으로 이들이 떠오르고 있다. 'Alive'라는 이름을 걸고 투어를 하는 로봇들은 드디어 2017년을 맞이했다. 올해 'Alive 2017'이 있지 않겠냐는 루머가 돌아다녔던 것도 지구 팬들의 숙원이 담긴 결과일 테다. 이런 세계적인 들썩임(?)이 일어나는 건 수많은 명곡과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본 사람들이 정작 별로 없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들의 투어 방식은 이렇다. 1997년엔 1집, 2007년엔 2집과 3집에서 주로 선별한 리믹스곡으로 세계를 돌아다닌 후, 실황을 녹음해 앨범으로 발매한다. 이로 미뤄보아 2017년엔 그래미 5관왕을 차지했던 4집과 그간의 작품 위주가 아닐까. 무엇보다 퍼렐 윌리엄스가 내한 때 'Get lucky'를 불렀던 것처럼, 다프트 펑크의 'Get lucky'도 필수 리스트인 건 당연지사! 우리는 이들의 공전 주기가 10년인 걸 알았으니, 오작동이 없다면 'Alive tour'의 상징인 'LED 피라미드 무대'도 함께 올 거라는 소망을 품어보자.

 

아래는 2집과 <Alive 2007>에 수록돼 있어, 비교해서 들으면 좋을 추천곡이다. 주로 강렬한 전자음과 중독적인 후렴구가 등장하는 부분을 믹스해 앨범 버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Something about us'를 제일 좋아하지만 이건 역시 혼자 듣는 게 최고니까 제외. (정효범)

 

One more time
Aerodynamic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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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청춘으로 남아있을 크리스 코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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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음이 그러하겠지만, 어떤 이의 죽음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이 그러할 테고, 개개인의 단편들로 박제되어버린 자의 죽음이 그러할 테다. 데이비드 보위가, 프린스가, 조지 마이클이 세상을 떠났을 때, 수많은 이들이 슬퍼한 이유는 단지 그들의 새로운 행위를 포착할 수 없다는 아쉬움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자가 남긴 족적들이 남은 이들의 순간순간에 깊이 스며들어있기에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기리고 되새긴다.

 

2017년 5월 17일. 크리스 코넬이 공연 후 인근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감시관들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향년 52세, 죽기엔 너무 이른 나이었다. 그는 1990년대를 풍미한 그런지의 아이콘이기 이전에 멈춤 없이 록을 탐구하고 해석한 로커다. 음역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탁월한 보컬과 하드 록에 최적인 거친 음색은 후대에 등장하는 록 밴드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록이 침체기에 빠져든 지금, 그의 죽음이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다.

 

사운드가든(Soundgarden)과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 그리고 틈틈이 정진했던 솔로 활동으로 우리에게 끝없이 록을 들려주었던 크리스 코넬. 누군가의 청춘으로 남아있을 아홉 곡으로 그를 되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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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Flower (1988, <Ultramega OK>)

 

크리스 코넬은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 이전에 그런지의 특징이 되는 어둡고 염세적인 정서의 기반을 마련한 작가이다. 1988년에 발매된 사운드가든의 1집 <Ultramega OK>의 첫 트랙이자 1960년대 사이키델리아와 1970년대의 헤비메탈을 접목한 듯한 「Flower」는 자존감을 약물에 의지하는 당시 젊은이들의 황폐한 실상을 그려낸다. 뚜렷한 서사 없이 추상적인 화법으로 가사를 적는 작법이 두드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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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Jesus Christ Pose (1991, <Badmotorfinger>)

 

사운드가든의 음악은 펄 잼과 너바나의 것과 결이 달랐다. 이들의 음악엔 하드 록과 헤비메탈로부터의 받은 영향, 즉 금속 냄새가 진동하다. 1991년에 나온 그런지 음반들, 펄 잼의 <Ten>과 너바나의 <Nevermind>그리고 사운드가든의 <Badmotorfinger>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명확히 드러난다. 「Rusty Cage」과 'Outshined' 등 명곡들이 수록된 음반은 멤버마다의 출중한 연주 실력에 기반을 둔 팀임을 입증한다. 특히 스래시 메탈 특징인 속도감 있는 기타 리프가 어우러진 「Jesus Christ Pose」는 음반의 백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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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Black Hole Sun (1994, <Superunknown>)

 

현재까지 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밴드에게 상업적인 성공을 가져다준 <Superunknown>은 하드 록에 깊은 뿌리를 둔 전작들과는 다른 면목을 보인다. 좀 더 매끈하게 정제된 사운드에 그런지 특유의 음울함이 스며들었다. 그중에서도 묵직하게 떨어지는 드럼과 기타 사운드, 음침한 코러스를 장착한 「Black hole sun」은 여타 곡들에 비해 선율감이 상당한 록발라드 트랙. 곡을 들은 당시 너바나의 드러머, 데이브 그롤(Dave Grohl)은 '비틀스와 블랙 사바스를 완벽히 섞어냈다.'라며 감탄했다고 한다. 절망을 품고 살던 당시 젊은이들의 송가이자 밴드의 최고 대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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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garden ? Fell on black days (1994, <Superunknown>)

 

밴드의 그런지가 좀 더 세련되고 정제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곡. 크리스 코넬은 절제된 리듬과 블루지한 기타에 맞추어 담담한 음성을 통해 자신의 인생사에 고여 있는 공포와 실망감을 거리낌 없이 표출한다. 생에 대한 환멸과 비애감이 특히 두드러진다. 「Black hole sun」만큼이나 대중적인 소구력을 갖춘, 멋진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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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slave ? Like a stone (2002, <Audioslave>)

 

1997년 사운드가든이 멤버 간의 의견차로 해체하고 홀로 남은 그가 레이지 어게인스트 더 머신(Rage Against The Machine, RATM)의 새로운 보컬이 된다는 루머가 풍문으로 전해졌을 때, 모두들 갸우뚱한 반응을 보였다. 1990년대 후반의 록은 크리스 코넬의 그런지와 RATM의 랩 메탈로 나눌 수 있을 만큼 상극의 성질이었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합이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고, 크리스 코넬과 톰 모렐로(Tom Morello)를 비롯한 RATM의 멤버들은 오디오슬레이브(Audioslave)라는 신선한 이름의 밴드로 새 출발을 꾀한다. 결과물 또한 신선했다. 명 프로듀서 릭 루빈(Rick Rubin)의 도움을 받아 제작된 첫 정규음반 <Audioslave>은 사운드가든과 RATM의 중간지점을 정확히 짚어낸다. 특히 크리스 코넬의 거친 음성과 톰 모렐로의 신랄한 기타 리프가 환상적인 합을 이루는 「Like a stone」은 그의 커리어 중 가장 높은 차트 순위를 기록하며 또 다른 대표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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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oslave ? Be yourself (2005, <Out of Exile>)

 

오디오슬레이브의 소포모어 <Out of Exile>의 첫 싱글인 「Be yourself」이 함축하고 있는 메시지는 사운드가든의 것도 RATM의 것도 아니었다. 그는 메시지가 뚜렷한 가사를 쓰는 작가가 아니었기에 '너 자신이 되라'라는 상당히 보편적이고 교훈적인 어구가 조금은 어색하다. 그런지를 계승한 포스트 그런지 풍의 멜로디 진행과 톰 모렐로의 사이키델릭한 기타 플레이가 두드러지는 「Be yourself」는 크리스 코넬의 가장 희망적인 곡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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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Cornell ? You Know My Name (2006)

 

크리스 코넬은 그런지와 얼터너티브 록이라는 범위 안에 국한되지 않는 뮤지션이다. 그는 밴드의 단위가 아닌 솔로 활동으로 사이키델릭 록과 포크 록 심지어는 댄스 팝까지 시도하는데, <007 카지노 로얄>의 주제가인 「You know my name」은 현악이 가미된 하드 록 트랙으로 시리즈의 여타 주제곡들이 그러했듯 상당히 고풍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곡은 후에 솔로작 <Carry On>에 수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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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 Cornell ? Dead Wishes (2015, <Higher Truth>)

 

2015년에 발매된 <Higher Truth>은 그의 유작이 되었다. 음반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중 가장 유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동시에 역시 그가 탁월한 보컬리스트였음을 다시금 증명한 작품이다. 어떠한 스타일과 장르에도 잘 어우러지는 그의 목소리는 「Nearly forgot my broken heart」나 「Through the window」 등 부드러운 트랙들에서 색다른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Dead Wishes」는 그의 음성이 30년이란 세월에도 무뎌짐이 없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트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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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mple of the dog ? Say Hello 2 Heaven (1991, <Temple of the dog>)

 

다시 1990년대로 돌아가, 사운드가든과 펄 잼의 멤버들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마더 러브 본(Mother Love Bone)의 보컬 앤드류 우드(Andrew Wood)를 추모하기 위해 템플 오브 더 독이란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한다. 그룹의 유일한 음반<Temple of the dog>엔 「Hunger striker」과 「Reach down」 등 초창기 사운드가든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트랙들이 수록되었지만, 그중에서도 평소 앤드류 우드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크리스 코넬이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쓴 「Say Hello 2 Heaven」이 리스트의 끝자락에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앨범 커버, 누가누가 제일 멋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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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커버만 봐도 음악의 양질을 알 수 있다!'라는 대중음악계의 오랜 믿음은 여전히 유효하다. 앨범 커버가 실제 음반의 포장지로 쓰이던 LP 시절은 물론이고 뒤를 이은 CD매체, 이제는 커버의 물리적인 기능이 사라진 디지털 음원에 이르기까지. 앨범 커버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사운드 감촉을 형상화하며 음악 감상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뮤지션들은 각자의 음악적 정체성을 사진, 그림, 일러스트 등 다채로운 분야의 아트워크를 활용하여 뽐내곤 한다. 국내에선 한대수의 <멀고 먼 길> (1974)이 그 효시 격. 앨범 커버에 대한 그들의 정성을 찬미하며, 2000년대 이후 매력적인 감상을 선사한 국내 앨범 커버 21선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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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 <Tai Ji> (2000)

 

서태지는 음반을 내고 활동하면서 음악뿐 아니라 패션, 춤 등 비주얼적인 부분과 전체 콘셉트까지 고려한 최초의 뮤지션이었다. 앨범 아트워크도 예외는 아니다. 데뷔반을 빼고는 앨범의 주제나 심벌을 이미지화했다. 그는 앨범마다 독특한 구성을 추구했는데 재질로 보면 투명한 필름지로 제작된 7집 <Issue>가 압권이다. 아트워크의 내용과 파격적인 면에서는 6집을 단연 꼽을 수 있다. 이 앨범은 특별한 제목이 없기 때문에 <Tai Ji> 혹은 타이틀곡인 <울트라맨이야>로 불린다. 케이스는 강렬한 빨간색으로 (5집은 파란색이었다.) 태양처럼 불타는 이미지가 곡의 수록곡들인 뉴메탈 장르와 잘 어울린다. 디자인은 뮤직 비디오는 물론이고 음반 디자인을 오랫동안 맡아왔던 전상일이 담당했다. 그는 “서태지는 멸균적 클린업을 하는 완벽주의자”라고 표현한 적도 있어 그의 작업 스타일을 짐작케 한다. 한자도 한글도 아닌 '태지체'가 등장하기도 하고, 기하학적인 상징이 많이 쓰는데 이는 신비주의 서태지가 팬에게 보내는 신호이자 선물이기도 하다.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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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 - <D> (2001) 


소속사와의 갈등이 첨예하게 드러났던 3집을 뒤로하고, 연료를 채워 다시 비행에 나선 4집의 커버이다. 먼저 엔진 소리('Drrrr!')와 비행기 그림은 팝 아티스트인 로이 릭턴스타인(Roy Lichtenstein)의 <꽝!>을 떠올리게 만든다. 전체적으로 오렌지 계열의 색상을 사용해 활기찬 감정을 전면에 나타냈고, 촘촘한 망점의 사용으로 기계적인 명암 효과를 더했다. 음반의 표지는 먼저 대표곡이자 타이틀 송인 '항상 엔진을 켜둘께'를 정하고 나서야 최종 확정됐다.

 

경쾌한 브라스 편곡, 새로운 악기의 도입으로 명랑한 매력을 되살린 델리 표 '모던 록'과 난해하지 않고 명쾌하게 다가오는 대중 예술 '팝 아트'는 서로 꽤 닮아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는 이들의 음악 세계를 효과적으로, 미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통로가 되어줬다. 둘의 인연은 '아토마우스'로 유명한 이동기 작가와 <聯 '연'>의 앨범 커버에서도 이어진다.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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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 <琉璃假面(유리가면)> (2004)

 

꽤 직설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녹슨 철제 같은 색감의 부채꼴을 등지고, 붉은 드레스를 입은 채 고고하게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이 말이다. 눈가에 내려앉은 맑은 톤의 섀도는 게이샤의 것을 빌린 듯하나, 힘이 서린 눈동자는 분명 누구의 것도 아닌 그 자신이다. 적어도 김윤아에게는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는 게 무리가 아니다.

 

흥미로운 건 그토록 자의식 강한 작품임에도 사진에서 정면 응시가 부재하다는 것. 포토그래퍼 김우영이 포착한 그는 두 팔의 방향과 시선이 도달하는 지점이 서로 정반대를 이룬다. 그에게는 손끝조차 가면이다. 그러나 결국 그 가면은 '유리'로 만들어졌으니, 외피는 투명해지고 진실을 드러낸다. 그리고는 심홍(深紅)의 이미지와 꼭 어울리는 강렬한 비가가 흘러나오자 마침내 지울 수 없는 인상이 새겨진다. 2004년의 봄, 인간 김윤아의 혼에 내재한 불안, 증오, 절망, 열망, 애상, 그리고 광기의 색은 온통 적갈빛이었다. (홍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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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 <순간을 믿어요> (2004)


공전의 히트를 남긴 전작 <꿈의 팝송>이후 자신들에게 규정된 시선에 대한 반발로 만들었다. 전에 없던 강한 에너지와 단순한 가사. 심지어는 영어를 사용하지 않던 특징까지 스스로 깨버리나 잘 주조한 대중 지향적 입맛과 안정적인 곡 만듦새로 폭발적 관심의 연타 홈런을 날린다.

 

견고함은 커버에서도 드러난다. 결성 초기 함께했던 키보디스트 류한길의 손을 빌려 탄생한 표지는 쓸쓸하고도 영롱한 음악 여정을 무리 없이 표현한다. 2집 <후일담>, 3집 <꿈의 팝송>역시 그의 작품. 원래 이소라에게 갈 뻔했지만 결국 선점했다는 후문이다. 그만큼의 욕심과 일편의 반발심으로 무장한 앨범.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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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 <눈썹달> (2004)

 

독특한 질감의 헝겊에 수 놓인 초승달, 그 옆에 작은 물방울 모양의 별 몇 개. 전체적인 색조는 회색이다. 음악을 듣기 전, 상상의 나래로 들어서는 입구의 모양새 정도 일까. 그 앞에 서서 느끼는 두근거림과 기대감이 한데 어우러져 묘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트랙의 흐름이 '별'에 닿을 즈음 자연스레 커버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이는 앨범의 시작이 소리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뒷받침한다. 전체 이야기를 그대로 축약해 놓은 아트워크는 부드럽게 굽이치는 고유의 무드를 강화한다. 음력 초사흗날 저녁, 서쪽 하늘에 낮게 뜬 눈썹달이 보일 무렵, 어김없이 앨범 수록곡들이 떠오르는 것은 탁월한 이미지 메이킹 덕분이다. 명반이 가진 특유의 매끄러운 내러티브를 뒷받침하는 건 히든 트랙이라 할 수 있는 표지에서부터 시작할지도. (노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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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넬 - <Healing Process> (2006)

 

건조하고 음울한 앨범의 감성이 커버를 통해 가감 없이 드러난다. 아트워크를 맡은 이는 일레스트레이터 아이완. 그의 미적 시그니처인 회푸른 색감은 음악 전반의 아득한 형질을 그대로 닮아 있다. 검게 물든 인연의 끈이 두 사람을 연결하고 있지만 그것은 가슴을 꿰뚫는 창이 되어 서로를 죽음으로 내몬다. '관계'는 생사를 쥐락펴락하는 양날의 칼임을 형상화한 셈이다. 이러한 악성 우울을 겪는 이들을 위해 넬이 내세운 전략은 동질감. 김종완이 표출해낸 지독히도 솔직한 절망은 여럿 대중과 공감대를 형성하며, 역설적이게도 '힐링'을 불러일으켰다. (현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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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치마 - <201> (2008)

 

'디자이너가 사퇴해서 그림판으로 그렸어요'라고 해도 믿을 법한 초기 앨범커버. 해적판 앨범인 양 묘하게 싼 티 나는 것이 B급 감성을 자극한다. 핑크 플로이드의 키치적 해석인가, 싶어 호기심에 음반을 들어보면 이거 완전 물건이다. 좋아해달라며 성의 없이 내지르는 조휴일의 목소리와 정제되지 않은 개러지 사운드, 디스코의 재치까지 즐기고 커버를 다시 보니 검정치마의 음악 세계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가 있을까 싶다. 음반사 문제로 교체된 아트워크에는 검정치마가 없다. 조휴일만 있을 뿐.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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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하이 - <魂: Map The Soul> (2009)

 

마이크를 집어 들고자 하는 소년. 세상에 삿됨 없는 목소리를 전하고자 하는 에픽 하이를 상징하고 있다. 기존 소속사인 울림 엔터테인먼트에서 나와 독립 레이블 '맵더소울'을 창립한 그들은 '혼'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북앨범 <魂: Map The Soul>을 발매했다. 음악 안에 오롯이 결집된, 순수를 좇는 열망을 순백색 커버와 어린 아이를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의연히 마이크를 들지 못하는 까닭은 여전히 자본주의 원칙 아래 삶을 살아나가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책 후면, 어른이 된 아이 손에는 서류가방이 들려 있다. (현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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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 - <Band Of Dynamic Brothers> (2009)

 

군 입대를 앞둔 힙합 듀오는 안 가면 '죽일 놈'이 되는 그곳을 정면으로 돌파한다. 미국 전쟁물 <밴드 오브 브라더스>와 군대 프라모델을 주로 제작하는 아카데미사 특유의 구식 표지를 패러디한 제목과 커버로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재치 있게 맞이한다. 가장 재미있는 커버 중 하나지만 가장 슬픈 커버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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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프림 팀 - <Supremier> (2010)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B급 영화 <빌과 테드의 엑설런트 어드벤처> 포스터를 패러디한 커버디자인은 당시 수직상승중이었던 '언더그라운드 루키'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디자인 담당자 이기백(a.k.a. SXIVA)은 영화 주인공이 록을 좋아하는 '너드'였듯 사이먼D와 이센스를 홍대 B급 너드로 보고 패러디 모티브를 잡았다. 회화 전공답게 사진이 예쁜, 약간은 화려한 그림으로 빚어졌다.

 

이기백은 의뢰를 받았을 때 이상하게 언젠가 본 서양야동의 초기 페스티벌 장면도 떠올라 거기 묘사된 가두행진, 풍선과 공룡 등으로 들뜬 분위기를 담아냈다고 밝혔다. 이건 신예 슈프림팀이 인정받기를, 타이틀곡 대로 'Step up'을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뒤에는 빈지노, 도끼, 프라이머리 등이 보인다. 이기백은 'Step up'의 뮤직비디오도 감독했다. 커버만으로 풋풋하나 자신감에 충만했던 슈프림팀의 데뷔시절을 전하는 '리얼' 아트웍이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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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 아이드 소울 - <Browneyed Soul> (2010)

 

이름을 내걸었다. 그래서인지 앨범에 쏟은 마음이 상당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이들의 정성과 손길이 머물러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보이는 앨범 커버 역시 멤버 나얼의 작품. 나얼은 화가로도 활동하며 전시회를 여는 등 미적 감각을 인정받은 인재다. 또한 그의 참여는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멤버로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커버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소울은 본디 흑인의 음악이다. 후에 소울 음악을 하는 백인들이 생겨났고, 이것을 블루 아이드 소울이라 불렀다. 브라운 아이드 소울이라는 작명은 여기서 기원한다. 거칠게 말하면 황인이 부르는 소울 음악이라는 뜻이다. 이를 알고 나면 연필 사이 노란 색연필 4자루가 이들을 뜻함을 알 수 있다. 소울이 대중적이지 않던 시기, 우직하게 밀고 온 이들의 시간을 보여주듯 손 때 묻은 연필에서 세월이 느껴진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묵묵하게 지켜온 장인들의 음악.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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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애니원 - <2nd Mini Album> (2011)

 

팝아티스트 마리킴의 대표작 '아이돌(Eyedoll)' 시리즈가 앨범 커버를 장식한다. 투애니원 멤버들의 개성이 적절히 반영된 캐릭터는 표지와 속지, 삽입곡 'Hate you'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양현석은 강남의 한 수입 가구매장에서 마리킴의 작품을 보고 흥미가 생겼고, 이후 컬렉터를 통해 그에게 단독으로 앨범 작업을 의뢰했다. 팀을 상징하는 숫자인 21에 맞춰 앨범에는 총 21장의 일러스트가 담겼다. 앨범 아트가 단순히 장식에 머무르지 않고 팀의 전체적인 이미지 메이킹에 주도적으로 활용된 건 유례없는 일이었다. (노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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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니 - <Chapter 1. 'Dream Girl - The Misconceptions Of You'> (2013)

 

하나의 암호다. 낙서처럼 뒤엉킨 연두색 선 위로 멤버들의 사진과 이미지를 콜라주 기법으로 표현했다. 이와 대조를 이루는 건 빛 잃은 슈트. 의미를 단숨에 파악하거나, 이미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사실 이 무질서함은 의도된 은유와 상징이고, 앨범 커버는 전체를 설명하는 '스포일러'다.

 

쉽게 눈치채기는 어렵다. 앨범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서로가 서로의 단서 역할을 하기 때문. 이 '큰 그림'의 설계자는 SM Ent의 민희진 실장으로, “SM은 민희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비주얼 분야에서 큰 변화를 일궈낸 인물이다. 커버 안에는 수록곡 뿐만 아니라 <Chapter 2. The misconceptions of me>의 힌트도 들어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노래와 이미지를 병치해보며 맞물릴 때의 쾌감을 느껴보시길.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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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 <Hello> (2013)

 

2013년은 단연 조용필의 해였다. '가왕'은 전작 <Over The Rainbow> 이후 10년 만에 발표한 19집 <Hello>로 대중과 평단을 완벽히 사로잡았다. 예상치 못한 역공이었다. 일렉트로니카와 힙합, 정통의 록 사운드를 다채롭게 구성한 '트렌디 세트'가 여유롭게 세대를 아울렀다. 차트를 뒤흔든 메가 히트 'Bounce'와 'Hello'는 그의 또 다른 대표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제는 초등학생도 조용필이 친숙하다.

 

새로운 문법을 적극 수용한 음악만큼이나 아트워크도 독특했다. 1979년 발표한 1집 이래 표지에 그의 얼굴이 없기는 처음이었다. 대신 무대를 연상케 하는 까만 배경에 형형색색의 조명 광선을 배치하고, 자신이 직접 쓴 'Hello' 문구를 큼지막하게 박았다. 사전 정보 없이는 그의 앨범임을 인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모험적인 디자인이었다. 환골탈태한 음악의 시각화! 내용물을 명료하게 반영한 커버 아트는 그 해를 기억하는 하나의 상징이 됐다.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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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 - <Modern Times> (2013)

 

복고풍 스윙 재즈를 시도한 <Modern Times>의 음악성을 단번에 설명해주는 훌륭한 커버다. 흑백의 색감으로 1930년대 뉴욕의 이미지를 그대로 담아냈고, 정면을 응시하는 아이유의 뚱한 표정은 시크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모노톤 배경과 대비되며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금색 폰트는 커버의 멋을 확 살려주는 포인트. 고급 패션 잡지의 표지처럼 튀지 않는 배경과 선의 조화로 인물에 시선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앨범의 음악적인 색채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아트 디렉터의 빼어난 미적 감각만큼 앨범에 담은 음악도 훌륭했다. 스윙 재즈 풍 타이틀곡 '분홍신'이나 'Modern Times', 기타리스트 박주원과 함께한 집시 재즈 '을의 연애', 보사노바 'Havana'까지 가요시장에서 흔히 들을 수 없는 스타일이 트랙리스트를 밀도 있게 채우고 있다. 물 만난 듯 반주 위를 뛰노는 아이유의 곡 해석력도 일품이다. 흑백 표지 아래에 품은 다채로운 음악으로 아이유에게 당당히 '팔방미인' 타이틀을 안겨 준 듣기 좋은 앨범!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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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달 -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 (2015)

 

밤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달과 그 주위로 피어있는 꽃. 빈센트 반 고흐의 결을 닮아 동적이면서도 따뜻함을 내포했다. 이는 2014년 두 번째 달의 공연에 맞춰 디자이너 오민이 선보인 드로잉 아트워크로 밴드를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작품 자체로도 팀의 정체성이 잘 드러나며 그다음 해인 2015년 발매한 <그동안 뭐하고 지냈니?>의 앨범 커버로까지 자리매김해 소장 욕구를 높였다. 보통 앨범을 구매하면 가장 먼저 표지의 이미지를 마주친다는 점에서 이 그림을 보는 순간 누구나 떠올릴 것이다. 월드 뮤직과 에스닉 퓨전, 최근에는 국악까지 발을 넓힌 크로스 오버 밴드 '두 번째 달'을.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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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이 - <SEOULITE> (2016)

 

서울의 소울, 음반 <SEOULITE>겉면에는 수도의 상징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다. 두 번에 나눠 발매된 앨범이라 커버 또한 낮과 야경 두 버전으로 담겼다. 파랑과 분홍 몇 가지 색으로 채운 서울은 레어버스(Rarebirth)의 그림. 그가 작업한 진보의 'Fantasy'나 딘의 'I'm not sorry' 모두 뚜렷한 색채로 시선을 사로잡은 표지들이다.

 

석양이 뿜어내는 핑크빛 색감은, 진한 보컬 뒤 아직은 수줍은 가수 본연의 모습과 닮았다. 종일 북적거리다 밤이 되면 깊어지는 도시의 풍경 또한 소울 음악과 어우러진다. 분위기에 따라 둘로 나뉜 노래들과 일러스트를 연결지어 듣는 재미가 있다. 과한 화보용 자켓 사진보다 이하이에게 잘 어울렸던 앨범 워크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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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노 - <12> (2016)

 

빈지노의 아트 크루 'IAB 스튜디오'는 이미 유명하다. 이들은 빈지노의 싱글 앨범과 뮤직비디오, 그리고 최근에는 빈지노와 빼빼로, 던힐 등 기업 콜라보레이션도 함께 했다. 빈지노를 비롯해 김한준, 김동민, 스티브로 구성된 4인조 팀으로 2013년 빈지노의 싱글 'Dali, Van, Picasso'의 아트워크를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이런 협업은 빈지노가 조소과 출신이라는 영향도 크다. 그래서인지 앨범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물로 만드는 것이 큰 특징이다. 빈지노는 인터뷰나 방송을 통해 작업 모습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자신의 또 다른 정체성을 표출했다. 선명한 색, 심플하고 직관적인 작품들은 피제이, 에디킴, 수란의 앨범에도 등장하며 영역을 뻗쳐나가고 있다.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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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 <신의 놀이> (2016)

 

2017년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노래 부분 수상과 시상 도중 트로피를 경매에 부친 퍼포먼스로 더욱 주목받은 앨범이다. 단정한 옷차림에 무겁게 내리 앉은 검은 배경. 최소한의 조명으로 무표정한 이랑의 얼굴을 부각한 음반은 개인의 일상과 사회에 대한 단념을 무게감 있게 녹여냈다.

 

커버는 밤섬 해적단 등이 소속된 비싼 트로피 레코드의 수장 박정근의 작품이다. 레이블 외에도 조광 사진관을 운영하는 그는 단편선과 선원들, 김사월 x 김해원의 앨범을 비롯하여 곽푸른 하늘과 사진집을 내는 등 인디 뮤지션과 많은 작업을 해오고 있다. 사회를 담은 음반과 그에 상응하는 퍼포먼스. 그 가치의 이미지가 앨범 커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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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비티비(ABTB) - <Attraction Between Two Bodies> (2016)

 

인디씬 특히 붕가붕가레코드의 수석 디자이너 김기조의 작품이다. 그는 '지속 가능한 딴따라질'을 외치는 레이블 '붕가붕가레코드'의 창립 멤버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눈뜨고코베인, 아침 등의 앨범 작업을 해왔고, 풍자가 가득한 키치와 강렬하게 각인되는 캐치(catchy)함으로 유명하다. 특히 복고풍 타이포그래피 '장방형 글꼴'은 그의 트레이드 마크.

 

'저건 분명 김기조의 작품이다'라는 확신이 드는 강렬한 포스를 가졌던 그가 최근에는 심플하면서 다양한 변주를 꾀하고 있다. 그 결과물 중 하나가 ABTB의 앨범이다. 원래 컨셉은 앨범명대로 서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거나 연인이 껴안은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김기조는 '차의 충돌'로 컨셉을 바꾸어 상징성을 더 부각시켰다. 실제 차 미니어처를 만들어 부딪치는 모습까지 연출한 뒤 그래픽으로 후처리를 했다. 아침의 <Hunch>에 이어 한 땀 한 땀 수작업이 들어간 '노가다 오브 노가다' 작품.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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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디 - <On And On> (2016)

 

SNS에 감성 사진으로 자주 등장할 법한 아트워크. 따듯한 색감의 조합과 그러데이션, 의미를 알 수 없는 오브제는 어딘가 '힙'해 보인다. 후디(Hoody)의 음악도 그렇다. 의미불명이 아니라는 점만 빼고. 앨범의 포문을 여는 'By your side (feat. Jinbo)'를 들어보라. 시작부터 앨범 커버 속 바닷가에 누워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정확하면서도 부드러운 후디의 보컬은 알앤비는 물론, 디스코의 따스함을 계승한 하우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그의 '힙'은 진짜배기.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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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 속 좋은 가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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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는 음악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운율을 품은 노랫말은 시가 되기도 하고, 편지가 되기도 하며, 하나의 서사를 이뤄 짤막한 소설이 되기도 한다. 가사의 문학적 가능성은 이미 밥 딜런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동시에 가사는 현실을 반영한다. 희로애락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감성부터 시대를 향한 통렬한 비판까지. 사람들을 위로하고, 때로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말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오로지 가사에 의한, 가사를 위한 2000년대 이후의 가요 25곡. 우리의 기억을 휘감은 그 또렷한 언어를 음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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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 - 인터넷 전쟁 (2000)

 

은퇴 선언과 번복 후 2000년 돌아온, 단지 가수 아닌 우리의 '사회적 리더'는 지지자들에게 교주와 같은 절대 지존이었다. 지켜주고 찢어주고 닦아준다는 표현이 소외와 억압당하고 있는 젊음에게 그가 당대에 어떤 위상의 위인이었던가를 말해주고도 남는다. “H.O.T와 젝키의 기획사는 들어라!!” 아이돌을 쏟아내며 거대해진 기획사의 음악 산업 독점시대를 겨냥한 한 '음악가'의 맹렬하고도 속 시원한 카운터펀치. 한사코 아버지가 싫어하는 음악만을 추구한 그의 당시 사운드 선택은 '하드코어'였지만 불변의 파워는 언제나 세대를 관통하는 시의적 노랫말에서 나왔다. (임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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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진 - 편지 (2000)

 

연이 끝에 다다른 것 같으니 이제는 그만 돌아서겠노라는 한 사람의 고별은 담담하기 그지없다. 이별에 응당 따를 법한 비애의 낱말들은 편지가 끝내 봉해질 때까지도 옮겨지지 못했다. 그 대신, 잠시나마 함께 해주었음에 대한 감사, 앞날의 미래를 향한 축언이 인연이길 바랐던 이에게 바치는 마지막 인삿말로 들어섰다. 이 덤덤한 문체 앞에서 슬퍼지는 사람은 정작 우리가 되어버린다. 울어야 할 단 한 사람은 노래가 끝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도 애감을 표하지 않는다. 그 어디에도 슬픔을 적시하지 않은 구절들은 상대가 부디 행복하길 바란다는 기도, 마음을 접겠다는 다짐이 삼킨 아픔을 우리의 몫으로 떠넘긴다. 다른 어떤 이별 노래보다도 애절함이 거대하게 밀려오는 것은 어쩌면 이 때문이리라. 헤어짐을 겪은 이가 눈물 자국을 감추고 써 내린 담백한 소회. 이 평온한 편지는 4분 40초 만에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이제 나는 돌아서겠소'라는 두 문장을 2000년대 가요사에서 가장 애달픈 이별사로 만들었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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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 너를 위해 (2000)

 

사랑을 하다 보면 종종, 스스로 누군갈 사랑할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어두운 단면이 생성해내는 불안정한 마음은 상대방과의 끊임없는 반목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미안한 감정으로 결집된다. 사랑하는 이에게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음을 깨달을 때쯤이면 '너를 위해' 떠나야 함을 직감한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임재범'이기에 더욱 처절히 들려오는 노랫말. 처음엔 그저 멜로디가 좋아 따라부르던 나는 철들 무렵, 사랑의 진액(津液)을 맛보고 나서야 진정으로 이 노래를 이해했다. (현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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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 - 힘을 내요 미스터김 (2000)

 

아직 인생의 목표도 찾지 못했건만, 취직하라는 소리에 등 떠밀려 시작한 사회생활. 어느새 꿈은 마음 한구석에 접어두고, 통일된 무채색 정장에 서류가방을 든 채 이름 없는 회사원1이 되어 쳇바퀴만 도는 미스터 김. 결코 낯설지 않은 우리네 삶이다. 하고 싶었던 일, 아직 늦지 않았다니. 일탈을 부추기는 아주 위험하고, 반항적인 노래다. 그렇다면 기꺼이 따라주는 것이 인지상정!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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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 -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2001)

 

작사가 원태연의 서정적이고 웹 소설같은 노랫말은 신승훈을 비롯한 여러 히트곡에서 만날 수 있지만, 래퍼만 3명이었던 샵의 노래에서 더욱 생생한 대화체로 전달됐다. 이는 이지혜의 애절한 보컬과 대비되어 이별을 설득하는 이와 관계를 이어가려는 여성의 구체적인 상황으로 끌어당긴다.

커피를 사이에 두고 마지막 말을 나누는 연인, 그사이 식어가는 커피는 끝을 앞둔 두 사람의 관계를 감성적으로 묘사한다. 곡의 분위기와 달리 서지영의 통통 튀는 랩도 귀여웠다. 그 시절 라임다운 '기리~위리~'는 숨겨진 중독 포인트다. 이별의 과정을 담담하고도 부드럽게 표현해 지금 들어도 세련된 노래다.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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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 챔피언 (2002)

 

싸이의 노랫말은 언제나 귀 기울여 듣게 하는 매력이 있다. 영화 '베벌리 힐스 캅(Beverly hill cop)'의 수록곡 'Axel f'를 샘플링한 '챔피언'에는 해학과 통렬한 사회의식이 고르게 배어 있다. 집회 문화부터 분단된 현실까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온갖 것을 그의 시선으로 아우르며 '모두의 축제'로 인도한다. 재생하는 순간만큼은 계층도 대립도 없는 유토피아를 부르짖으며 그저 잘 노는 사람이 '챔피언'이라는 해답을 외칠 뿐이다. 가벼운 라임과 입에 감기는 익숙한 단어 그리고 인류애를 향한 메시지까지! 신라의 고승 원효가 부처의 가르침을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지은 '무애가'와 닮았다! 흥 많은 민족에게 제대로 놀 줄 아는 법을 명문화하여 몸소 알린 싸이 표 가사의 기원이 아닐까. (노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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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 Never ending story (2002)

 

김태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타리스트이며 뛰어난 작곡가임과 동시에 가장 정확한 단어를 쓰는 훌륭한 작사가이기도 하다. 부활의 침체와 개인적인 아픔 속에서 탄생한 'Never ending story'의 노랫말은 그의 수많은 명가사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헤어짐을 받아들이기 싫은 마음은 떠나면서도 '마치 날 떠나가듯이' 손을 흔드는 연인의 모습으로 그려지고, 상실감과 지독한 그리움은 떠난 이의 빈자리에 '같은 모습의 바람'으로 나타난다. 영화 같은 기적을 바랄 수밖에 없는 모든 실연 남녀의 마음을 처연한 은유로 담아낸 한국 발라드의 보석과도 같은 노랫말. 군더더기 없이 유려한 선율과 무너질 듯 여린 이승철의 애절한 목소리도 곡의 호소력을 높였다.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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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 울면서 달리기 (2002)

 

언니네 이발관의 방향성이 새롭게 수립된 작품 <꿈의 팝송>. 타이틀에 걸맞게 드림 팝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 '울면서 달리기'는 환상적인 분위기 덕분에 이별이라는 상황이 실제인지 꿈속인지 분간할 수 없게 만든다. 당신 없는 이 거리에서 달리는 나는 정말 현실 속 존재일까. 나를 잊은 거리는 과연 환상일까. 꿈에서라도 그대를 볼 수만 있다면. (정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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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 No. 1 (2002)

 

'달'은 역시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소재다. 'No. 1'에서 달은 소녀와 그의 사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오랜 친구이자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슬픔을 모른 척 가려줄 수 있는 존재이며 그에게 못다 전한 사랑을 비춰주는 촛불이다. 밝고 신나는 곡의 분위기와 아련한 가사의 대비에서 달빛 아래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소녀의 뒷모습이 수채화처럼 번진다. (조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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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두 - 대화가 필요해 (2002)

 

활동 시절 김과 밥처럼 달랐다는 둘은 커플 사이의 차이를 직관적이고 재치 있는 가사로 표현해왔다. 상대가 다정하길 바라는 자두와 무관심한 강두, 노랫말 속 캐릭터가 실제 가수와도 닮아 더 공감이 갔다. 팀의 곡 대부분을 써준 제작자 최준영은 명료하고 쉬운 이야기와 멜로디로 자두에게 여러 유행가를 선물했고, 후에는 노래 제목과 동명인 개그 프로의 삽입곡으로 사랑받았다. 대화 대신 티브이에 빠져있던 일요일 저녁 이 노래 뒤엔 늘 같은 대사가 나왔다. “밥 묵자.” (정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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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 - 하늘을 달리다 (2003)

 

제목부터 고대 그리스의 이카로스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 이적과 이카로스에게 하늘이란 통과해야 할 어려움이자 구원, 즉 '나를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다. 둘 사이에 다른 게 있다면 이적이 조금 더 거침없다는 점. 그에겐 두려움이 없다. 금방이라도 증기를 내뿜을 것 같은 전자 기타, 잘게 부서지는 드럼으로 만든 록 사운드가 이 무모한 선전포고를 돕는다. 그의 행동이 터무니없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순수한 치기가 종종 이적(異蹟)을 일으키곤 한다.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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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리 스파이스 - 고백 (2003)

 

여기에는 숨겨진 사연이 있다. 우선 가사의 모티브, 야구의 탈을 쓴 순정 만화 <H2>에는 4명의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김민규가 부른 덕분에(?) 사람마다 다른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친구를 좋아하지만 먼발치서 지켜본 이들과 열병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마음을 전달한 이들이 공감했던 '청춘 송'이자,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불러오는 곡. 만화를 보고 노래를 들으면 비로소 '고백'의 진가를 알게 된다는 솔깃한 후문도 있다.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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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 바람이 분다 (2004)

 

시와는 달리 노래 가사에는 주로 구어체가 쓰이는데, 이 곡은 독특하게도 몇몇을 제외한 문장 대부분을 '-ㄴ다'의 어미로 끝맺은 것이 특징이다. '나'의 시점에서 말하고 있긴 하지만, 관조적인 어투로 쓴 풍경 묘사가 선행해 마치 '나'의 이야기가 아닌 듯 짐짓 차분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추억을 다르게 적히”게 하는 짝사랑은 그 사랑 자체로 폭력이 된다. 그걸 깨달은 이는 마침내 그에게서 떠나 먼 곳으로 걸음을 옮긴다. 그것이 버림받은 이의 마지막 배려일 테다.

사랑에 실패해 한없이 침잠하는 '나'의 우주와는 달리, 바깥은 따스한 공기와 재잘거리는 소리로 가득하다. '내'가 없는 곳에서 그의 오늘은 어제와 같이 평화롭다. 고백하건대 나는 이소라를 즐겨 듣지 않는다. 이소라를 듣고 있으면 내 세상도 무너진다. 슬픈 음악이 나를 위로해줄 수 없다는 걸 그를 통해 배웠다. (홍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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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Mot) - 날개 (2004)

 

이카로스가 좀 더 똑똑해진다고 해서 날기를 포기했을까. 함께하는 세상이 결코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임을 알고서도 둘은 굳건했다. 그저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이를 부여잡고, 제 날개가 다 타버리도록 높고 뜨거운 곳으로 오른다. 이이언(eAeon)이 써 내려간 그리 길지 않은 문장 안에는 생의 마지막 사랑인 양 어떤 결말이든 받아들이겠다는 평온한 자세, 그리고 첫사랑처럼 맹목적인 태도가 공존한다. 체념한 후가 이토록 간절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 (홍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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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 - 빙고 (2004)

 

('빙고'의 가사를 놓고 가로가 아닌 세로로 읽어보자. 터틀맨의 재치가 숨어있다.)

곡 자체는 가볍고 신나지만, 가사는 복무 신조와 십계명만큼이나 귀중하다. 쓸데없이 진지하지 않아 더 좋다. 듣기 편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그야말로 대중적인 선율과 사운드를 만들어냈던 터틀맨은 매 곡마다 희망을 품은 공익적인 가사를 넣어 대중들을 고양했다. '사계'나 '비행기' 등 상당수의 가사들이 좋지만, 특히 '빙고'의 가사를 좌우명으로 삼고 살아간다면 정말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을 것만 같다. 요즘 따라 늘 좋은 노랫말을 부르던 거북이가 그립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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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요정역정만루홈런 - 절룩거리네 (2004)

 

이 노래에 울컥해보지 않은 사람은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아닐까. 막다른 골목 그러니까 가장 비관적이고 상처를 감당하기 힘들 때 찾아보게 되는 노래다. 타인의 따뜻한 위로가 아무 소용이 없을 때 그저 주저앉아 한없이 울게 만드는 가사. 구구절절 내 얘기라고 들릴만큼 그 몰입력이 크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이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7년이 되었다. 그래서 더욱 씁쓸하고 소중해져버린 노래. (김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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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 하이- Fly (2005)

 

사실 굳이 한두 문장을 뽑을 것도 없이 구구절절 마음에 드는 가사다. 안타까운 나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펼쳐내고 어른스러운 위로가 아닌 젊은이의 강단 같은 어조로 '너는 날 수 있다!' '세상이 뭐라고 말해도, 너는 날 수 있다'는 외침에 가슴 뜨거운 에너지를 얻은 건 나뿐만이 아니리라! 2005년 발매로 벌써 세상에 나온 지 12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노래의 가치는 생생하다. 지치고 힘든 날, 외롭고 고된 날. 몇 번이고 에픽 하이의 'Fly'를 꺼내 듣는다면 당신은 그때도 지금도 젊고 그때도 지금도 날 수 있는 존재다. '때론 낮게 나는 새도 멀리 본다' 하지 않던가?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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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스(EX) - 잘 부탁드립니다 (2005)

 

"아시다시피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인해 청년실업 40만 명에 육박하는 이때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없이 어떻게 살아 남을 수 있겠습니까? 제발 좀 조용히 해 주십시오!"

시트콤 '논스톱 4' 만년 고시생 '앤디'의 대사가 유행할 무렵, 취업난이 그 당시보다 더욱 악화할지 예상했을까. '취준생'이 40만을 넘어 100만까지 돌파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지금, 비슷한 시기에 등장했던 유행어와 이 노래의 가사가 맞물려 떠오른 건 우연은 아닐 것이다. 2005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받은 익스의 '잘 부탁드립니다'에는 입사 면접에 떨어진 날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셨던 실제 에피소드가 노랫말로 담겨있다. 취중에 토로하는 씁쓸함과 어리광은 구어체로 표현되며 구직에 실패한 심정을 있는 그대로 대변한다. 후렴구에 이르러 선 야속함을 넘어 초연함까지 보인다. 불확실한 미래를 앞둔 젊은이들의 출구는 좁은 취업 틈새가 아닌 '욜로'였다. 12년이 지난 2017년, '인생은 한 번뿐이다'를 외치는 젊은 날의 초상은 그저 '웃는 광대'일지도 모르겠다. (노태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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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나믹 듀오 - 고백 (Go Back) (Feat. 정인) (2005)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랩 구절이 아닐까 싶다. 속되게 말하면 '나한테 까불면 X 돼'와 '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XX놈'을 적확하고도 쉬운 비유를 얹어 표현했다. 가벼운 멜로디의 인트로 직후 날카롭게 치고 나오는 개코의 래핑과 이에 실린 무지막지한 구절은 대중에게 강력한 인상을 새겼고, 이후 힙합에서 등장하는 트럭은 온통 8톤짜리라는 재밌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이 이후로 수많은 특유의 '힘겨루기' 가사들이 등장했지만, 그 아무리 속되고 센 표현이 가미되었어도 이만큼의 임팩트를 남기진 못했다.

사실 8톤 트럭의 첫 운전수는 개코가 아닌 은지원이다. 역사 깊은 8톤 트럭은 타이거 JK가 작사하고 은지원이 부른 '8t. Truck'에서 '브레이크가 고장 난 8톤 트럭'이란 구절로 처음 등장했고, 이후에 타이거 JK가 '60 Percenta Zen'에서 직접 8톤 트럭을 운전하기도 했지만 대중적으로 히트한 건 역시 다이나믹 듀오의 '고백'이 결정적이었다. 이젠 힙합 가사의 클리셰가 된 8톤 트럭은 이후 빈지노가, TK가, 아이콘(iKON)의 바비가 그 운전대를 잡기도 했다. (이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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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B - 나는 나비 (2006)

 

'아주 작은 애벌레'에서 '상처 많은 번데기'를 거쳐 '아름다운 나비'가 되기까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성장 드라마를 나비의 일생에 빗대 참신함을 획득했다. 인고 끝에 나비가 되었다고 마냥 행복할쏘냐. 거미줄 피하랴, 사마귀 피하랴, 꽃을 찾아 날아다니랴. 기대했던 나비의 삶도 순탄치는 않다. 그럼에도 나비가 아름다운 것은 세상을 자유롭게 날기 때문 아닐까. 우리 사회의 애벌레, 번데기, 나비 모두가 마음 깊이 공감하며 위로를 얻었다. 이 노래로 YB가 국민 밴드의 자리를 다시 한 번 공고히 한 것은 물론이다. (정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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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 넛 - 룩셈부르크 (2006)

 

마이크를 테스트하는 동료 뮤지션을 보고 만든 유쾌한 노래. 세계 평화를 지향하는 가사에 따라 다양한 나라의 특징을 잘 살렸다. 그중 압권은 '전쟁을 많이 하는 아메리카' 이 한 줄이다. 모두가 알지만, 함부로 말하지 못했던 그 속을 크라잉 넛이 과감하게 질러버렸다. 여행처럼 신나는 분위기의 내용과는 다르게 직설적으로 표현한 비판임에도 위화감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미국과 우리나라의 깊은 우호적 관계를 생각하면 그리 평범한 가사가 아닐 수 없었다. 결국, KBS에서는 이 곡을 출연 금지곡으로 선정했다.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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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 - 비밀번호 486 (2007)

 

삐삐 세대의 은어가 휴대폰 세대로 넘어왔다. '사랑해'의 글자 획수로 만들어진 번호 '486'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그 의미를 확장했다. '하루에 네 번 사랑을 말하고/여덟 번 웃고 여섯 번의 키스를 해줘/날 열어주는 단 하나뿐인 비밀번호야'로 작사를 한 휘성은 단순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하며 삐삐 세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사랑을 전하던 방식이 숫자에서 문자로 변한 것처럼 사랑하는 방식도 바뀌고 있음을 '비밀번호 486'으로 잘 표현했다. 정작 노래의 주인공인 윤하는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아 부르기를 꺼렸지만, 이 곡을 통해 그는 확실하게 이름을 알렸다. 많은 이들이 음악을 듣고 추억을 떠올리거나, 가사 때문에 오글거렸다. 숫자든 문자든 형태가 변하고, 아무리 유치해도 사랑 앞에서는 달콤할 뿐이다. (임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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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 - 기억을 걷는 시간 (2008)

 

잊었다고 생각했으나 문득 예고 없이 떠오르는 게 있다. 내겐 '기억을 걷는 시간'이 그렇다. 당시 아이돌도, 발라드 가수도 아닌 밴드가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한 곡이면서 동시에 대중에게 그리고 나에게 보인 '넬'의 첫인상이기도 하다. 보컬 김종완의 시적 표현, 중의적인 단어로 이어진 이야기와 마치 바스러질 듯한 그러나 이내 담담한 가성이 극대화되는 끝부분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겼다. 그것도 아주 긴긴 기억의 잔상으로. (정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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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너마저 - 이웃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2008)

 

이만큼 음악과 가사 사이에 틈이 벌어진 곡이 있을까. 듣는 사람의 마음을 산들거리게 만드는 찰랑이는 멜로디와 꾸밈없는 보컬, 명랑한 사운드 덕에 이 노래는 7년 전 '국민 남동생' 유승호가 누나(들)에게 고백하는 CF 배경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가사는 보편적 일상어로 씁쓸한 진실을 말한다. 바로 타인이 나의 고통에 무지한 것처럼 나 역시 그의 쓰라림에 무감한 사람일 수 있다는 것. 누군가를 마음에서 보내는 과정이 이웃에게는 '방해'가 될 수 있고, 나에게도 '출근'은 찾아온다. 마음껏 슬퍼할 수도 없는 시대. 이 노래가 옆에 남아 위로를 건넨다. (강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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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드 폴 - 고등어 (2009)

 

고등어를 소재로 선택한 신선한 시선은 물론이고 사고와 재고의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의미가 있다. 자칫 난해한 가사와의 첫 만남을 뒤로하고 '튼튼한 지느러미로 잡아먹히기 위해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친다'고 반복해 말하는 고등어를 보며 생각하게 된다. 희생당하면서도 '날 골라줘서 고맙다'고 말하는 고등어를 보며 고민하게 된다. 대체될 수 있는 화자는 누구일까. 그건 어쩌면 부모님, 또 어쩌면 선생님, 또 어쩌면 모든 것을 거리낌 없이 내어주는 누군가일 수도 있다. 잔잔한 멜로디와 나긋한 루시드 폴의 보컬과 어우러져 따뜻하고 포근한 울림을 주는 노래.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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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하와 얼굴들 - 달이 차오른다, 가자 (2009)

 

달이 무엇이기에. 도대체 어디로. 소년의 행동을 재차 되새김질해보지만 밀려드는 것이라곤 그저 무의미뿐이다. 장기하의 가사가 발휘하는 힘은 기이하고 또 대단하다. 당위만이 존재하는 코러스, '달이 차오른다, 가자'를 곡의 초입에서 주문처럼 뱉어내 관객을 끌어들이고서는, 풍성하게 긁어모은 어휘와 세밀하게 얽어낸 묘사,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서사를 동원해 별 의미 없는 이야기에 충직하게 따라오게 만든다. 심지어 연유와 종착지 모르는 이 여정, 주변에 말을 해봤자 아무도 못 알아들을지 모른다는 지점에서 장기하는 소년의 처지나 우리의 처지나 피차일반으로 만든다. 결국 가야 하는 곳은 아무도 알아내지 못한 채, 달을 보고는 왜 떠나야 하는 지도 모른 채, 소년과 우리는 기어코 맥거핀으로 가득한 유랑 `길에 오르기로 마음먹는다. 기묘한 가사는 너무나 떨리도록 차오르는 저 달에 모두가 홀리게 만들어버렸다. (이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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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올림픽마다 울려퍼지는 노래는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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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렸다. 88 서울 올림픽 이후 약 30년 만에 오륜기가 한국 땅을 밟은 셈이다. 이번 대회는 성화봉송 곡인 'Let everyone shine'이 올림픽 주제가를 겸하면서 30년 전 세계에 울려 퍼진 'Hand in hand'의 영광을 이어받게 된다. 그 밖에도 태양의 'Louder', 마마무와 코카콜라의 콜라보레이션 'Taste the feeling' 등 인기 가수들이 성공적인 평창 올림픽 개최를 응원하며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렇다면 해외의 경우는 어떨까. 팝 아티스트들이 부르는 올림픽 테마 곡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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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휴스턴 - One moment in time (88 서울올림픽)

 

한국인에게는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Hand in hand)'가 익숙할 테지만 당시 미국에서는 휘트니 휴스턴의 'One moment in time'이 더 알려졌다. 이유인즉슨, 서울 올림픽을 테마로 한 올림픽 앨범 < 1988 Summer Olympics Album : One Moment In Time >의 타이틀곡인 이 노래가 올림픽 중계를 맡았던 NBC 방송사의 공식 테마 곡으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리오 세이어가 부른 'When I need you'의 원곡자 알버트 하몬드와 작사가 존 베티스가 공동으로 작곡했고, 세계적인 디바 휘트니 휴스턴이 가세한 덕분에 'One moment in time'은 빌보드 싱글 차트 5위에 오르며 대대적인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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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머큐리, 몽세라카바예 - Barcelona (92 바르셀로나 올림픽)

 

전설적인 밴드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오페라에 관심이 있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Bohemian Rhapsody'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테니 말이다. 평소 스페인 출신 성악가 몽세라 카바예를 좋아했던 프레디 머큐리는 1987년 그녀와 만나 싱글 'Barcelona'를 발표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르셀로나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면서 두 사람은 프로젝트를 확장해 바르셀로나 올림픽을 위한 앨범 < Barcelona > 제작에 돌입했다. 프레디 머큐리의 팔세토 창법과 몽세라 카바예의 소프라노가 팝과 오페라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아름답게 비상하기를 기대했지만 결국 프레디 머큐리는 개막식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1991년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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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린 디온 - The power of the dream (96 애틀랜타 올림픽)

 

타이타닉 OST였던 'My heart will go on'으로도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셀린디온이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개막식을 위해 불렀다. 음악계 거장 데이비드 포스터와 린다 톰슨, 베이비페이스가 합심하여 탄생시킨 'The power of the dream'은 잔잔하게 시작해 후반부에 관악기와 합창 코러스가 등장하여 커다란 감동을 전한다. 특이하게도 일본에서만 싱글로 발매되어 오리콘 차트 30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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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욕 - Oceania (04 아테네 올림픽)

 

아테네 올림픽에 아이슬란드 가수의 노래가 웬 말인가 싶지만 범지구적 화합의 장인 올림픽에서 국경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러한 경계의 소멸이 'Oceania'의 가사가 시사하는 바다. 몇백만 년 뒤의 인류를 관찰하는 대양의 시선. 그때가 되면 국경, 인종, 종교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비요크는 말했다. IOC의 요청을 받아 작곡하게 된 'Oceania'는 놀랍게도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들로 채워져있다. 코러스, 비트 모두 인간의 소리다. 난해하지 않은 멜로디에 비요크만의 예술성을 담아 인류의 미래를 그리는 'Oceania'는 올림픽의 목표에 가장 근접한 곡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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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즈 - Survival (12 런던 올림픽)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의 고향답게 국내에서도 사랑 받는 록 밴드 뮤즈가 영국 런던 올림픽 공식 주제가를 맡았다.' 싸워! 이겨! 난 패배하지 않아!' 올림픽 '게임'에 초점을 맞춘 듯 다소 음울하고 전투적인 노래지만 폐막식을 위한 웅장한 편곡과 폭발하는 사운드가 올림픽 스타디움을 채우며 참여자들의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 엄숙함과 자유분방함이 공존하는 현대의 런던이 'Survival' 안에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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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 페리 - Rise (16 리우 올림픽)

 

리우 올림픽 공식 주제가는 'alma e cora??o'이나,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처럼 케이티 페리의 'Rise' 역시 NBC 중계방송을 위해 채택된 곡이다. 차후 발표할 앨범에 수록하지 않고 리우 올림픽을 위해 단독 발매한 싱글 'Rise'는 케이티 페리와 팝 시장의 미다스 손으로 유명한 맥스 마틴이 공동 작곡하였다. 브렉시트, 테러, 지진 등 다사다난했던 2016년 상반기를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으로 치유하고자 하는 그녀의 의지가 담겨있다. 올림픽을 위한 곡이지만 케이티 페리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기 위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Rise'를 조금 개사해 부르기도 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 음악으로 담은 와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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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위해 켄드릭 라마를 불러왔고 OST 앨범 하나를 새로 만들었다. 올드 팝을 적극적으로 가져온 <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를 비롯해 최근 마블은 사운드 트랙에 비중을 두며 작품마다 다른 특성을 부여한다. 켄드릭 라마는 영화 일부를 보고 이미지와 맞는 음반을 구상했고, 음악 감독 루드비히 괴란손(Ludwig G?ransson)은 와칸다에 어울리는 소리를 찾기 위해 남아프리카까지 다녀왔다. 마빈 게이의 'Trouble man'이나 왬의 'Careless whisper' 등 기존 발매된 곡을 가져와 액션을 부각하는데 그친 그동안 마블 삽입곡과는 다른 규모다.

 

< 블랙 팬서 >의 OST 앨범은 두 버전으로 발매되었다. 켄드릭 라마가 주조한 것과 다른 하나는 괴란손이 작업한 오리지널 음반이다. 켄드릭의 곡은 상영관에서 공개되지 않은 노래가 더 많지만 'King's dead'나 'Big shot'은 영화를 본 뒤 남아있는 어느 잔상에 투영해도 어울린다. 전체 스코어를 지휘한 괴란손은 힙합의 최전선 트랙들은 켄드릭에게 맡기고 와칸다를 소리로 그려내는데 집중한다. 그의 열정을 보여주듯 두 번째 쿠키영상이 나오기 전 무려 7분에 가까운 삽입곡이 흘러나온다. 이처럼 아프리카 음악이 할리우드에서 오랜 시간 사용된 경우는 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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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음악가들과 녹음 중인 음악 감독 루드비히 괴란손

 


아프리카 경관을 담은 명화 < 아웃 오브 아프리카 >, < 라이온 킹 >의 삽입곡 'Clarinet concerto in a major K.622'나 'The lion sleeps tonight'은 모두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땅의 풍경에 초점을 맞추었다. 와칸다가 흑인들의 주체적 뿌리이자 이상향으로 자리한 만큼 배경의 무게감과 중요도도 달라졌다. 괴란손은 이 가상 국가를 사실적이면서 진중하게 표현해야 했고 작업 과정에서 오랜 공을 들였다. 그가 세네갈 가수 바바말을 비롯해 한 달 동안 아프리카 음악가들과 교류하며 모은 소리들은 와칸다의 자연과 섞여 장대하게 펼쳐진다. 질감은 세밀해지고 부피는 거대해졌다. 'United nations / End titles'에는 익숙한 악기인 부부젤라부터 풀라 플루트(Fula flute), 하프 코라(Kora) 같은 전통 악기들이 선명히 드러난다.

 

차일디시 감비노의 제작자이기도 한 괴란손은 힙합 프로듀서로서 힙합을 영화에 녹여내는 솜씨도 훌륭하다. 킬몽거가 왕좌를 차지한 순간 흘러나온 'Killmonger'는 음악과 인물이 가장 밀착한 순간이다. 둔탁한 808 드럼 비트는 거친 환경에서 난폭하게 성장한 킬몽거의 캐릭터와 무력으로 왕좌가 뒤바뀐 혼돈의 상황을 잡아낸다. 블랙뮤직 팬들이 원했을 빽빽한 랩이 장면에 녹아드는 부분은 예고편에서 더 잘 드러난다. 빈스 스테이플스의 'Bagbak' 비트를 쪼개거나 부산 광안대교를 질주할 때 'Opps'를 액션에 맞게 변주해 박진감을 높인 것은 괴란손 특유의 활용법이다. 그는 빌보드와의 인터뷰에서 차일디시 감비노의 'Redbone'을 만들 때도 곡을 자르고 붙이며 평범함을 벗어나고자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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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 팬서 >의 감독 라이언 쿠글러와 음악 감독 괴란손의 호흡은 처음이 아니다. 둘은 이전 < 크리드 > (2015)에서도 적극적으로 힙합을 활용한 바 있다. 복서 영화 < 록키 >의 7번째 속편인 이 작품은 < 블랙 팬서 >와 마찬가지로 흑인 배우가 주인공이고 블랙 커뮤니티 소재로 채워졌다. 킬몽거 역할을 맡은 마이클 비 조던이 조연으로 함께 했다. 록키 시리즈에서 가장 유명한 러닝 씬은 젊은 흑인 감독 라이언 쿠글러의 손을 거쳐 새롭게 덧칠해진다. 그래피티로 장식된 거리나 바이크 라이더들, 노래로는 필라델피아 출신 래퍼 믹 밀의 'Lord knows'가 깔린다. 쿠글러와 괴란손은 유독 흑인 영화의 멋을 살리고 특화된 장면을 불어넣는데 재능이 있고 앞선 상영작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아 마블과 작업을 하게 된다.

 

후작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와칸다 랜드를 단단하고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기차를 사이에 두고 킬몽거와 블랙 팬서가 대결하는 클라이맥스에 쓰인 'The great mound battle'은 현악 연주와 아프리카 전통 악기, 808 드럼 비트가 섞인 대규모 스코어를 들려준다. 편곡을 가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했다는 괴란손의 의도를 보여주듯 세 가지 소리가 이루는 균형이 흥미롭다. 부족 음악과 트렌디한 힙합을 섞어 만든 OST는 전통을 간직하면서 첨단 기술을 개발해나가는 국가의 특징과도 닮았다. 와칸다가 멋진 강국으로 그려진 데는 마블의 대규모 시각 효과의 공만 있지 않다. 성실히 담아낸 음악이 < 블랙 팬서 >의 독립적 색깔을 만드는 중요한 조력을 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학교 고민, 학생들의 ‘멘탈’을 챙겨줄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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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과 새 학기의 계절, 봄. 그중에서도 3월은 새로운 교실에서 새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그렇다고 마냥 설레고 즐거워 할 수는 없다. 고등학생이라면 개학하고 며칠 뒤에 보는 3월 모의고사, 낯선 교실과 선생님, 성적에 대한 고민, 부모님의 시선과 학원. 여기에 교우관계까지 더해진 갈 곳 잃은 학생들의 '멘탈'은 누가 챙겨줄 수 있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 힘이 되는 건 귀를 기울이면 들을 수 있는 음악이었다. 모든 곡을 다룰 수 없어 아쉽지만, 10대에게 위로를 주었던 잊을 수 없는 가요 9곡을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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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환 -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1990)

 

사회를 노래한 안치환의 첫 앨범에 담긴 곡이다. 소박하고 평화로운 도입부, 뒤이어 나오는 경쾌한 합창과 비장한 보컬은 마치 행복의 본질적 의미를 찾는 여정과도 같다. 그의 또 다른 대표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요즘 세대도 어디선가 들어본 곡일 테다. 따스한 시선으로 담아낸 그의 많은 노래 가운데서도 이 곡은 특별하다. 단순 유행어처럼 전해 내려오는 노래도 아니고, 공부하기 싫다고 투정 부리는 노래도 아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는 꿈이 들어있지 않은 짐을 지고 살아가는 학생들의 입장에 서준 고마운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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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지와 아이들 - '교실 이데아' (1994)

 

백마스킹으로 국내에 이토록 화제가 됐던 적이 있었을까. 당시 '교실 이데아'를 거꾸로 재생해 들으면 '피가 모자라'라는 말이 들린다는 논란이 있었다. 말 그대로 소문에 불과했기에 악마의 메시지 소동은 수그러들었다. 학생들에게 공포와 호기심을 불러왔던 노래. 그렇지만 이 곡은 단순한 자극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입시 경쟁에 방치된 학생들의 응어리를 풀어준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주입식 교육에 머물러 있는 교육 제도를 향한 저항의 외침. 잊을 수 없는 이들의 메시지는 한국 대중음악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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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 '전사의 후예 (폭력시대)' (1996)

 

앨범 제목인 '우리는 모든 종류의 폭력을 증오한다'에 맞는 타이틀 곡 (그러나 후속곡은 귀여운 'Candy'였다) '전사의 후예'는 학교 폭력을 묵직하게 그려낸 노래다. 이들을 소개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SMP(SM Music Performance)'와 함께 연상되는 작곡가 유영진이다. “유영진이 다시 사회에 분노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감하고, 파격적인 노랫말을 써낸 그였다. 학교 폭력을 반대하는 멤버들의 날카로운 보컬 또한 당시 10대들의 기억과 마음속에 강렬히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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젝스키스 - '학원별곡 (學園別曲)' (1997)

 

'교실 이데아'의 두 번째 부활을 꿈꾼 여섯 개의 수정. '학원별곡'은 단어 그대로 '학원에 대한 노래'라는 뜻이며, 한국의 교육 제도를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학교 성적만 좋으면 다 된다는 사회상을 시원하게 풀어낸 곡이다. 더불어 아이돌 데뷔곡에 타령을 포함해 독특하다는 인상을 줬다. 마치 응원가를 듣고 있는 듯한 '학원별곡'은 거리의 시인들로 활동했던 박기영(Ricky P)과 젝스키스의 음반 작업에 다수 참여한 이윤상이 쓴 곡이다. 단순하고 직설적인 노랫말은 지금 들어도 공감되는, 변함없는 현실을 파고드는 힘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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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타이틀 - '학교' (1999)

 

최근 KBS2에서 방영한 드라마 < 학교 2017 >은 7번째로 만들어진 학교 시리즈이다. 꾸준히 제작된 덕에 많은 스타를 배출했으나 원조는 배두나, 장혁, 최강희를 비롯한 배우들이 등장했던 1999년의 < 학교 >다. 첫 번째 시리즈 OST였던 '학교'는 다소 얌전한 축에 속하는 노래다. 다른 학교 비판 노래들이 적나라하게 문제를 파헤쳐 놓았다면, 이 곡은 '학교가 너를 힘들게 할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자'는 희망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경쾌한 댄스 비트와 어우러지는 유건형, 서정환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아닌 더 나아질 미래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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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 '학교에서 배운 것' (2004)

 

권상우의 “옥상으로 따라와”로 유명한 영화 < 말죽거리 잔혹사 >의 OST다. 서정적인 선율에 김진표 특유의 읊조리듯 내뱉는 랩으로 기억되는 곡이다. 김진표는 패닉 때 발표한 '벌레'에서도 권위와 선생을 향해 신랄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그의 사실적인 태도는 영화에서 드러난 '폭력은 권력이다'를 적나라하게 가사로 표현해낼 수 있는 비결이 됐다. 힘이 센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지배와 피지배가 공존하는 학교를 담담하게 풀어낸 곡은 영화 전체를 압축하며 여운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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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기 - '음악시간' (2004)

 

'내 여자라니까'로 연하남 열풍을 일으켰던 풋풋한 고등학생 이승기의 데뷔 앨범에는 이런 반항적인 노래도 있다. 싸이가 작사하고 언타이틀의 유건형이 작곡한 '음악시간'은 당시 상계고등학교 전교 회장의 허스키한 목소리로 완성된 곡이다. 학생회장에다 우수한 성적을 보유했던 그가 돌연 가수의 길을 선언하고 '학교 교육'에 반기를 든 셈이다. 이때의 날카로운 보컬은 시간이 흘러 완숙해졌지만, 그 당시 소년의 목소리로 부른 덕에 호소력 짙은 노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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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닛 - '학교에서 뭘 배워' (2010)

 

2010년에 10대였던 이들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뭘 배우냐'며 교육 제도를 전면으로 무시한 래퍼는 많은 학생이 공감할 수 있는 가사를 써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기에 이런 음악을 하게 됐나'라는 궁금증이 학생들 사이에서 자연스레 오갔다. 알고 보니 그는 교수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한국의 좋은 대학을 나왔지만, 학창시절에 방황의 시기가 있었음을 밝혔다. 학교 문제를 가차 없이 비판하는 이 노래 덕에 용기를 얻은 학생들은 학교를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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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 - 'N.O' (2013)

 

'No more dream'으로 꿈 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학생들에게 경종을 울렸다면, 이 곡에서는 1990년에 안치환이 노래한 '학생의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되짚는다. 꾸준히 또래의 생각을 대변하고 편견을 막아내는 음악을 발표한 이들. '방탄소년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뮤직비디오에서도 획일화된 교육 환경 속 멤버들의 투쟁이 펼쳐진다. 많은 뮤지션이 오랜 시간 동안 음악이라는 확성기로 외쳐온 학교 문제는 이 소년들을 통해 다시 전달되고 있다. 진짜 문제는 '학교'가 아니라, 그런 학교를 만든 '어른들'에게 있다는 학생들의 목소리와 함께.

 

 


정효범(wjdgyqja@naver.com)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다채로운 팝 아트 앨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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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월한 멜로디가 고르지 못한 틀에 갇혀 만개할 수 없어서 아쉽다.

 

 

갈란티스 - < The Aviary >

 

스펙트럼 댄스 뮤직 페스티벌과 유엠에프(Ultra Music Festival) 코리아를 통해 두 번의 내한 전적이 있는 갈란티스는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Toxic'을 공동으로 작곡한 크리스찬 칼슨과 아이코나 팝의 'I love it'을 만든 라이너스 에클로로 구성된 스웬덴 출신의 프로듀서 듀오다.

 

전작 < Pharmacy >만 해도 이들의 음악은 데이비드 게타 스타일의 신스 운용과 주요 멜로디가 나온 후 바로 등장하는 클라이맥스(소위 드롭) 그리고 이 결정적인 구간을 반주와 비트로 채우는 초기 EDM 형식이었다. 유일하게 따르지 않는 패턴은 전자 음악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신시사이저를 최소화하고 기타, 베이스, 피아노, 리듬을 담당하는 드럼까지 진짜 악기 소리를 재현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갈란티스의 확실한 차별점이다.

 

1970~80년대처럼 직접 연주하지는 않지만 'Love on me', 'Salvage(Up all night)'에 등장하는 퍼커션과 건반, 실로폰 소리를 내는 마림바, 스틸 드럼 사운드는 하우스의 모태인 디스코, 펑크(Funk)의 영향이며, 음반 전체에 깔린 아프로 팝의 분위기는 이들의 지향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클린 밴딧과 'Rather be'로 이름을 알린 제스 글린이 부르는 듯한 'Tell me you love me'나 'Girls on boys' 같은 가스펠, 소울 트랙은 대중음악의 뿌리를 따른다.

 

'No money'에서는 집약적이긴 하지만 짧은 구간에 각 절과 후렴구가 모두 담겨있고, 'True feeling'은 드롭에 배치한 반복적인 가사 덕분에 '훅송'만큼 따라 부르기 쉽다. 이런 방식으로 EDM이 아닌 팝으로서의 정체성을 띄는 영민한 선택을 했다. 남성 가수 레이블(Wrabel)이 부른 'Written in the scars'의 도입부는 블루 아이드 소울을 연출하며 영역 확장의 의지도 드러낸다.

 

EDM의 형태를 갖추면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팝을 만들다 보니 매끄럽게 흘러가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Girls on boys'처럼 클라이맥스를 위해, 혹은 노랫말이 있는 구간만을 위해 만드는 곡은 절과 절 사이에 위치한 브레이크가 어색하다. 'Written in the scars'는 부족한 베이스라인을 메우기 위해 퓨처베이스의 강하고 속도감 있는 비트를 솔 장르의 곡에 삽입해 온전히 감상하기 힘들다. 탁월한 멜로디가 고르지 못한 틀에 갇혀 만개할 수 없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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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로도 여느 아트 팝 앨범과 비교해 모자람이 없는 데다 창작자 개인의 성과까지 확보해 의미까지 덧댔다. 출중한 작품이다.

 


로스탐(Rostam) - < Half-Light >

 

밴드원으로 활동했던 뱀파이어 위켄드 시절보다 훨씬 화려하다. 차분하게 앨범의 시작을 알리다가도 로킹한 사운드와 함께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기도 하며, 큼지막한 음향 공간 속에 서 고독하게 서있다가도 화려한 사운드 콜라주 속으로 파고들어 여러 소리와 함께 러닝 타임을 헤집기도 한다. 앨범 안에 혼자 서있는 아티스트는 자유롭다. 'Gwan'과 'Thatch snow'에서의 정갈한 챔버 팝에서부터 'Bike dream'에서의 경쾌한 업템포 신스팝, 'Rudy'의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스카와 'When', 'Wood' 위를 수놓는 월드뮤직, 'Hold you (feat. Angel Deradoorian)'의 알앤비, 'Half-light (feat. Kelly Zutrau)'의 앰비언트 팝, 갖은 스타일을 한데 엮어 만든 'Don't let it get to you'의 총천연색 아트 팝까지. 로스탐 바트망글리는 다양한 색채와 터치로 음반의 이곳저곳을 꾸민다. 감상을 낯설게 하는, 음반 전반에 깔린 뿌옇고 거친 사운드 톤 또한 창작의 너른 반경을 마음대로 쏘다니는 움직임을 반영한 장치일 테다. 그렇기에 < Half-Light >에는 로스탐 바트망글리가 지닌 아트 팝의 순도 높은 현재가 담겨있다.

 

다채로운 편곡이 역시나 먼저 이목을 잡아끈다. 뱀파이어 위켄드를 2000년대 뉴욕 아트팝의 아이콘으로 만든 사운드 스타일링에서의 재능은 이번 앨범에서도 빛을 발한다. 존 케일과 펭귄 카페 오케스트라를 이어받는 깔끔한 실내악 스트링, 흥겨우면서도 약간은 복잡하게 리듬을 끌고가는 아프로 비트, 음악에 다양성을 더하는 월드뮤직 인자, 사운드스케이프를 아득하게 채우는 앰비언트 음향 등, 각양의 요소들이 교차해가며 < Half-Light >를 더 없이 풍성하게 만든다. 앨범 초입에서부터 아티스트의 터치는 과감하다. 층위 높은 보컬 레이어링 사이를 뚫고 절정의 단계에서 터져나오는 하프시코드의 'Sumer', 댄서블한 비트, 왜곡된 키보드 음과 미니멀한 현악기 라인이 묘한 조화를 이루는 'Biker dream', 브라이언 이노풍 데저트 기타 솔로잉과 피아노 독주로 < Another Green World > 식의 앰비언트 팝과 접촉면을 크게 형성하는 'Half-light (feat. Kelly Zutrau)'만으로도 앨범은 여러 스타일을 충분하게 보유한다. 음악의 국적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Wood', 다각화된 퍼커션 파트 구성이 돋보이는 'When', 스카를 활용한 'Rudy'에서의 월드뮤직 사운드는 물론, 'EOS'의 앰비언트 드론과 'Warning intruders'의 미니멀한 일렉트로니카와 같은 구성 또한 로스탐 바트망글리의 대담한 사운드 메이킹을 배태한다.

 

특기해야 할 점은, < Half-Light >가 이런 독특한 접근들에만 매몰돼있지 않다는 데 있다. 실험적인 양식을 작품에 잔뜩 끌어옴과 동시에 로스탐 바트망글리는 잊지 않고 좋은 멜로디들을 여럿 작품에 새겨놓는다. 로 파이의 사운드 톤에서부터 이따금씩 등장하는 노이즈까지, 낯설게 하기를 위한 장치들이 앨범 곳곳에 포진돼있음에도 < Half-Light >는 더 없이 잘 들린다. 앨범은 결코 실험에만 제 존재 본위를 두고 있지 않다. < Half-Light >의 바탕에는 사운드에서의 여러 시도보다도 송라이팅에서의 팝적인 감각이 더욱 두텁게 깔려있다. 간편하게 접근해볼까. 뿌연 사운드 필터와 스트링, 신디사이저, 조금은 휘청이며 흔들리는 보컬 등의 갖은 편곡 장치를 대강 흘려보내고 나면 곡의 민낯에는 상당한 접근성과 다분한 직관성을 지닌 멜로디들이 남는다. 캐치하게 훅을 구성한 'Bike dream'과 'Don't let it get to you', 팝 선율의 전형을 담고 있는 'Half-light (feat. Kelly Zutrau)', 'I will see you again', 트렌디한 R&B 컬러를 지닌 'Hold you (feat. Angel Deradoorian)', 'Warning intruders'와 같은 트랙들이 특히 로스탐 바트망글리의 음악에서 멜로디가 얼마나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지를 보여준다.

 

작품의 강점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 Half-Light >는 기술적으로, 장르적으로 훌륭하게 완성된 아트 팝 앨범이다. 그리고 < Half-Light >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팝 앨범이기도 하다. 로스탐 바트망글리는 자신의 사운드를 특별하게 만들, 많은 요소를 능숙하게 고안해냈으며 음악에 흡인력을 보장하는 팝 선율을 풍부하게 마련해냈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트랙 리스트 곳곳 그 어디에도 위화감이나 이질감은 드러나지 않는다. 러닝 타임 위, 적재적소에 산물들을 배치하는 단계에서도 아티스트는 뛰어난 모습을 보인 셈이다. 편안한 멜로디와 스케일 큰 챔버 팝 사운드가 공존하는 'Sumer'와 'Gwan', 과격한 사운드 연출과 활기찬 선율이 뒤섞인 'Bike Dream'과 'Don't let it get to you', 차분한 곡조 위로 편곡과 전개에 아트 록의 성분이 짙게 들어선 'Half-light (feat. Kelly Zutrau)', R&B 튠 위로 다변화된 텍스처 구성이 내려앉은 'Hold you (feat. Angel Deradoorian)'를 포함, 앨범 내의 많은 결과물이 위와 같은 작품의 장점을 아낌없이 내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 Half-Light >는 수작의 격조를, 로스탐 바트망글리는 다시 한 번 재능 넘치는 음악가의 지위를 획득한다. 실로 근사한 아트 팝 앨범임에 분명하다.

 

아티스트가 사랑하고 자랑하는 온갖 음악 성분들이 들어있으나 앨범은 좀처럼 부담스럽지 않다. 여러 시도가 혼재하는 창작의 한복판에서 균형을 잘 잡아냄으로써 이 멋진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로스탐 바트망글리의 아트 팝이라는 유기성과 다채로운 사운드에서 오는 다양성이 함께 < Half-Light >에 존재한다. 혼자서는 처음 발매하는 첫 프로젝트를 통해 아티스트는 자신이 해온 모든 것, 그리고 자신이 하고 싶은 모든 것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대단한 결과물과 더불어. 그 자체로도 여느 아트 팝 앨범과 비교해 모자람이 없는 데다 창작자 개인의 성과까지 확보해 의미까지 덧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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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로닉과 얼터너티브, 힙합에 경도된 밀레니얼 세대에겐 새 경험을 선사할 밴드의 야심작이다. 과연 로커는 영원히 젊다.

 


김창훈과 블랙스톤즈 - < 김창완 >

 

전작 < 황무지 >는 솔로 가수 아닌 밴드 김창훈의 복귀 선언이었다. 자신이 만들고 대중이 사랑한 산울림과 김완선의 명곡, 그의 솔로 곡 등을 재해석한 앨범은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고른 찬사를 받았다. 녹슬지 않은 에너지와 기량을 증명했으니 본격적인 1집 제작에 불이 붙은 것은 당연한 수순. 그렇다고는 해도 이렇게 빨리, 연거푸 풀 렝스 앨범을 발표하리라곤 예상치 못했다. 심기일전 후 밴드로 돌아온 거장의 의욕은 확실히 남다르다.

 

새 앨범의 제목은 퍽 파격적이다. 김창훈과 블랙스톤즈는 첫 오리지널 앨범의 간판으로 '김창완'을 걸었다. 김창완은 김창훈의 친형이자 '전설' 산울림의 대들보, 나아가 우리 대중음악의 아이콘 아닌가. 김창훈 평생의 음악 동료이자 그가 다시 음악에 몰두하는데 결정적 동기가 된 형. 그 이름을 자신 있게 전면에 걸 만큼 앨범의 만듦새는 탄탄하다. '김창완', '묵묵부답', '첫사랑 광주야' 등 앨범 전반에 걸쳐 송 라이터 겸 프런트 맨 김창훈과 기타리스트 겸 프로듀서 유병열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한다. 물론 곡마다 다른 임팩트를 부여하는 유병열을 비롯해 서민석(베이스), 최원혁(드럼)의 우수한 연주가 뒷받침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일찍이 김창훈은 블랙스톤즈와 함께 “비정형적 음악, 틀이 없는 음악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공언한 대로, 음반에는 창의적이고 개성 강한 곡들이 가득하다. '해피드레스', '백일몽'에선 신시사이저를 활용해 춤추고 싶은 록을, '묵묵부답'에선 특유의 그로울링을 동원한 강성 록을 들려주고, '임진강'에서는 어쿠스틱 기타를 중심으로 감성적 포크록을 구사한다. '산할아버지'의 순수한 장난기가 남아있는 '김창완'에선 산울림의 흔적이, 여성 트리오 바버렛츠와 함께한 '러브신드롬'에선 복고의 향취가 진하게 나타난다. 서로 다른 성질의 노래들이 다채로운 '블랙스톤즈 스타일'이 되어 한자리에 모였다.

 

폭넓은 소재의 이야기는 음반의 특장점이다. 지친 이를 위로 하는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와 '숨', 각각 설렘과 그리움을 그린 '러브신드롬'과 '백일몽', 짝사랑을 옷장 속의 옷에 빗댄 '해피드레스'는 모두 세대를 초월해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할 만한 노래다. “이어폰 좀 그만 듣고” 내 말을 들어보라며 소통의 부재를 말하는 '묵묵부답', 제목을 모르고 들으면 흡사 실연 후의 처절함을 표현한 듯 들리는 '금연'도 재미있다. 그중에서도 형 김창완을 두고 “누군지 모르겠는 괴짜 같은 사람”이라 묘사하는 '김창완'은 동생 김창훈이기에 쓸 수 있는 앨범의 백미다.

 

음악과 메시지 양면에서 반드시 주목해야 할 곡은 단연 '첫사랑 광주야'다. 블랙스톤즈 결성 후 공연차 광주에 내려가는 길에 만들었다는 노래는 광주 민주화 운동의 상흔을 어루만진다. 명료하고 반복적인 노랫말은 주제 의식을 분명히 하고, 국악과 록의 어울림은 소리의 역동성을 부각한다. 마치 진혼곡처럼 들리는 노래에는 전남도립대학교 음악 전공 학생들과 교수들이 전통 북 연주로 참여했고, 각각 부산과 대구를 근거지로 활동 중인 밴드 '바크하우스'의 정홍일과 '아프리카'의 윤성이 힘을 보태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이처럼 대곡 지향의 감각적 프로듀싱과 꿈틀대는 멜로디 호소력, 역사적 울림을 한 손에 거머쥐는 밴드는 결코 흔치 않다.

 

김창훈과 블랙스톤즈에겐 신인의 신선함과 베테랑의 무게감이 공존한다. 이들에겐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감수성을 업데이트하는 부지런함, 시류의 유행과 관계없이 정통 노선을 추구하는 묵직함이 있다. 팀을 이끄는 김창훈과 유병열의 환상 호흡이 거둔 결실임이 틀림없다. < 김창완 >은 록의 황금기를 경험한 기성세대에겐 반가움을, 일렉트로닉과 얼터너티브, 힙합에 경도된 밀레니얼 세대에겐 새 경험을 선사할 밴드의 야심작이다. 과연 로커는 영원히 젊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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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이 음악 인생 50주년을 맞았다. 그저 음악이 좋아 시작했다는 그는 반세기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수없이 많은 히트곡으로 온 국민을 웃기고 울렸다. 그 영향력은 한국을 넘어 일본에까지 미쳤고, 심지어 휴전 상태의 북측 동포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공연을 위해 평양을 거듭 방문하기도 했다. 가장 최근 앨범이었던 < Hello >(2013)에서는 만 63세의 나이로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며 세대 통합의 위업까지 달성했다.

 

조용필은 오는 5월 12일 서울 올림픽 주경기장을 시작으로 50주년 기념 전국 투어 < Thanks To You >를 개최한다. 이를 앞두고 5년 만에 성사된 기자 간담회 자리에는 그의 히트곡 '어제, 오늘 그리고'의 제목처럼 조용필의 어제, 오늘 그리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사회로 총 다섯 개의 해시태그(#)에 따라 진행된 조용필 50주년 기자 간담회 “차 한 잔 할까요?” 현장을 소개한다. 


50년을 맞이했는데 이 자리를 함께하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정말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너무 행복합니다. 지난 반세기, 5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보답할 길이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깊은 관심에 대단히, 대단히 감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어떤 호칭이 좋을까요?


그냥 조용필 씨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선생님, '가왕' 부담스럽습니다. (웃음)

 

가왕이나 국민가수, 최고가수 이런 타이틀이 부담스러우시겠어요.


사실 그러려고 노래한 거 아니고 음악한 것 아니거든요. 그냥 저는 음악이 좋아서 했던 것인데 그러다 보니까 별의별 호칭이 나오고... 사실 그것이 저한테는 부담으로 옵니다.

 

 

#No.1


먼저 50년을 있게 한 역사와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최초, 최다,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는 '기록의 사나이'가 조용필 씨입니다. 국내 최초 단일 앨범 100만장, 누적 음반 천만 장 최초 기록을 갖고 있는데, 당시 지구레코드에서 공식적으로 집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저도 몇 장 나갔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웃음)

 

일본 내 한국 가수 단일 앨범 최초 100만 장, 대중 가수로서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것도 최초였고, 미국 뉴욕에 있는 라디오 시티 홀에서도 국내 가수 중 최초로 공연을 했습니다.


라디오 시티 홀에서 이 사람이 여기 설 수 있는 자격이 되나 이런 걸 본다고 하더군요. 근데 그 날짜에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전 세계에 열셋이었는데 제가 됐어요.

 

그게 몇 년도였죠?


2009년 같은데요. 홀에 자료를 줄 때 최고로 좋은 자료를 줘야 하잖아요? 저는 2003년, 2005년에 서울의 주 경기장에서 공연한 걸 보여주니까 바로 통과가 되었어요. 제가 알기로는 라디오 시티 홀에 한 번 서면 그다음에 또 설 수 있는 자격이 된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찍은 사진, 사인도 공연장에 남겨져 있어요.

 

'친구여'가 대중가수로는 최초로 교과서에 수록되었습니다.

 

맞아요.

 

'오빠 부대'라는 타이틀도 최초, '국민가수' 타이틀도 최초인 것으로 압니다.


그랬던 것 같아요. (웃음)

 

최다 기록도 대단합니다. 최단기간 최다관객 10만 명 동원, KBS < 가요톱텐 > 통산 69주 1위 최다 수상. 당시 '골든 컵' 제도 기억하시나요. 너무 오랫동안 1위를 해서 작위적으로 잘랐던 제도였죠. 처음에 몇 주 1위를 해서 잘랐죠?


기억이 잘 안 나는데 10주인가 11주 정도를 했어요. 라디오는 그런 게 없었지만, TV는 저 사람만 계속 1위를 하나 이런 게 있으니까... 그래서 10주, 11주 1위를 하다가 7주로 제한했고, 이후에는 또 5주로 제한했어요.

 

조용필 씨와 함께 5주 1위 하면 '골든 컵'을 받는 제도가 생긴 거네요. 상도 안 받으셨잖아요.


네. 1986년까지 받았습니다.

 

KBS, MBC, TBC 방송 3사 가수왕 11회도 최다 기록이죠. 여기에, 1988년 MBC 정부수립 50년 최고 스타상, 1998년 20세기 역사상 최고의 가수, 1998년 건국 이후 최고의 가수로 선정이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으니 정말 오랫동안 정상에 계신 겁니다. 피곤하지 않으세요?


제가 뭐 정상이 뭔지, 기록이 뭔지 이런 거 잘 모릅니다. 그냥 오랫동안 하다 보니까 그런 거죠. 솔직히 무엇을 위해 음악을 했고 저는 전혀 그런 거 없어요. 음악이 좋아서 듣기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이 좋은 음악을 내면 감동 받고 '왜 나는 안 될까' 고민하고... 그렇게 음악이 좋아서 했던 거죠.

 

아까 2003년 콘서트 말씀하셨습니다. 당시에 비가 많이 와서 우비를 나눠주고 했던 공연인데,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우선 비가 너무 와서 이걸 끝까지 끌고 갈 수 있을까, 공연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습니다. 또 무대에 물이 차서 미끄러웠어요. 걸으면 첨벙첨벙할 정도로. 악기가 손상되고 모니터가 손상되고... 연주하고 노래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모니터잖아요? 그게 잘 안 들리기 때문에 정말 힘들긴 했지만 끝까지 했습니다. 당시 관객 중 몇 분이야 집에 가셨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보기엔 아무도 안 가신 것 같더라고요.

 

현재 19집까지 낸 앨범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은 어느 앨범인가요.


그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정성을 들여서 만들었기 때문에 어느 앨범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는 정말 어려워요. 곡으로 따지자면 있을 수 있겠죠. 예를 들어 '꿈' 같은 경우 '추억 속의 재회'라는 곡과 '꿈'이라는 곡을 같이 만들었는데, 두 개를 한꺼번에 내기는 너무 아까우니까 주위에 음악 하시는 분들께 어떤 곡을 먼저 낼까 물어봤죠. 그런데 '꿈'이 더 좋다고 해서 반대로 '추억 속의 재회'를 먼저 냈어요. 그래서 '꿈'을 1991년에 냈습니다. 1989년에 녹음했지만 2년 후에 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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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통합능력자


가요계의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데 기여하신 분이 조용필 씨입니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면서 장르 통합뿐만이 아니라 세대 통합의 아이콘이 되었는데요. 특히 'Bounce'를 통해서 확실하게 굳힌 것 같아요. 할아버지부터 손녀까지 전부 조용필을 알고 있고 또 그 음악을 들었습니다. 젊은이들 또한 19집을 통해서 조용필의 위상을 확인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젊은 세대가 조용필에 열광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셨나요?


열광은 아니죠. (웃음) 그냥 'Bounce'를 통해 몰랐던 사람 알 수 있었다, 그 정도일 것 같은데요. 저는 이런 얘기를 많은 분에게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해왔지만 사실 나이가 점점 들어가고 방법이 없어요. 딱 한 가지 생각한 건, 젊은이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으면 그들이 나이가 들어서, 예를 들어 열다섯 살이 날 기억하면 앞으로 이 사람이 육십, 칠십 살까지 오십 년 육십 년 나를 더 기억할 수 있잖아요. 그걸 계산해봤어요. 그럼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느냐. 물론 평소에 제가 팝, 록, 소프트 록도 많이 듣지만, 막상 제가 하려고 스튜디오 들어가 보면 나하고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찾고, 찾다가 'Bounce', 'Hello'라는 곡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그 곡들로 젊은 친구들이 저를 알게 되고 '저 사람이 이런 음악도 하는구나' 생각하겠죠. 그럼 저는 그 사람으로 인해서 50년, 60년 더 기억될 수 있잖아요.

 

당시 조용필 씨 나이가 만 63세, 우리나라 나이로 64세였어요. 기록을 찾아보니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보다 2개월인가 늦습니다. 전 세계 최고령 1위인 겁니다. 저는 그때 젊은 세대와 접점을 마련하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때 기자회견에서도 “내 안에 새로운 나, 또 다른 내가 있을 거고 그걸 찾으려 했다.”는 얘기를 하셨잖아요. 항상 젊은 유전자를 갖고 계신 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나저나, '꼰대'란 말 아세요?


네. 꼰대죠 제가(웃음)

 

우리 세대가 꼰대 소리를 듣는다는 것에 대해 조용필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냥 생각할 때 꼰대라는 건 누구나 당연히 오는 거잖아요. 그걸 쉽게 받아들이면 되고, 꼰대라고 하면 그냥 “나 꼰대지” 하면 편해요. 그걸 거부하는 건 전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일부러 “내가 내일모레면 칠십이야”라는 얘기를 해요. '내가 이 정도로 나이 많아도 열심히 하고 있어. 음악 좋아하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요. 저는 나이를 내리고 이런 건 안 해요.

 

조용필 씨는 후배 사랑으로도 유명합니다. 이승철, 신승훈, 신해철 등이 “조용필 씨에게 인정받아서 가장 뿌듯했다”고 얘기를 했어요. 최근 후배 중에는 누가 보이시나요.


이 자리에서 누구다 얘기는 할 수 없을 것 같고, 저는 지금 현재 유명하면 그 사람이 뭔가가 있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뭔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좋아하고 열광하고 많은 팬을 만들 수 있었던 거죠. 분명 이유가 있는 거예요. 음악을 들어보면 '그래 맞아' 하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조용필 씨도 방탄소년단, 엑소 들으세요?


그럼요. 엑소, 방탄소년단, 빅뱅 이런 팀들 공연도 좀 보고, 물론 유튜브로 보겠지만. 그런 친구들이 왜 유명한가 그걸 보면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노래를 잘한다든지 잘 생겼다든지 아무튼 그 매력이 있어요.

 

케이팝이 글로벌로 약진하게 된 것이 최근이라고 하지만 조용필 씨 같은 씨앗이 있었기 때문에 음악이 뻗어 나갔다고 봅니다. 현재의 케이팝을 보면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이 대부분이고 비주얼이 강합니다. 이거에 대해 어떤 느낌이신가요.


그건 좋은 거 아닌가요? 저는 '정말 다행이다' 하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지금 활동했으면 안 됐을 것 같아요. 옛날에 일찍 태어나서 그때 음악을 하고 노래를 했기 때문에 됐지, 지금 태어났으면 안 됐죠. 비주얼 적으로 절대 안 되기 때문에. (웃음) 키도 작고. 요즘 애들은 너무 잘생겼잖아요 솔직히.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제가 나이가 많아지고 몸도 늙고 하지만 음악적인 감각은 되도록 음악 듣는 걸 통해서 계속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음악을 매일 듣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튜브에서 클릭하면 연관 음악이나 콘서트, 최근 콘서트 이런 것들이 쭉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걸 많이 보고... 그렇게 해서 유지를 하는 것 같습니다.

 

20집에 대한 정보를 주신다면요.


저는 사실 50주년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정말로요. 작년에도 올 9월에 체육관에서 한 2, 3번 공연하는 거로 간단하게 생각했는데 주위 사람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거예요. “50주년이 쉽사리 오는 것도 아니고...” 등등. 그때 제가 음악 작업을 하는 도중이었어요. 20집은 어쨌든 꼭 내야 하는 앨범이기 때문에. < Hello > 앨범 이후 부담이 너무 커서 이번 앨범은 더 잘 해야지 하는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 같아요. 수많은 곡을 접했고 만들기도 했는데 제 마음에 그렇게 들지 않았고 현재 되어 있는 건 6, 7곡 정도입니다. 지금은 5월에 공연해야 한다는 주위의 압력 때문에 모든 걸 중단한 상태고요.

 

공연을 먼저 하시고 앨범은 올해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네요.


저는 올해 못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음원은 나올 수 있을지 몰라도. 근데 음원을 발표한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에...(웃음)

 

디지털 싱글은 어떠신가요.


그 생각도 했고 주위에서 얘기도 했지만... 이건 개인적인 얘긴데 전 한 번 꽂히면 아무것도 못하고 그것만 하는 성격이라서 음악 작업을 하면 음악 작업, 콘서트 준비면 콘서트 준비밖에 못 해요. 콘서트 준비하면서 음악 작업, 음악 작업 하면서 콘서트 준비는 못 합니다.

 

얼마 전 평양 공연을 하고 돌아오셨는데 오랜만에 방문하고 소감이 어떠셨나요.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자책을 많이 했고 안타까웠던 것 같아요. 제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요. 물론 의료진도 따라갔지만 잘 먹지도 못하고 그랬을 정도였는데, 아무튼 '최악의 상태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런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우선 2005년도에 다녀와서 그런지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어요. 2005년도에 평양 시내 왔다 갔다, 호텔에서 공연장 이거밖에는 다니질 못했지만 이번에 가보니까 많이 달라져 있더라고요. 그리고 저는 이번에 몸이 너무 안 좋아서 옥류관에 가고 싶었는데 못 갔어요. (웃음) 다들 갔는데 호텔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냉면을 못 먹었습니다. 아무튼, 그쪽 음악이 우리하고 많이 다르기 때문에 저희 음악을 쉽게 받을까 어떻게 생각할까 봐 굉장히 궁금했어요. 그래서 표정도 보고 했는데 그 사람들 마음은 제가 잘 모르죠.

 

몸 상태를 제외하면 영상으로는 좋아 보였습니다.


무대 나갈 때 어지러워서 굉장히...(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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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인간설


나이에 비해 동안이신데 비결이 있으신가요. 주름이 없어 보이시는데.


메이크업 했어요. (웃음) 저는 그런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죠. 그 이유가 뭐냐고 한다면... 저는 소식을 하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서 간식 같은 건 전혀 안 하고요. 아침 꼭 먹고 점심 조금이라도 먹고 저녁은 일찍 조금 먹고. 그럼 밤에 음악 듣다가 열한시, 열두시, 한시가 되면 배가 너무 아파요 배가 고파서. 그런데도 참아요.

 

술 좋아하는 거로도 유명하신데요. 술도 안 하시는 건가요.


술 안 하죠. 술 안 한 지도 꽤 됐어요. 갑자기 끊은 건 아니고 2000년대 들어서면서 조금씩 줄이면서 한 2년 전부터는 몇 달에 한 번 정도 먹죠. 먹어봐야 저희 공연 관련 스태프들이 찾아와서 난리 치니까 (웃음) 그래서 먹게 되고 그렇습니다.

 

'신의 목소리'라는 평가도 듣는데 관리 중에 제일 중요한 건 목소리일 것 같아요.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나이 먹으면 제일 안 되는 거죠.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거거든요. 제일 중요한 거는 내가 소리에서 어느 부분이 가장 취약한가, 나빠졌느냐는 것은 연습을 하다 보면 나옵니다. 나이가 들면 중저음이 떨어집니다. 힘이 떨어져요. 그래서 사무실 위에 스튜디오가 있는데 스튜디오에서 중저음 곡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중저음 연습을 해요.

 

받쳐주는 힘 같은 건가요.


그렇죠. 힘이죠. 어떻게 하면 힘을 받쳐줄 수 있을까 하는. 이런 걸 하면서 자기가 느껴야 해요. 이렇게 하니까 중음, 저음이 좀 낫더라 이런 건 본인이 느껴야지 중저음만 무조건 연습하라 이런 얘기는 아닙니다.

 

요즘은 어떤 음악을 들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게 예전에 “나는 68년 데뷔 이래 그해에 주요한 유행이나 흐름 놓친 거 없다”고 말씀하신 것 기억합니다. 요즘 플레이리스트, 좋아하시는 가수가 궁금하네요.


노래가 좋으면 다 좋은 거죠. 요즘 라틴 쪽이 대세긴 하지만, 아무래도 미국 쪽에서 현재 음악에 지쳐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이 아마 라틴 쪽에 귀를 기울이는 거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합니다. 라틴 음악이 길게 갈 것 같진 않고... 가끔씩 듣는 건 스크립트(The Script), 개인적으로 음악적으로 좋다는 건 'Chandelier'를 불렀던 호주의 시아(Sia). 저는 이 가수 좋다 하면 앨범으로 들어가서 발표한 앨범을 전부 다 들어보거든요. 어렸을 때는 이렇게 했고 어떻게 변해가고 있구나. 특히 코드를 봅니다. 화음을 어떻게 처리를 하는가 이런 걸 듣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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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찾겠다 조용필


평소에 뵙기가 어렵잖아요. 일상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는 사실 심심한 하루하루를 보내죠. 심심하면서도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내는 것 같아요. 왜냐면 할 게 너무 많은 거죠. 공연이 있으면 보통 6, 7개월 전부터 준비에 들어가잖아요. 그거 때문에 굉장히 바쁘고요. 작년엔 안 했지만 공연을 거의 매년 했잖아요. 투어는 계속하고 있으니까 그거만 해도 1년 금방 지나가요.

 

음악 말고 다른 취미는 없으신가요.


없어요. 수집 같은 취미도 없고 저는 취미 물어보면 아주 곤란해요. (웃음) 없어요 전혀. 옛날에 어렸을 때 당구를 쳤는데 처음에 큐대 잡으면 80이라고 하더라구요. 120까지 올라간 적이 있어요 젊었을 때. 120은 다마도 아니라고 하던데(웃음)

 

텔레비전은 안 보시는지요.


드라마 같은 건 계속 봐야 하잖아요. 그래서 안 보게 되고, 저는 아프리카 세렝게티를 한번 다녀와서 동물에 대한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의 < 와일드 >, SBS의 < TV 동물농장 >도 자주 보고.

 

이날 현장에는 가수 배철수와 아이유의 50주년 축하 영상이 공개됐다. “용필이 형, 잘 지내시죠?”라며 인사를 건넨 배철수는 송골매 시절에 곁에서 지켜본 조용필의 모습과 2003년 조용필의 < 배철수의 음악캠프 > 출연 당시를 회상하며 그를 'Natural Born Singer'(타고난 가수)로 정의했다. 조용필은 한 군데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발전한 뮤지션이며,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그의 음악은 가요사에 비틀스와 같은 고전으로 남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이유는 2013년 대중문화 예술상 당시 조용필이 있는 자리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신기했다고 추억하며 동시대의 가수라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한, 조용필의 노래 '나는 너 좋아'를 좋아한다고 밝히며 언젠가 함께 부르고 싶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에 조용필은 배철수와 아이유의 영상이 끝날 때마다 화면을 향해 엄지를 번쩍 치켜들며 감사를 표했다.

 

아이유가 '나는 너 좋아' 부른다고 하면 저작권 허락해주실 거죠?


그럼요. 부르는 건 상관없어요. (웃음) 저는 후배들이 제 노래 부른다고 하면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요즘은 뮤지션들이 좋아지고 음악도 좋아졌잖아요. 그래서 맡길 수 있어요. 옛날에는 이상하게 만들어버리면 황당하잖아요. 그래서 승낙 안 한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음악을 너무 잘 만드니까.

 

신보에 대해 조금이라도 힌트를 듣고 싶습니다. 공연 때 한 두 곡이라도 볼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하고 싶죠. 하고 싶지만 이미 중단한 상태라서. 제 성격이 완벽하지 않으면 내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아마 못할 것 같고요. 6월에 봄 투어 끝나고 잠시 한 2개월, 2개월 반 쉬고 가을로 다시 시작되는데 그 중간에 또 준비해야겠죠. 사실 작업이라는 게 악기를 갈고 가사도 뒤집어엎고, 안되면 다시 뒤집어엎고 이 작업이 아무리 해도 괴롭습니다. 그래서 새롭게 만드는 곡도 있고. 자꾸 사람들이 그래요 “그 나이 되면 인생에 대한 그런 음악을 발표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라고. 그럼 저는 속으로 '웃기고 있네' 생각해요. 음악은 음악이고, 그 자체가 세월이 지나면 역사거든요. 인생에 대해서는 시인들이 논하고 문학 작품에서 논하는 거고, 노래는 노래일 뿐이에요. 저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지금 하고 있는 건 전부 미디움에서 빠른 곡들입니다.

 

19집에도 그런 요소가 나타나는데 최신 경향인 EDM이나 힙합은 들어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그렇습니다. 뭐 지금 음악 사운드가 전부 EDM 사운드죠 으쌰으쌰하는. 전부 그런데, EDM에도 여러 갈래가 있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알란 워커(Alan Walker)가 깨끗하게 잘 하는 것 같아요. 제 취향에 맞아요.

 

 

#Thanks To You


< Thanks To You >가 50주년 공연의 타이틀입니다. 5월 12일 잠실 주경기장 공연이 시작인데, 대략 5만 가까이, 4만 5천 명 정도 들어갈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수들에게는 꿈의 무대죠. 벌써 이게 일곱 번째네요.


그렇게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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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안호상 위원장, 50주년 콘서트 총연출 김서룡 감독


 

이번 50주년 콘서트 총연출하신 김서룡 감독님, 50주년 추진위원회 안호상 위원장님을 모셔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공연의 핵심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김서룡 : 50년이라는 숫자가 당사자로서는 벅차기도 하면서 부담이 가실 것 같았는데, 팬들하고 주위의 스태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이번 공연 콘셉트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을 때 저는 뭐 다른 사족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고마움을 표현하고 추억을 공유하는 부분,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하자는 약속. 그 부분이 제일 중요한 콘셉트인 것 같습니다.

 

그런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선 선곡도 이전과는 다르겠습니다.


조용필 : 곡의 수가 더 많아지겠죠. 아마 공연시간도 좀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요.

 

팬들은 좋으시겠습니다.


조용필 : 네. 그래서 오프닝과 엔딩을 두고 두, 세 가지 안을 갖고 좁혀가고 있는 중입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다시 연출자분께 질문 드립니다. 젊은 층을 포함해서 많은 분이 50주년 콘서트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연출자로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서룡 : 이번 공연만이 아니라 공연마다 늘 선곡이 고민이었는데, 이번에는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설문을 했습니다. 팬클럽, 50주년 추진위원회, 연령대별로도 설문을 하고 음원 사이트의 공식 데이터도 활용하면서 빅 데이터 분석을 하려고 했어요. 다 만족시킬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최대한 선곡을 잘 해서 여러 연령대 여러 팬들이 다 감동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50주년 추진위원회는 어떻게 결성이 된 건가요.


안호상 : 2년여 전부터 50주년에 맞는 의미 있는 행사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를 했는데 선생님께서 극구 반대를 하셔서 진행을 못 했습니다. 본인이 50주년에 대단한 일을 한 사람이라고 남들에게 추앙받고 그런 걸 부끄러워하시고 아주 심하게 질책도 하셨어요. '세계적인 음악가들 중에 그런 거 한 사람 없더라, 근데 왜 내가 해야 하느냐'고 하실 정도로요. 그렇지만 50주년을 맞아 국민들에게 조용필 선생님의 음악적 작업을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음악적 측면, 역사적 측면, 학문적 의미 이런 걸 조명해야 하지 않겠냐 말씀을 드렸습니다. 조용필을 높이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50년을 같이 해온 사람들을 다시 처음부터 하나씩 기억하고 함께 했던 시간을 추억하는 그런 50주년을 만들어보자고 했더니 겨우 하겠다고 하셔서 진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두 분 말씀 감사합니다. 저도 조용필 씨 공연은 7, 8번 갔는데 웬만한 팝스타보다 화려합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눈여겨볼 것을 미리 알려주신다면요.


글쎄요. 어쨌든 무빙 스테이지를 볼 수는 있습니다.

 

마지막 곡이 궁금합니다. 전에는 '여행을 떠나요' 주로 했던 것 같은데요.

 

가끔은 그렇게 했죠. (웃음) 신나면서 돌아가시라 하는 의미에서. 이번에는 마지막 곡이 슬로우 노래가 될 것 같아요. 근데 이걸 다 발표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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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로 데뷔해서 카세트테이프, CD, MP3, 디지털 음원까지 매체가 변했어도 모든 시대를 석권한 가수입니다. 앞으로도 이런 가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하나를 꼽는다면요.


가수면 다 똑같을 것 같아요. 공연을 했을 때 관객이 만족스러워하면 그게 너무 행복하죠 저는. 물론 열심히는 하겠지만, 관객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관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면 더 이상 없습니다. 제일 행복합니다 그때가.

 

P.T 바넘의 말을 인용하면, '진정한 예술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다.' 관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조용필의 예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에 'Thanks To You'로 타이틀을 정한 이유도 50년 동안 지금까지 팬클럽이 있었고 많은 국민들께 사랑도 받고 즐거움도 같이 음악을 통해서 같이 나누고 제가 노래할 수 있었잖아요. 당신이 있었기에 내가 있어서 참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런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전주만 딱 들어도 아는 곡이 70, 80곡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정도면 뮤지컬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주크박스 뮤지컬이 또 유행인데 뮤지컬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많이 좋아합니다. 음악이 들어있는 건 다 찾아다니거든요. 한때는 브로드웨이 쪽에 한 달 동안 가서 한 달 내내 본 그런 경험도 있었어요. < 맘마미아 >도 브로드웨이 들어오기 전에 보스턴에서 시험 공연을 할 때 보스턴까지 가서 본 경험이 있습니다. 그만큼 뮤지컬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뮤지컬을 한 번 해야겠다 싶어서 어떤 뮤지컬은 11번씩 보면서 하루는 무대 보고 하루는 세트 보고 하루는 음향 보고 하루는 조명 보고 반복하면서 메모도 해놓고 했었는데, 결국 실패했죠. 언젠가는 해보고 싶습니다.

 

50년 동안 환경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고 힘드신 순간도 많았을 텐데 아직도 음악을 사랑하시고 외국 음악도 많이 들으시고 있습니다.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궁금합니다.


음악을 연구하다 보면 계속 끊임없이 가게 되더라고요. 지금까지 그게 왔던 겁니다. 비결이나 이런 건 없고 하다 보니까 새로운 걸 발견하고, 그럴 때의 충격을 계속 받고 있는 거죠. 지금도 계속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 결국은 죽을 때까지 배우다가 끝날 것 같습니다. (웃음)

 

< Hello > 앨범 인터뷰 때 “나한테는 이제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그래서 폭탄을 들고 뛰어들어야 한다. 벽이 깨지든 내가 깨지든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던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도 그런 시간에 대한 압박감을 느끼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인간으로서 음악인으로서 가장 두려운 것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어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 말씀 맞습니다. 저는 저를 좋아하시는 분들께 폐 끼치고 싶은 마음 없습니다. 그런데 어떤 생각이 항상 떠오르냐면, '평생을 저 사람 노래를 들으면서 살아왔는데 저 사람이 그만두면 난 뭐야, 난 뭐가 되는 거야' 이것이 가장 두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노래가 안 될 때 지금까지 좋아했던 분들이 어떤 실망을 할까 그것이 가장 두려워요. 하지만 실망도 좋다면 해야죠. 제가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지막 공연을 볼 때 '난 저렇게는 못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바꿔 생각하면 팬들은 제가 그만두면 배신당하는 느낌일 수도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되는 날까지, 허락하는 날까지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동안의 얘기를 하자면 밤을 새워도 못하겠죠. 지금까지 제가 50년을 할 수 있었다는 건 정말 저의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동안 많이 사랑해주신 여러분들에게 정말 감사,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정리 : 정민재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스웨덴 EDM의 슈퍼스타 아비치 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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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28세. 젊은 나이에 자국 스웨덴에 EDM 풍토를 만들어내며 슈퍼스타 반열에 올랐던 아비치가 2018년 4월 20일, 세상을 떠났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유족들이 '그는 삶과 행복의 의미를 찾기 위해 분투했다. 그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기에 평화를 찾고 싶었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함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을 암시했다. 늘 건강 문제들과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그의 이른 죽음은 EDM 팬들을 떠나 전 세계의 리스너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비록 짧았지만 거대한 흐름을 이끌었던 그의 음악적 커리어를 7곡으로 간추려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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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eek bromance (Tim Berg) (2010)

 

17살부터 프로듀싱을 시작한 팀 베릴링(Tim Bergling)은 불교사상에 등장하는 아비지옥에서 따온 아비치(Avicii)로 활동을 시작한다. 또한 그는 본명에서 따온 팀 버그(Tim Berg)란 이름으로도 곡을 내기도 했는데, 그중 'Bromance'가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곡에 보컬을 얹은 'Seek bromance'를 통해 정식 프로듀서로서 발돋움하게 된다. 그의 음악 커리어에 시작이라 할 수 있는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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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evels (2011)

 

아비치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그의 대표곡. 에타 제임스의 'Something's got a hold on me'의 보컬 샘플과 높은 피치의 신시사이저 리프를 환상적으로 결합한 'Levels'는 2010년대 초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열풍에 가세하며 EDM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곡 중 하나가 되었다. 선명한 멜로디 라인을 전면에 내세우는 아비치의 장기는 여기서부터 드러난다. 하우스 음악에 팝적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보다 대중적인 소구를 만들어낸 그의 재능은 유렵 13개국의 차트를 점령함과 동시에 빌보드 싱글 차트 60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달성한다. 또한 'Levels'를 샘플링한 플로 라이다(Flo Rida)의 'Good feeling'이 싱글 차트 3위에 오르며 미국 팝 시장에서도 인지도를 획득한다. 우리나라 보이그룹 2AM의 멤버 슬옹이 리믹스하여 국내에서도 널리 알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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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Wake me up (2013)

 

2013년에 발매된 그의 첫 정규앨범 < True >는 상당히 실험적인 음반이었다. < True >는 그에게 영광을 가져다준 'Levels'의 프로그레시브 하우스가 아닌, 컨트리와 블루그래스를 하우스 음악의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아비치를 EDM의 굴레로만 엮을 수 없음을 설파했다. 실제 어쿠스틱 악기들로 하우스 음악을 만드는 아비치의 놀라운 감각이 음반 곳곳에서 드러난다. 빼어난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 대중성을 챙기는 그의 영민함 또한 빛나는데, 대표 격이라 할 만한 곡이 바로 'Wake me up'이다. 컨트리풍의 통기타 리프와 청량감 넘치는 드롭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곡은 빌보드 싱글 차트 4위를 비롯하여 여러 나라의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아비치의 최고 히트 넘버로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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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Hey brother (2013)

 

'Wake me up'과 함께 < True >에 수록된 곡이다. 전형적인 EDM과 다르게 군악대 풍의 혼 사운드를 드롭 부분에 사용하고 블루그래스 가수 댄 티민스키(Dan Tyminski)의 보컬이 풀 냄새를 더하는 등, 다른 장르와의 혼합이 두드러지는 댄스곡이다. 형제애를 강조하는 가사에 걸맞은 감동적인 뮤직비디오 또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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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Dear boy (2013)

 

후에 메이저 레이저(Major Lazer)의 히트 송 'Lean on'으로 이름을 알릴 뫼(M?)가 보컬로 참여한 곡. < True > 앨범에 수록된 여타 곡들과 다르게 프로그레시브 하우스 곡이며 8분에 달하는 대곡이다. 테크노의 정취를 풍기는 'Four on the floor' 리듬 위에 날카로운 신시사이저 사운드가 매력적인 멜로디를 그린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곡은 아니지만 프로듀서로서의 아비치의 감각을 확인할 수 있는 곡이다. 생전 UMF(울트라 뮤직 페스티벌)을 비롯한 대형 페스티벌에서 이 곡의 후렴 부분을 즐겨 틀어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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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Waiting for love (2015)

 

< True >의 흥행 후, 자신의 곡들을 리믹스한 < True : Avicii By Avicii >의 작업과 콜드플레이에게 EDM의 성분을 배양한 'A sky full of stars'를 프로듀싱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와중에도 신곡들을 제작, 공개함으로써 두 번째 정규앨범 < Stories >를 위한 밑거름을 마련했다. 전작의 성격을 이어나감과 동시에 새로운 지향점을 선보인 앨범엔 'For a better day'나 'Broken arrows' 등 아비치만의 개성이 드러나는 곡들이 수록되었다. 'Animals'로 국제적인 인기를 얻은 마틴 개릭스(Martin Garrix)와 함께 제작한 'Waiting for love'는 중독적인 멜로디가 매력인 곡이다. 한때 클럽 주변에만 가면 항상 이 곡의 드롭 부분이 흘러나왔을 만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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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Without you (Feat. Sandro Cavvaza)

 

아비치는 'Heaven'과 'Our love', 'No pleasing a woman' 등 음원 발매 없이 공연에서만 트는 레퍼토리가 따로 있는 DJ로서도 유명하다. 아마 그중에서도 팬들이 정식 발매를 가장 원했던 곡이 'Without you'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매혹적인 빌드 업과 드롭이 장착된 'Without you'는 결국 유작이 된 EP < AVICI (01) >에 수록되었다. 여타 아직 발매가 되지 않은 곡들 또한 후에 발매될 연작들에 수록될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더 이상 아비치의 새로운 곡을 들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마블 스튜디오의 ‘브금(BGM)’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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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정확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가 10주년을 맞았다. 2008년에 히어로들의 세계관을 연결하는 첫 작품 <아이언 맨> 개봉 이후 마블은 거대한 글로벌 브랜드로 안착하면서 권력도 10년이면 무너진다는 뜻의 '권불십년'이란 말을 지워버렸다. 할리우드와 영화시장의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가 따로 없다. 화제의 10주년 기념작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는 국내 흥행 면에서 기염을 토했다.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마블은 무엇보다 좋은 음악을 적절히 영화 속에 배치해 효과를 배가시키는 '브금(BGM)' 마법을 동원한다. 젊은 세대가 잘 모르는 올드 팝을 들려주거나, 켄드릭 라마와 시저(SZA)를 비롯해 현시대를 살아가는 뮤지션들의 음악을 우리 품에 안겨주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마블 히어로들의 영화를 빛내준 팝송 원곡 'Best 10'을 준비했다. 노래는 영화 개봉 순으로 나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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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씨디씨(AC/DC) - 'Back in black' (1980)

 

호주를 대표하고 전 세계가 사랑한 이 밴드의 음악은 '아이언 맨'의 스타일을 단번에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로 작용했다. <아이언 맨>, <아이언 맨2>의 감독 존 파브로는 그들의 팬이었으며, 헤비메탈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Back in black'은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천재성을 확인할 수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첫 장면에서 사용되었다.

 

아이언 맨의 첫인상으로 쓰인 노래인 만큼, 누구나 인정하는 명곡이기도 하다. 밴드의 보컬이었던 본 스콧(Bon scott)가 전작을 발표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게 되자 그를 기리기 위한 동명의 앨범을 만들었다. 이 곡이 바로 대표적인 수록곡이다. 마이클 잭슨 <Thriller>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이다. 단순 명쾌한 진행과 강렬한 보컬로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 밴드의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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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게이(Marvin Gaye) - 'Trouble man' (1972)

 

캡틴 아메리카(스티브 로저스)가 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때 아이폰에서 흘러나오는 곡이다. 팔콘은 70년 동안 잠들었다 깨어난 캡틴을 위해 '지금 시대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하는 것들'을 말해줬다. 그중 하나가 마빈 게이를 소울의 영웅으로 만든 1971년의 앨범 <What's Going On> 이후 발매된 음반 <Trouble Man>이다.

 

당시 흑인 인권운동의 영향으로 생긴 '블랙스플로이테이션(Blaxploitation)'은 흑인을 위한 영화로, 백인은 주로 악당이며 흑인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앨범과 동명의 영화 <Trouble Man>의 OST에 참여한 마빈 게이는 이미 아티스트의 자립을 실현하고 있었다. 팔콘은 캡틴에게 인권 운동의 중요성과 소울의 가치를 알려주기 위해 이 곡을 권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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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본(Redbone) - 'Come and get your love' (197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이하 가오갤) 시리즈는 진지하게 시작되는 것처럼 보이나 유쾌한 음악과 함께 분위기를 반전하며 'B급 영화'임을 표방한다. 북미 원주민 밴드인 레드본은 블랙 뮤직, 라틴 음악과 컨트리 등 그들의 뿌리와 당시 유행하던 미국 음악을 녹여낸 곡을 발표했다. 그중에서도 'Come and get your love'가 대표곡이자 히트곡이다.

 

도입부에 윙윙거리는 전기 시타르를 사용한 노래에는 흥겨움이 담겨있다. 전기 시타르 소리는 제네시스의 'I know what I like (In your wardrobe)', 스틸리 댄 'Do it again'을 비롯해 퓨전 혹은 록 밴드에서 주로 사용된다. 또 이 곡은 긴 버전과 짧은 버전이 있다. 1973년 <Wovoka>에 수록된 버전은 약 5분, 1974년 싱글로 발매된 버전은 3분 30초가 넘지 않는다 (후자가 '가오갤'에 삽입된 것과 동일하다). 이제 영화에 나왔던 노래를 찾다가 도입부가 다른, 긴 곡이 나오더라도 끄지 말고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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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The Cure) - 'Plainsong' (1989)

 

유머 감각을 갖춘 가장 작은 히어로, '앤트맨'은 악당 옐로재킷과 가방 안에서 싸우는 도중 아이폰 홈버튼을 눌러버린다. “산산조각 내버리겠다!”라고 말하며 날아가는 앤트맨의 말을 인식한 인공지능 시리는 '산산조각'이라는 뜻의 앨범 <Disintegration>의 첫 곡, 'Plainsong'을 재생한다. 이렇듯 웅장한 큐어의 음악은 작은 개미들의 가방 속 전투 신을 진지함과 코믹함을 갖춘 장면으로 만들었다.

 

흔히 고딕 록으로 기억되는 이 밴드가 처음부터 이런 음악을 한건 아니다. 초창기에는 실험적인 펑크(punk)의 기운을 담은 포스트 펑크로 완벽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선명한 선율을 들려줬다. 이것은 나중에 영국 날씨처럼 어두운 로버트 스미스의 보컬과 진한 화장이 상징인 1980년대 초의 음악으로 뻗어 나간다. 서정적인 기타 리프, 죽음과 비를 담아낸 가사가 공존하는 이 곡은 밴드가 걸어온 길을 모아놓은 성공작이다. 이후에는 팝 멜로디가 인상적인 'Friday I'm in love'가 수록된 <Wish>로 인기와 음악성을 모두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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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플로이드(Pink Floyd) - 'Interstellar overdrive' (1967)

 

뛰어난 외과 의사였던 닥터 스트레인지. 그런 그가 핑크 플로이드의 'Interstellar overdrive'가 배경으로 깔리는 운전 신에서 사고가 난 뒤에는 마법사 수련을 받게 된다. 이 곡에는 영국의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기타리스트였고 사이키델릭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초기 멤버, 시드 바렛의 색깔이 담겨있다.

 

데뷔 앨범 <The Piper at the Gates of Dawn>에 수록된 음악은 무려 9분 41초의 길이를 자랑한다. 긴 시간동안 몽환적이고, 우주 속에 둥둥 떠다니는 것만 같은 기타 연주가 이어진다. 기묘한 매력을 인정받은 이 곡은 밴드의 라이브 세트 리스트에 오랫동안 머물렀으며, 듣고 있으면 환각을 일으키는(?) 명곡으로도 남아있다. 시드 바렛의 광기가 웅장하게 펼쳐지는 초창기 핑크 플로이드의 대표곡이라 해도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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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ectric Light Orchestra) - 'Mr. Blue sky' (1977)

 

마블이 이미 존재하는 팝송을 가장 탁월하게 사용하는 영화가 '가오갤 시리즈'다. 이 곡은 '가오갤2'에서 동료들은 열심히 싸우고 있건만 베이비 그루트는 태평하게 춤을 출 때 등장하는 음악이다. 아기 나무도 좋아하는 흥겨운 노래는 영국의 록 밴드 일렉트릭 라이트 오케스트라(ELO)의 앨범 중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Out Of The Blue>에 수록되어 있다.

 

리드 싱어인 제프 린(Jeff Lynne)은 알프스에서 흐린 하늘이 맑아지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 곡을 썼다. 1978년에 영국 싱글 차트 6위를 차지한 'Mr. Blue sky'는 이후 보코더의 사용을 넓히는 일에도 기여했다. 클래식과 록, 과거 비틀스 스타일과 현재의 다프트 펑크가 공존하는 음악. 한 뮤지션의 번뜩이는 생각이 이렇게나 화려한 집합체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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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즈(Ramones) - 'Blitzkrieg bop' (1976)

 

'Hey ho, let's go!'가 반복되는 이 노래는 영화 속에서 쉬지 않고 동네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도와주는 정의로운 스파이더맨(피터 파커)의 주제곡이다. 따라 부르기 쉽고, 어려운 음악적 요소들은 빼버린 'Blitzkrieg bop'은 순수한 매력을 지닌 어린 히어로에게 어울리는 곡이다.

 

미국의 펑크(punk) 록 밴드 라몬즈는 멤버들의 성이 모두 '라몬'이다. 그래서 그룹 이름이 라몬즈고, 단순한 작명만큼이나 명쾌한 음악으로 많은 이의 마음속에 남아있다. 실제로 이 곡이 수록된 데뷔 앨범 <Ramones>에는 빠르고 길이가 짧은 노래들이 들어있다. 그들은 뉴욕을 넘어 경제적,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던 영국의 분노한 젊은이들을 대변한 섹스 피스톨즈와 클래시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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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제플린(Led Zeppelin) - 'Immigrant song' (1970)

 

토르의 전투 신을 박진감 넘치게 해준 주인공, 'Immigrant song'은 레드 제플린의 하드 록을 만끽할 수 있는 명곡이다. 영화를 본 뒤 노래를 찾아본 관람객들이 1970년에 발매된 곡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가사를 보면 오딘의 궁전인 발할라(Valhalla), 신들의 망치, 얼음과 눈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한다. 바이킹 시대와 북유럽 신화를 주제로 한 '바이킹 메탈'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북유럽 출신 바이킹 메탈 밴드 중에 묠니르(Mj?lner, 토르의 망치 이름)라는 팀이 있을 정도. 바이킹은 록 밴드에게 강렬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준 셈이다. 무엇보다 북유럽 신화 속 천둥의 신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이 곡의 만남은 마블이 음악을 허투루 삽입하지 않는다는 증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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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켄드(The Weeknd),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 - 'Pray for me' (2018)

 

블랙 팬서(트찰라) 일행이 찾아간 비브라늄 거래 장소가 '부산'이었기에 영화에서는 한국을 자주 언급한다. 반가운 요소들이 많았던 <블랙 팬서>는 다른 히어로 무비와 다르게 오리지널 송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엔딩에서 깊은 인상을 준 'All the stars'도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다.

 

켄드릭 라마가 블랙 뮤직 아티스트를 한데 모은, 영화를 위한 선물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앨범의 마지막 트랙인 'Pray for me'는 카지노에서 율리시스 클로를 탐색하는 장면을 소위 '힙'한 느낌으로 분위기를 전환해버린 노래다. 묵직한 비트에 얹은 위켄드의 매력적인 보컬과 켄드릭 라마의 자유로운 래핑. 이 조합만으로도 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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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너스(The Spinners) - 'The rubberband man' (1976)

 

올드 팝 마니아, 스타로드(피터 퀼)가 등장하는 곳이면 어디든 옛 팝송이 흘러나온다. 영화에 등장한 음악 중 가장 활기찬 곡이기도 하다. 노래를 부른 스피너스는 이 곡과 'It's a shame', 'I'll be around' 외에도 다수의 명곡이 존재하는 미국의 보컬 그룹이다.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른 'The rubberband man'은 광활한 우주를 비행하는 스타로드 일행과도 잘 어울린다.

 

스피너스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는 보컬, 풍성한 코러스와 둥둥거리는 소리가 리듬감을 형성해 몸을 들썩이게 한다. 여기서 감칠맛 나는 '둥둥' 소리를 더해준 악기의 정체는 키보드의 한 종류인 클라비넷(clavinet)이다.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에서 들리는 까끌까끌한 건반 사운드나 에머슨 레이크 앤 파머가 라이브에서 'Nutrocker'를 연주할 때 클라비넷을 사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렇듯 듣는 즐거움도 놓치지 않은 마블 영화는 젊은 세대에게 새로운 소리를 들려주는 존재로 기억되고 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여성 솔로 가수, 라이징 스타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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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팝 시장에서 모처럼 여성 솔로 가수들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특히 중견보다는 신인 가수들의 활약이 많은 것이 포인트다. 음악의 주된 소비 패턴이 스트리밍으로 옮겨간 후 한동안 고전하던 '디바' 시장이 신예들에 의해 활기를 되찾는 모양새다. 국적도, 장르도 다른 이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저마다 매우 독특한 음색을 가졌다는 점이다. 개성 있는 목소리로 두각을 드러내며 음악 시장을 사로잡은 6명의 라이징 스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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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 리파(Dua Lipa)


현재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여성 가수는 두아 리파다. 2015년, 아델의 공백기에 혜성처럼 등장한 그는 스무 살의 나이에 로컬 시장을 접수했다. 특히 그는 영국의 여성 가수로는 모처럼 유럽을 넘어 미국에서까지 빠르게 세력을 넓히고 있다. 그에 앞선 세대가 빈티지 소울을 앞세워 시장 지분을 확보했다면, 두아 리파는 트렌드에 걸맞은 일렉트로닉 팝으로 세계 시장을 두드린다. 팝 장르에서는 흔치 않은 저음역의 콘트랄토 보컬도 그를 알리는 데 중요한 요소다. 보편적인 음악으로 대중에 다가가고, 특별한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각인한 것이다.

 

가파른 상승세의 또 다른 원동력은 여성으로서 당당하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담은 노랫말에 있다. 'Hotter than hell', 'Blow your mind(Mwah)'도 그랬지만, 'New rules'가 결정적이었다. 흐트러짐 없이 '헤어진 연인을 잊기 위한 규칙'들을 되뇌는 모습에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까지 흔들렸다. 여성 팬들의 열띤 공감과 지지에 힘입어 노래는 빌보드 차트 6위까지 역주행했고, 뮤직비디오는 10억 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떠난 너를 X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일갈하는 'IDGAF'은 '걸 크러쉬'의 결정판이다. 캘빈 해리스와의 신곡 'One kiss'로 인기몰이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에이미 와인하우스, 아델에 이어 새로운 영국발(發) 팝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New rules', 'Lost in your light', 'IDG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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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디 비(Cardi B)


한동안 여성 래퍼의 대명사는 니키 미나즈 였다. 'Fancy'의 이기 아젤리아가 잠시 반짝했지만 그뿐이었다. 지난 10여 년간 난공불락이었던 그의 아성은 신인 래퍼 카디 비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 2017년, 'Bodak yellow'로 여성 래퍼로서는 20년 만에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이 그 시작이다. 미고스, 니키 미나즈와 함께한 'Motorsport', 브루노 마스의 원곡에 랩을 가미한 'Finesse(Remix)', 새 앨범의 수록곡인 'Be careful'과 'I like it'까지 신예의 히트 행진은 거침없다.

 

순식간에 특급 래퍼로 떠오른 이유는 분명하다. 니키 미나즈는 그동안 빌보드 핫 100차트에 70곡이 넘는 곡을 올릴 만큼 맹렬히 활동했으나, 그만큼 쌓여있던 피로감도 적잖았다. 때마침 제법 짜임새 있는 랩을 구사하는 신인, 카디 비가 등장해 자리를 꿰찬 것이다. 불우했던 과거부터 현재 음악 신에 대한 자신의 생각 등을 포장 없이 내뱉는 직설 화법도 인기의 요인이다. 니키 미나즈와 달리 첫 단추부터 팝보다는 힙합에 매진한 것도 마니아들의 지지를 샀다. 대중의 수요를 캐치하는 감각과 동료 힙합 아티스트, 힙합 팬들에게 인정받는 실력을 모두 갖춘 그의 활약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Drip', 'I like it', 'Be care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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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걸 그룹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를 탈퇴할 때만 해도 이 정도의 스타덤을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물론 그가 팀 내에서도 특히 높은 인기를 누린 주요 멤버였지만, 홀로서기를 할 만큼의 존재감을 보이진 않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솔로 데뷔 이후 고전하던 그에게 대박을 안긴 곡은 'Havana'다. 99위로 차트에 진입한 노래는 무서운 중독성으로 역주행에 성공했고, 끝내 차트 1위에 등극했다. 또한 그는 같은 주에 첫 솔로 앨범 < Camila >까지 차트 정상에 올리며 2003년 비욘세 이후 15년 만에 '데뷔 앨범으로 싱글 차트와 앨범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여성 가수'가 됐다.

 

라틴 팝으로 이름을 높였지만, 잠재력은 팝 전반을 아우른다. 'Crying in the club', 'Havana'에서 들을 수 있는 매력적인 중저음과 'Never be the same'의 깨끗하고 섬세한 가성, 흡사 시아(Sia)가 떠오를 만큼 파워풀한 'I have questions' 등 보컬리스트로서 운신의 폭이 넓다는 점이 강점. 여기에 무대를 꾸미는 솜씨와 춤 실력, 콘셉트를 소화하는 능력도 뛰어나 차세대의 팝 퍼포머로도 손색이 없다. 활동을 잠정 중단한 피프스 하모니와 달리 'Never be the same'까지 차트 톱10에 올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카밀라 카베요는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 살사, 레게의 영향이 진하게 풍기는 신곡 'Sangria wine'으로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Crying in the club', 'Inside out', 'Consequ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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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마리(Anne-Marie)


영국 출신 싱어송라이터 앤 마리는 10대 시절 가라테 선수로 활약했던 이력이 있다. 그것도 단순 취미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유수의 대회에서 여러 번 메달을 땄을 정도로 전도유망한 프로 선수였다. 그런 그가 엘튼 존이 이끄는 로켓 엔터테인먼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가수의 길에 들어선 것은 뛰어난 송라이팅 능력과 유니크한 음색 덕이다. 무명 작곡가였던 그의 데모 테이프는 금세 관계자들에 눈에 띄었고, 레이즈드 바이 울브스(Raized By Wolves), 루디멘탈(Rudimental) 등 여러 일렉트로닉 아티스트들의 게스트 보컬로 발탁됐다. 클린 밴딧(Clean Bandit)의 2016년 대박 곡 'Rockabye'에 참여한 것은 이러한 행보의 연장선이었다.

 

주특기는 일렉트로닉과 다양한 팝 사운드의 접목이다. 'Ciao adios'에서는 댄스홀 스타일을 활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고, 'Friends'에선 DJ 마시멜로(Marshmello)의 전자 음향에 지-펑크(G-Funk)식 신시사이저를 매치해 독특한 감상을 끌어냈다. 에드 시런, 줄리아 마이클스가 작곡에 힘을 보탠 어쿠스틱 팝 '2002', 일렉트릭 기타와 키보드를 중심으로 선명한 멜로디를 전개한 'Machine'은 또 다른 매력의 산물. 개성 있는 음색과 탄탄한 기본기의 발성, 감각적인 창작력을 가진 그는 두아 리파와 함께 영국의 차세대 팝 디바로 부상 중이다.

 

'Ciao adios', 'Friends', 'Mach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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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SZA)


독특한 이름의 아티스트 시저는 피비 알앤비로 대표되는 알앤비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2012년 데뷔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17년 발표한 첫 번째 정규 앨범 < Ctrl >은 그를 알앤비 샛별로 격상했다. 음색과 분위기의 연출이 중요시되는 작금의 알앤비 트렌드와 시저의 달란트가 맞아 떨어진 덕이다. 몽환적이면서도 힘 있게 귀에 꽂히는 보이스 컬러는 흉내 내기 힘든 그의 전매특허. 리아나('Consideration'), 마룬 파이브('What lovers do')와 같이 유행에 민감한 뮤지션은 진작 그를 알아보고 게스트 보컬로 초빙한 바 있다.

 

물론 목소리의 힘만은 아니다. 평단의 일치된 호평을 끌어낸 < Ctrl >은 피비 알앤비의 작법 아래 여러 장르를 재료 삼은 '알앤비의 청사진'과 같았다. 트랩과 신스 팝, 펑크(funk) 등에서 힌트를 얻었고 현악기와 드럼 머신, 신시사이저 등을 고루 활용했다. 다양하게 구축한 듣는 재미에 산뜻한 멜로디까지 갖췄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또래 집단인 20대 아프로-아메리칸 여성들의 공감과 전폭적 지지를 불러낸 가사는 덤이다. 길었던 무명의 설움을 한 방에 털어버린 그는 올해 초 켄드릭 라마와 함께한 < 블랙 팬서 > 사운드트랙 'All the stars'를 히트시키며 진정한 대세 아티스트로 거듭났다.

 

'Drew Barrymore', 'Doves in the wind', 'All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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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 렉사(Bebe Rexha)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비비 렉사는 최근 컨트리 남성 듀오 플로리다 조지아 라인과 함께한 'Meant to be'의 흥행으로 비로소 지명도를 얻었으나, 그간의 작업 이력은 만만치 않다. 그는 무명의 시기에 한국의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Lucifer', 에미넴과 리아나가 함께한 'The monster' 등을 작곡해 히트시키며 음악가로서의 발판을 다졌다. 창작만큼이나 재능을 나타낸 분야는 보컬이다. 래퍼 지-이지(G-Eazy)의 히트곡 'Me, Myself & I'에 피처링한 것을 시작으로 데이비드 게타와 니키 미나즈 사이에서 존재감을 뽐낸 'Hey mama', 마틴 개릭스와 호흡을 맞춘 'In the name of love' 등이 그의 '꿀 성대'를 널리 알렸다.

 

이처럼 그는 노래에 감칠맛을 더하는 목소리 덕에 게스트 보컬로 인기가 높다. 앞서 언급한 가수들 외에도 캐시 캐시('Take me home'), 원 디렉션 출신의 루이 톰린슨('Back to you'), 리타 오라('Girls') 등이 앞다투어 그를 섭외했다. 신인으로선 이례적으로 쟁쟁한 뮤지션들과 잇따라 작업하며 잠재력을 증명한 그는 솔로 가수로서도 부지런히 자리매김을 꾀하고 있다. 세 장의 EP를 발매한 끝에 첫 정규 앨범 < Expectations>의 출시를 앞둔 것. 컨트리와 기분 좋은 화학 작용을 보인 'Meant to be'부터 날 선 음색을 활용한 댄스 팝 'I got you', 리아나가 떠오르는 슬로우 넘버 'Ferrari' 등 다채로운 팝송으로 승부수를 띄울 전망이다.

 

'I got you', 'Meant to be', 'Back to you'

 

 

 


정민재(minjaej9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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